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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여행기)
문명 파괴에 앞선 인간 야만에 분노
베제클리크 석굴의 값진 예술품 도고로 모두 파괴
기사입력: 2008/12/26 [15:39]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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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운편집이사
    
화염산에는 베제클리크 석굴이 있다.
  석굴은 주차장에서 계단을 따라 밑으로 10m 정도 가면 나타난다. 석굴입구에서 보면 석굴의 모습이 흡사 흙에 뚫린 벌통 같다. 이 석굴에서 지금까지 발굴된 굴은 모두 83개인데 일부는 아직 발굴 중이다.
  이중 벽화가 일부라도 남아 있는 것은 40여개뿐이다.  남아 있다는 것도 거의가 도굴 되어 한 두 개의 벽화뿐이고 그나마도 온전한 것은 거의 없다. 이 석굴은 6세기 고창국 시대에 시작해 7세기 당 서주시대를 지나 13세기 원나라 때까지 건립되었다.
  이 석굴에는 파라미어와 서하어, 위구르어 등으로 쓰인 불경사본과 오랜 시대에 걸쳐 그려진 천불도가 있어 불교문화의 보고로 알려졌다. 또 이 석굴은 각종 공양상과 보살도의 벽화가 있었던 귀중한 유적지였다.
   석굴에는 벽화 외에도 마니교 경전이 보전되어 있었고 마니 동상도 발견되었다. 이외에도 금동불상과 불탑지, 각종 자기그릇과 용의 비상도, 비천도도 발견되었다.
  그런데 이들 중 현재 제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이들 유적과 유물들은 대부분 1900년대에 들어서면서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 서구의 도굴꾼들에게 도굴 당해 지금은 유럽 박물관에 있고 이중 일부는 소실되어 지금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우리 일행이 처음 들어간 석굴은 20호다. 이곳은 회골 칸국 시대 공양상이 유명하다. 문으로 들어서면 중앙에 중당이 있고 주위 좁은 회랑의 둘레에는 왕이나 왕후, 귀족들의 공양도가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벽에 그림이 떼어져 나간 자국이 있을 뿐이다.
  이 석굴의 그림은 독일의 폰르콕이 뜯어가 베를린 박물관에 보관했는데 2차 세계대전 때 박물관이 불타면서 이들 벽화도 대부분 소실되었다고 한다.
  27호의 운명도 20호와 비슷하다. 27호 역시 사방이 아름다운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천장의 불상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작은 불상이 여럿 그려진 천장도 부처의 눈이 훼손되어 있다. 이 석굴의 파괴범 역시 폰르콕이었다.
  이 굴은 도굴범에 의해서만 파괴가 된 것이 아니다. 벽화에 무지한 사람들이 청소를 하면서 물로 벽화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알카리성 황토벽을 씻어내다가 오히려 벽화를 훼손하고 말았다.
  옆에 있는 26호는 석굴이 얼마나 훼손되었는지 지금은 동굴 전체를 아예 책방으로 만들어 놓고 베제클리크 석굴과 관련된 책자를 팔고 있다.
  31굴은 이곳에서도 가장 넓은 석굴이다. 그런데 이 안에 있었던 보물들도 모두 도굴을 당해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이 석굴에 있었던 보물을 훔쳐간 인물은 영국의 스타인이다. 영국의 스타인 역시 폰르콕과 마찬가지로 베제클리크 석굴을 망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600㎡나 되는 이 굴에서 20박스나 되는 유물을 훔쳐 가다 도중에 테클라마칸 사막에서 잃어버려 지금도 이것을 찾고 있다고 한다.
  이 석굴에서 가장 우리의 시선을 끄는 그림은 33호다. 이 석굴에는 석가의 열반을 애도하는 그림이 있다. 그림의 좌측에는 보살과 천룡팔부 등 호법신들이, 우측에는 각국에서 온 100명의 왕자들이 도열해 있다. 그런데 열반하는 석가를 보는 왕자들의 표정이 모두 다른 것이 특징이다. 안내자는 왕자들 중 웃는 표정을 짓는 사람은 득도한 사람인데 반해 웃지 않고 있는 사람은 득도를 못한 자라고 한다.
  그런데 100명의 왕자 중에는 신라시대 유행했던 화랑모를 쓴 인물이 있어 이 인물이 혹 신라에서 왔던 왕자가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베제클라크 석굴을 파괴한 것은 도굴꾼들만은 아니었다. 민간 신앙에 빠진 일부 무슬림들이 불상의 눈을 흉안이라고 믿고 눈을 도려내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했다. 60년대 중국을 휩쓸었던 홍위병들 역시 이 유적을 파괴하는데 한몫했다.
  베제클리크는  아름답게 장식한 집'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 석굴을 둘러보면 아름다움 보다는 인간의 야만에 분노하게 된다. 다시는 이처럼 귀중한 인류의 문화유산이 도굴꾼들과  파괴자들에 의해 훼손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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