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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여행기)
백두산 천지에 비해 신비함 뒤져
한글로 새겨진 간판 많아 놀라기도
기사입력: 2008/11/19 [21:13]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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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운 편집이사
    
지금까지 타고 온 버스에서 내려 이곳에서 제공하는 승합 버스를 갈아탄다. 승합버스를 타고 5분 정도 오르면 천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주차장에서 천지에 오르는 동안 주위에 많은 나무들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은 독일 가문비나무다. 이 나무는 나무 잎이 사철 푸르고 아름다워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  트리로 많이 이용된다.
주차장에서 가문비나무 숲을 헤치고 오르다 보면 앞이 확 트이는 곳에 푸른 물빛의  천지가 있다.
천지는 천산산맥의 두 번 째 높은 봉우리인 해발 5, 445m인 보고타 봉의 뒤편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때문에 천지에서 보면 만년설이 덮인 보고타 봉이 흡사 유럽의 알프스처럼 아름답다.
해발 1, 910m의 산 중턱에 위치한 천지는 남북 4. 3km, 폭 1.5km, 수심 100m로 천지 보다 작은 호수다.
이곳 천지는 백두산처럼 화산으로 인한 분화구로 생겨난 것이 아니다. 천산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린 물이 고여 만들어낸 것이 이곳 호수다.
호수 너머로 천산의 고봉들이 즐비하다.  이중에서도 만년설을 이고 있는 보고타봉은 맑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태양열을 받아 흡사 발광체의 모습이다.
백두산 천지에 비하면 천산 천지는 여러 면에서 뒤진다. 우선 호수가 갖는 비경이 부족하다. 백두산 천지는 호수 위에 흩어져 있는 운무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모습이 일품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어렵사리 백두산 정상까지 오르지만 비경의  호수를 보지 못하고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고봉 역시 백두산 천지를 따라가지 못한다. 백두산은 비록 주위에 보고타봉처럼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설봉이 없지만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고봉들이 경이로움을 준다.
그러나 천산의 천지는 이런 경이로움이 없다. 한국인들에게 백두산 천지는 보는 자체가 놀라움이다. 특히 백두산에서 보는 중원 천지의 그 광막함 속에서 고구려와 발해의 기상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그런 감동스러움이 없다. 이것은 아마 우리들이 한국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백두산 천지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배를 타고 직접 천지를 유람할 수 있다. 배를 타는 시간은 약 20분 정도다. 그런데 이 뱃길이 실망을 준다. 우선 배 자체가 어선과 비슷한 형태의 통통배다. 당초 배를 탈 때는  배가 보고타봉이 있는 산속으로 들어가 선착장에서 볼 수 없는 비경을 보여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지만 호수의 절반도 돌지 않고 도로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러나 배에서 보면 호수 주위로 자리 잡고 있는 파오들이면 산꼭대기에 걸려 있는 정자의 모습이 아름답다. 산 중턱에 이슬람 사원 형태로 서 있는 건축물도 호수의 전경을 아름답게 한다.
이 호수가 우리들에게는 그렇게 놀라운 것이 못된다. 그러나 일 년 내내 눈이라고는 볼 수 없고 또 우루무치 도심만 빠져 나가면 삭막한 사막밖에 볼 수 없는 이곳 사람들에게 나무가 있고 눈이 있고 물이 있는 천지가 훌륭한 관광지가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이 때문인지 중국인들이 성산으로 추앙하는 천지는 이에 걸 맞는 전설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3천 여 년 전 주나라 목왕(穆王)이 8마리의 말이 이끄는 수레를  타고 서쪽지방을 주유할 때 서왕모가 성대한 연회를 베푼 곳이 이곳 천지라고 한다. 천지는 또 서왕모가 평소 목욕을 했던 장소이고 이 호수의 동서에 있는 작은 호수는 서왕모가 발을 씻었던 곳이라고 한다. 이중 한 호수는 천지로 올라가는 길옆에서 볼 수 있다.  
배에서 내려 호수 주위를 걸어 본다. 놀라운 것은 이곳 간판 중 우리글로 된 간판이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곳을 찾는 한국인들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요즘 들어 실크로드 구경을 하기 위해 우루무치를 찾는 한국인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산에 오르는  한국인들 역시 만만찮을 것이다.
그런데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이 호수에 한글로 서 있는 안내판 역시 그렇게 반가운 내용이 아니다. ‘이곳에서 담배를 피우지 마세요’, ‘한 평의 잔디를 밟지 않으면  그 만큼 천지의 녹색이 풍성해 집니다’ 등 경고성 안내판이 대부분이다.
이런 반갑지 않은 한글로 된 간판은 일본여행에서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이제 이런 글들이 중국에서까지 발견된다는 것은 우리들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주차장 가까이 오니 낭을 많이 쌓아둔 노점 식당이 있어 길가에 서서 낭을 먹어 보았다. 이제 막 구워낸 빵이 고소하고 맛이 있을 뿐 아니라 추운 날씨에 곁들여 주는 양고기 수프도 따뜻하고 구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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