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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결혼이민자 성공전략 ②다마끼 가오리ㆍ엄재근 부부
시어머님과 농사짓고 문화재해설사로 맹활약
기사입력: 2007/04/24 [17:15]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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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희 기자
두 딸이 서툰 한국어 교정…농촌, 안정된 삶
 
지난해 연말 울산지역 결혼이민자는 1455명(남자 102명, 여자 1353명)이다. 국적별로는 베트남인(42%), 한국계 중국인(30%)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일본, 필리핀,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결혼이민에 성공한 여성들의 사례를 찾아보고, 결혼이민 성공을 위한 지원과 대안을 살려보려 하는데,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에 거주하고 있는 다마끼 가오리씨와 엄재근씨 부부를 찾았다.

◈문화재해설사 다마끼 가오리씨
일본 장수마을로 알려진 오키나와가 고향인 다마끼 가오리(36)씨는 한 눈에 반할 정도로 미모를 가졌다. 전혀 농촌생활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외모다. 그런데도 소를 비롯해 닭도 키우고 농사도 짓는다.

“결혼하고 근 2년 동안 굉장히 힘들었어요. 의사소통도 잘 되지 않은데다 그 동안 전혀 해 보지 못한 농사일을 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겁니다. 이젠 적응이 돼 괜찮습니다.”
올해 문화재해설사 일본어 통역부문에 응시해 합격을 해서 지난 3월부터 해설사로 나서고 있는 다마끼 가오리씨다. 그녀는 금ㆍ토ㆍ일에만 주로 대왕암에 나간다. ‘대왕암’이란 말에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했다.

“저희 세대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잘 모릅니다. 그런데 대왕암에 대해 해설을 하려면 역사를 꼭 알아야 하지요. 저는 역사를 배우면서 마음이 무거웠고 해설을 하면서도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었죠. 하지만 있는 그대로를 말해야 하지요.”

◈부부갈등은 침묵 또는 대화로
다마끼 가오리씨는 남편과 문화를 비롯한 차이로 인하 갈등 극복은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침묵”이라고 먼저 답한다.

“남편이 언성이 높아지면 저는 언제나 잠잠하게 있지요. 화가 풀릴 때까지 아무 말 안하고 있다가 나중에 대화로서 풀지요.”
그녀의 신중하고도 사려 깊은 모습에 어떻게 남편이 화를 낼 수 있을까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족 모두 서로 배려
다마끼 가오리씨 시어머님은 그녀가 힘들어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딸처럼 이것저것 자상하게 가르쳐주며 자주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준다. 예쁘고 예의범절이 깍듯한 며느리가 여간 예쁜 게 아닌 모양이다. 시어머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지내고 있는 다마끼 가오리씨, 그녀는 시어머님이 친정어머니처럼 편하고 좋다며 자랑한다. 그리고 시어머님을 더욱 잘 모실 것이라고 말한다.

◈정민ㆍ정운 두 딸은 희망
다마끼 가오리씨는 매일 소음이 발생하는 가운데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한다. 축사청소, 가축 사료주기, 집안 일등 어느 하나 그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가녀린 몸인데도 훌륭하게 해 낼 수 있는 것은 가족에 대한 사랑이 있기 때문. 실제 그녀는 두 딸 얘기만 나오면 표정이 환해지고 만다.

“정민이와 정운이는 제가 발음할 때 정확하지 않다며 많이 지적해 주지요. 10년 넘게 울산에서 살았지만, 아직도 발음이 어눌한 가 봐요. 그리고 경상도 방언을 쓰는 대신 표준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역시 어눌한 가 봐요.”

두 딸 정민이와 정운이는 각각 초등학교 3학년과 2학년이다. 두 딸은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를 도와 집안 일 등을 거들고 있는 착한 딸들이다.

◈천전리 주민으로 고충
94년 결혼 후 현재 천전리 집에 정착한 것은 95년도. 엄재근씨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고향을 잠시 벗어난 것을 청산, 물 좋고 공기 좋고 인심 좋은 고향 땅 천전리로 돌아왔다. 그러나 십 수 년이 흐른 지금은 예전의 천전리가 아니다. 바로 집 위로 KTX가 다니고 바로 곁에는 고속도로까지 생겼다. 장난처럼 하루아침에 고립된 섬처럼 큰 고충을 치르고 있다. 겉으로는 무뚝뚝한 경상도 남성의 표본처럼 보이는 남편이다. 실상은 아내와 두 딸 그리고 노모가 고충을 겪는 게 신경 쓰여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이 역역하게 드러났다.

“수년 째 소음 속에서 지내고 있는데, 보상이 안된다고 하니 이 보다 더 억울한 일이 어디 있을까요?”라고 엄재근씨는 말했다.

◈여가선용 대신 전문직
다마끼 가오리씨는 고향 오키나와에서는 병원 시력 검사실에서 근무를 했다. 울산에 시집와서 농사를 짓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아이를 낳고 살면서 농사일도 척척, 아이들 돌보는 일도 탁월해 칭찬이 자자하다. 예전에 일본어 강의를 하기도 했지만, 요즘 새로 시작한 문화재해설사 일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은 언제나 신선하다. 한편으로는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지만, 신중하고 사려 깊은 다마끼 가오리씨는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있다. 그녀의 도전정신으로 인해 울산은 더욱 희망으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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