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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형
예술의 섬, ‘나오시마(直島)’의 교훈
기사입력: 2015/07/17 [12:16]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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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형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수필가     ©UWNEWS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영국의 유명한 여행 잡지인 ‘Traveler’가 ‘꼭 가봐야 할 세계 7대 명소’로 추천했다는 일본 ‘가가와현(香川縣)’의 ‘나오시마(直島)’를 둘러보고 왔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공장폐기물로 뒤덮여 쌀농사마저 포기했던 낙후된 섬, ‘나오시마’가 어떻게 하여 ‘누구나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세계적인 문화관광지로 탈바꿈했는지 꼭 한번 가서 확인해보고 싶었다.

‘문화예술의 섬’으로 불리는 ‘나오시마’는 일본의 교육출판기업인 ‘베네세’그룹이 1985년부터 25년 동안 6,500억원을 투자하여 버려진 땅이나 다름이 없었던 ‘노인들의 섬’을 젊고 활기찬 문화예술의 섬으로 바꾸었다. 인구가 3,000여명에 불과한 이 섬을 방문한 관광객의 수가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50만 명을 넘어섰고, 그 중에서 해외관광객이 15만 명에 달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베네세’그룹은 ‘나오시마’를 문화예술의 섬으로 변모시키기 위해 그동안 ‘아트 프로젝트’ ‘쌀농사 프로젝트’ ‘빈집 프로젝트’ 등 3가지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첫 번째 ‘아트 프로젝트’는 바다가 보이는 언덕배기에 일본의 ‘가우디’로 불리는 천재건축가 ‘안도 타타오’가 설계한 미술관을 짓고, 여기에 일본은 물론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작품을 모아 전시하는 것이다. 독특한 양식의 지중(地中)미술관, 베네세하우스, 이우환(한국인 예술가)미술관 등이 ‘나오시마’의 대표적인 갤러리들이다. ‘베네세’그룹은 ‘아트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참여작가들에게 ‘나오시마’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작품(Only One)을 만들어 줄 것을 특별히 주문하였는데, 이 전략이 온 세계 관광객을 이 곳으로 끌어 모으는 데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쌀농사 프로젝트’는 농촌의 일손 부족으로 인해 버려졌던 휴경지를 활용하여 관광객들로 하여금 모심기, 벼베기, 떡 만들기 등 작업에 참여토록 함으로써 쌀농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예술품과 먹거리 마켓’을 통해 수확한 쌀이나 가공식품, 미술품, 전통공예품 등을 판매하는 전략이다.

세 번째 ‘빈집 프로젝트’는 사람이 살지 않아 버려진 가옥을 수리하여 집 전체를 예술작품화한 전통가옥 갤러리 기획이다. ‘카도야’ ‘미니미레라’ ‘고오신사’ ‘이시바시’ ‘코사이소’ ‘하이샤’ ‘긴자’ 등이 문화예술 명소로 재탄생한 전통가옥 갤러리들이다.

‘나오시마’를 이곳저곳 둘러보고 나니, 왜 영국의 유명 관광잡지가 이 곳을 ‘꼭 가봐야 할 세계 7대 명소’로 추천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나라의 섬들과 비교할 때 ‘나오시마’가 특별히 경관이 아름다운 섬은 아니었다. 오히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저 평범한 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보잘 것 없는 섬에 불과하였던 이 섬에 과감하게 투자를 한 ‘베네세’그룹과 프로젝트에 참여한 예술가와 섬 주민들이 합세하여 버려진 땅을 문화예술의 옥토(玉土)로 바꾼 것이다.

자연과 건축과 예술이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전통문화와 현대미술이 공존하는 문화예술의 섬, ‘나오시마’는 섬 전체가 기업가와 예술가와 주민이 함께 만들어낸 예술품이었다. 주민들이 아기자기하게 가꾼 전통가옥과 아름다운 정원, 그리고 깨끗하게 잘 정돈된 오밀조밀한 골목은 그 자체가 더할 나위 없는 예술이었다.

탁 트인 바다, 맑은 공기가 살아 숨쉬는 자연공간에서 멋진 예술품을 감상하는 것이야말로 그것이 바로 힐링이요 행복이 아니겠는가? 우리나라도 시골에 가보면 사람이 살지 않아 버려진 전통가옥들이 많이 있다. 그대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지역재생 프로젝트를 서둘러 추진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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