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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성의역사속에서)
조선의 신분사회1
기사입력: 2005/04/29 [12:28]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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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성
조선시대는 엄격한 신분사회였다.
그 중 노비는 사회의 하층으로서 사노비인 경우는 매매나 주고받을 수도 있었으며 공노비는 조금 나았다. 그러나 신분사회를 뛰어넘고 출세를 한 사람도 더러는 있다.
노비가 노비의 신분을 벗는 것을 발신(發身)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되려면 상전이 특별히 개인적으로 풀어주는 경우와 상전에게 자신의 몸값으로 돈을 지불하고 풀려나는 경우, 그리고 나라에서 직접 공훈이 있거나 특별한 경우에 면천(免賤)시켜주는 경우이다.
그러나 신분이 변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었으며 신분을 벗어나더라도 과거의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그런 경우를 한번 풀어보자.
조선왕조실록 중종조에 보면 반석평이란 인물이 나오는데 이가 바로 천얼(賤孼) 출신에서 중앙관직의 높은 벼슬까지 이른 인물이다.
석평은 시골에 살고 있었는데 그가 글공부하는데 재주가 있음을 알고 그의 할머니가 출신이 천얼임을 숨기고 손자를 데리고 서울로 와서 그를 키우게 된다.
때는 중종이 즉위하기 전인 연산군 무렵이었다.
생일도 근본도 분명치 못한 소년 반석평은 상전인 이참판의 호령으로 냉큼 사랑에 들어와 앉았다.
“몸이 노곤하구나. 이리 와서 다리나 주물러라.”
그런데 소년은 다리를 주무른 다면서 연방 딴짓에 정신이 없었다.
“고놈 참...”
하고 일어나 앉은 상전 앞에 그 소년은 부리나케 한 권의 서적을 감추었다.
“책을 가지고 장난이었군! 그런데 이놈, 도대체 누구의 책이냐?”
“잘못했습니다. 책은 작은 도련님 책이올시다.”
“작은 놈이 너더러 책을 가지고 놀라던? 이 고얀 놈들 이로고!”
“아니올시다. 쇤네가 잠시 빌려달라고 청했습니다.”
“빌려와? 그럼 네놈이 글을 안단 말이냐?”
이리하여 상전은 세상에 괴이한 일도 있다는 듯이 어디 한번 읽어보라고 명령했다.
“자왈부여귀(子曰富與歸)는 시인지소욕야(是人之所欲也). 불이기도(不以其道)로 득지(得之)면...........”
읽는 소리가 낭랑했다. 그래서 탄복한 주인은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고놈 참 맹랑한 놈이군! 그래 너 글을 읽어서 무엇하려고?”
“과거를 볼까 합옵니다.”
“과거라?.. 남의 집 종은 과거를 못 보는 법인줄 몰랐나?”
소년의 암담한 표정을 보자 상전은 그 이상 종의 굴레를 씌어 두기가 측은해졌다. 그리하여 소년은 상전의 호의로 면천이 되었다.
★다음호에 계속
(서우성치과 원장·조선역사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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