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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덕하리 나눔터` 사람들-‘엄마’라고 불러 줄 때 가장 보람 느낀다
정신지체우들, 안정된 가정에서 행복감 누려
기사입력: 2007/05/18 [13:44]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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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희 기자
기획 : 행복한 가정 만들기
행복한 ‘덕하리 나눔터’ 사람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천사들의 보금자리인 울주군 청량면 '덕하리 나눔터'에는 성효련, 안준영씨 부부가 정신지체인인 일곱 명의 자녀와 함께 행복한 삶을 꾸리고 있다.


 오월 가정의 달이 무서웠던 아이들,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에겐 오월의 하늘이 원망스럽다. 특히 정신지체 장애로 인해 몸까지 불편한 아이들은 한 번의 버림 뿐 아니라 여러 번 버림을 받아 삶이 상처투성이로 얼룩지기도 한다. 소외되고 버림받은 정신지체인 7명의 엄마 아빠인 성효련, 안준영씨는 이들 지체인의 세상의 빛이다. 7명의 정신지체인과 함께 생활하는 천사들의 보금자리 ‘덕하리 나눔터’를 찾았다.

◈초록지붕, 하얀 대문이 예쁜 나눔터

울산시 울주군 청량면 덕하리 533번지 ‘덕하리 나눔터’, 이곳은 청량초등학교 부근에서 유림아파트 조금 못미친 곳에서 좌회전해서 골목길을 직진하다 조그마한 나눔터 표시가 안내한다. 우측 좁은 골목길을 거슬러 올라가다 오른편에 다시 나눔터 표시가 나오고 30m쯤 가면 초록지붕에 하얀 대문이 무척이나 인상적인데, 바로 ‘덕하리 나눔터’다. 오밀조밀 화사하게 화단이 꾸며져 있고 주차장으로 불리는 뒷마당에는 농구골대와 그네, 쉼터와 꽃밭 등 아이들 세상을 꾸며놓았다.
실내는 중학교 1학년인 김송실양의 방 하나와 거실이 넓게 꾸며져 있고 식당방은 따로 문을 달아 놓고 있다. 거실에서 아이들과 뒹굴며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고 잠도 같이 자는 성씨와 안씨 부부는 힘든 기색없이 시종일관 밝은 표정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살 수 있는 능력을 주시는 것 같아요.”
이 말 한마디만 들어도 살아온 세월이 그리 녹록치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현석이를 키우다 일곱 명 아이의 부모되다

6년 전 사는 게 너무 힘들었던 성씨와 안씨 부부는 우연찮게 정신지체아동인 현석이를 돌보게 됐다. 당시 부부아들과 딸 등 두 명의 자녀가 있었고 장성한 상태라 현석이를 키우는데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신지체장애인을 키우는 것은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 말이 통하지 않고 행동으로 떼를 쓰는 아이를 어떻게 보살펴야할 지 몰라 사는 것만큼이나 힘든 시간을 보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부부는 신앙의 힘을 빌리지 않았더라면 현석이를 키울 수 없었을 거라고 말한다.
“현석이와 생활을 하다 보니 어느새 키우는 법을 알게 됐고, 그 동안 상처가 많은 아이란 걸 깨달았지요. 그때부터 이젠 내 아이다 생각하고 키우다 보니 여섯 명의 아이까지 합쳐 일곱 명의 자식을 키우고 있는 거죠.”
현재 부부의 자식 둘은 출가를 하고 일곱 명의 정신지체 자식들과 함께 행복을 누리며 생활하고 있다.

◈사회복지사 보다 ‘엄마’가 좋아

아이들은 수시로 “엄마”라고 부른다. 놀이를 하거나 뭔가를 생각할 때도 불쑥 “엄마”소리가 터져 나온다. 성씨는 세상에서 불러주는 이름 중에 “엄마”라는 소리가 가장 듣기 좋다고 말한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지만, 사회복지사 이전에 아이들의 엄마라는 점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몇 해 전 정부 시책에 의해 소외된 아이들과 정신지체장애 아동을 돌보는 기준이 많이 강화됐다. 그 이전부터 성씨는 아이들을 잘 돌보기 위해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 큰 도움이 된다고 전한다.
“아이들은 제가 없으면 조금 불안한가 봐요. 늘 엄마를 찾는다고 말하더군요. 그런 아이들이 참으로 사랑스럽지요. 아이들이 저희 부부로 인해 위안을 얻었다고 하는데, 이젠 저희가 아이들로 인해 행복하고 위안을 받고 있죠.”

◈아이들의 중학교 입학은 ‘설렘’

일곱 명의 자식들 중에 딸은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김송실과 초등학교 3학년인 이정림 등 두 명이다. 나머지 다섯 명의 아들은 이진훈, 이효준, 김성진, 이도한, 안현석이다. 이진훈씨는 34세의 성인이며, 이효준씨는 18세로 나이가 너무 많은 관계로 초등학교 수업을 할 수 없는 상태다. 성진이는 중학교 3학년이며, 도한과 현석은 초등학교 4학년, 막내 정림은 초등학교 3학년이다.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들과 딸을 위해 좋은 가방과 신발을 선물했다는 성씨는 보통 엄마들의 마음처럼 설레고 아들과 딸이 대견스러워 감사의 기도를 올렸을 정도라고 한다.

◈적은 벌이지만, 지낼 만 해요

성씨의 남편 안준영씨는 특정한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성당에서 차량운행하는 것 외에는 일정한 벌이가 없는 상태인데도 더 많은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아들과 딸들의 통학 때문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번갈아 가며 등교와 하교를 책임진다. 게다가 태권도장에 다니는 아들을 위해 운전을 하는 등 하루 종일 남편이 없으면 안된다.
성씨는 “저희 가족이 살아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 같아요. 주위 분들과 봉사단체에서의 도움도 있는데다 도우미 분을 파견시켜주고 있어서 생활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정신지체인이다 보니 예기치 않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일반 사람들은 도우미 하기를 꺼려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도우미 분들의 사고가 밝아 큰 행복으로 느끼는 성씨와 안씨 부부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도우미가 파견되고 있는데요,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아이들도 저 혼자 돌보는 것 보다 같이 돌봐 주기에 기분이 좋은 가 봐요.”
예쁜 침대가 놓여 있는 방을 가리키며 “제 딸 방이에요.”라고 말하는 성씨, 딸과 아들을 얘기할 때면 눈가가 촉촉해 진다.
“얼마나 상처가 많은 아이들인지, 저만 찾고 좇아 다닐 때는 마음이 뭉클해지더라고요. 가족은 함께 있을 때가 더 행복한 법이잖아요. 아이를 버리는 나쁜 일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덕하리 나눔터를 나오면서 하늘빛이 참 곱게 느껴진다. 마치 성씨와 안씨 부부의 고운 마음씨처럼.
고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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