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교육/문화
'문근영 vs 김삼순', 어느쪽이 더 순수한가
'아기의 순수' 강조하는 문근영에게는 삼순이의 '현실적 고통' 없다
기사입력: 2005/06/22 [11:17]   울산여성뉴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김헌식 칼럼니스트

때묻지 않은 이미지, 여고생을 내세운 영화나 스타전략은 많았다. 그러나 문근영에게 붙여진 '전국민의 여동생'이라는 단어만큼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다른 이들은 일부의 호응만을 얻어냈다는 이야기다. 분명 문근영은 핑클-이효리같은 '세일러복 스타'나 하지원과 같은 신여고생 스타일과는 다르다. 세일러복 스타나 신여고생들은 신분은 여고생이지만 몸과 얼굴은 성인을 뺨친다. 이른바 섹시한 여고생이다. 달리 말하면 섹시 상품으로 만들어진 여고생 이미지인 셈이다.

반면 문근영에게 따라 붙는 단어는 천진난만의 '순수'다. 문근영의 이 순수는 영화 '어린신부'의 흥행으로 굳어졌고 문근영을 의미하는 상징 기호가 되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순수'는 여고생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순수함이기 보다는 유아적, 아기의 순수함이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이기 때문에 순수한 것이 아니라 청소년인데도 순수한 아기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여고생이라는 코드는 어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순수함이 남아있기 때문에 대중문화에서 선호되었다. 어른은 불순인 셈인지 사람들은 때묻지 않은 모습을 선호하고 그리워하는 경향 때문이랄까.

애초에 예상하지 못했지만 문근영 코드는 한술 더 뜬 셈이었다. 청소년인데도 아기와 같은 모습이 남아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열광을 낳고 말았다. 더 한발 나아가 영화 '댄서의 순정'은 이러한 순수를 연변처녀라는 순수기호와 연관시켰다.

한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다. 과연 순수는 타당하기만 할까. '연변처녀'는 항상 우리-남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대로 순수해야 할까?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때로는 욕도 하고 화도 내고 거짓말도 한다. 아무리 순수한 사람이라도 이와 같다. 마찬가지로 문근영은 순수라는 이미지로 여성을 또 하나의 틀에 묶어 버린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문근영이 남성이었다면 가능했을까? 남성은 순수하지 않아도 되는듯이, 여성의 순수성만을 다시 강조하는 사회적 기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울러 아기같은 문근영 식 여성성의 순수는 '전국민의 여동생'이라는 이름으로 틀 지울 모양이다. 여동생은 그래야 하는 듯이, 여동생은 순수하고 착해야 한다는 이미지에 다시 가둔다.

요즘 여고생은 순수하지 않기 때문에 순수하게 그리면 오히려 상품성이 없는지 모른다. 그보다 더 순수한 이미지가 필요한 셈이다. 얼마나 우리가 순수함에 목말라 있는 것일까? 우리 사회가 너무나 순수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여고생을 넘어 유아적인 순수함에 열광하는 것일까? 어른이 되기 싫어하는 피터팬 신드롬처럼 그것은 사회적인 퇴행은 아닐는지.

순수의 기준은 무엇일까? 아기는 아기의 모습, 여고생은 여고생의 모습이다. 그리고 삼순이는 삼순이의 모습이다. 정작 삼순이에게서 문근영의 모습을 기대한다면 웃기는 일이다. 문근영에게서는 우리나라 여고생, 혹은 여성으로서 겪는 고통이 없다. 오로지 알 수 없는 가상의 유아적 순수함만이 있다.

차라리 순수함을 강조하는 문근영 식 이미지 메이킹보다는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삼순이가 낫다. 그대로 드러내는 삼순이가 훨씬 순수하고 사람다운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삼순이에게서는 고통과 우울, 분노, 기쁨 그리고 인간적인 욕망이 솔직하게 드러난다. 욕설과 비속어들이 거친 입에서 튀어 나온다. 하지만 오히려 김삼순이 더 순수해보인다. 이것 저것 눈치 보고 할 말 못할 말 가리고, 남을 의식해 행동을 가리는 것보다는 훨씬 순수해 보이는 것이다.
만약 문근영에게서 이러한 표정과 행동이 나타난다면 순수하지 못한 것이라 규정되고 상품성이 없어질 것이다. 이 때문에 문근영에게서는 박제된 아기의 순수함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미래의 문근영 모습이 김삼순일 수 있다. 세파에 시달리다보니 문근영이 김삼순이 될 수도 있다. 김삼순의 과거의 모습이 문근영 식 순수일 지 모르지만 지금 현실 속의 삼순이의 모습이 우리들의 어려움을 더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고뉴스 / www.gonews.co.kr
  • 도배방지 이미지

이동
메인사진
[임영석 시인의 금주의 '詩'] 눅눅한 습성 / 최명선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인기기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