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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육
가정폭력,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
기사입력: 2007/04/10 [12:29]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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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숙 울·양피해자지원센터 사무국장

그녀와 처음 만난 곳은 울산구치소 교화과장님의 방이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여성이 남편을 살해하였는데 정신적으로 지지해 줄 사람이 필요한 것 같으니 상담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연민의 마음 반, 호기심 반으로 쾌히 승낙을 했고 만남을 시작 했다.


잔뜩 경계심을 품고 마음 열기를 꺼려하는 그녀와 이런저런 얘기 끝에 아이들 얘기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그녀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워서 함께 손을 잡고 울어버렸던 것을 계기로 마음의 문을 연 그녀와 수차례에 걸친 만남을 가졌다.


남편은 날이면 날마다 술을 마셨고 술만 마시면 폭군이 된다고 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자신도 늘 맞고 살았지만 아이들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밥을 먹을 때 친구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  밥 먹는데 친구가 전화 했다고 때리고, 말을 하면 말한다고 때리고, 말을 하지 않으면 말을 하지 않는다고 때렸단다.


어떤 날은 새를 잡아 목을 비틀어 죽여 손바닥에 얹어 아이들에게 보여주면서, 아빠 말을 듣지 않으면 너희들도 이렇게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그날도 칼을 휘두르면서 모두 죽이겠다고 난리를 쳤단다. 술 취해 자는 모습을 보는 순간 깨어나면 모두를 죽일 것 같다는 공포에 휩싸였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 동물이라고 했던가?  직장에서도 이웃에서도 성실한 여성이 살인자가 된 순간이었다.


누가 이 여자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상습적인 폭력 피해자는 자아 정체감이 상실되면서 판단능력이 상실되고, 무기력해지고 자기도모르는 사이에 매우 폭력적으로 변한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쓴 탄원서에는 ‘ 엄마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내가 했어야 (죽였어야)했는데... 엄마가 하게 해서...’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아빠에 대한 한이 얼마나 컸으면, 엄마에 대한 애처로움이 얼마나 컸으면 그런 말을 썼을까. 어리고 약한 것이 안타까워서 한없는 분노를 키우면서 폭력을 휘두르는 아빠를 마음속으로는 백번도 더 죽이곤 했을 게다.


정신적인 상처 치유를 위해 아동폭력상담소에서 지속적인 상담을 받고 있던 아이들을 데리고 엄마를 면회 갔다.


아들의 신발이 낡은 것을 보고 자기가 신던 신발(먼저출소한 사람으로 부터 물려받은 신발)을 벗어서 아들에게 줘도 되느냐고 묻던 모습에 ‘구치소 내의 물건을 밖으로 내보낼 수 없다는 규칙 때문에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구치소교화과장님도, 옆에서 보고 있던 나도 진한 모성애와 연민의 정을 느낄 수 있어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아들신발을 사 신길 테니 걱정 말라’는 약속을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일일 엄마 노릇을 했다.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자신을 도우는 많은 사회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진작 알았다면 이 지경이 되기 전에 도움을 받을 수 도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며, 그리고 너무 감사하다는 얘기를 했고, 자기도 나중에 출소를 하게 된다면 사회에 도움을 주며 살고 싶다고 했다.


참으로 보람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였다. 이 땅에 모든 폭력이 잠드는 그날까지 내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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