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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육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의 의상
기사입력: 2007/04/10 [12:19]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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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연순 춘해대학 피부미용디자인과 교수
일전에 3년 만에 한국에 온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의 울산 연주회에 갔다.

  필자는 8, 9년 전 쯤에도 그의 연주회에 간 적이 있다. 그 때 필자는 그가 연주했던 바흐의 무반주첼로 모음곡은 물론이고 그의 무대의상에 시각적으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클래식 음악 연주자가 예상을 뛰어넘고 입은 의상스타일 때문이었다. 그는 긴 머리에 징과 반짝이 장식이 된 벨보텀 팬츠(bell-bottom pants: 일명 나팔바지)와 짧은 재킷으로 히피족(hippie)과 같은 스타일을 연출하였던 것이다.

  영혼이 무한정 자유로울 것 만 같은 젊은이와 같은 모습으로 연출한 파격적인 그의 무대의상은 음악과 함께 관객들의 아낌없는 탄성과 환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였다. 그는 세계 각국의 연주활동 시 연주하기 편리하다는 이유로 하늘거리는 블라우스를 비롯해 특유의 화려한 무대의상을 자주 입음으로 ‘쇼맨쉽’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이번 울산 연주회에서 그는 일본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기모노를 가장 현대적으로 잘 해석하며 인체의 자유로움과 움직임을 추구하는 일본출신의 여성이며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이세이 미야케의 의상 2벌을 상하의의 색상을 다르게 해서 공연 내내 바꿔 입고 연주하였다.

  아마 그는 늘 해왔듯이 그 의상이 연주활동에 편리하였기 때문에 입었을 것이다. 게다가 동양인 한국의 무대에서 동양적인 미를 표현할 수 있는 의상이 필요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여러 차례 연주활동을 한 바 있는 그가 하필 일본디자이너의 옷을 입고 연주하는 모습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것은 두 가지 문제를 생각하게 했다.

   우선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의 디자이너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 내에서는 유명 디자이너가 다수 있지만 그들의 브랜드력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역설적으로 한국 전통을 바탕으로 창의적 의상을 만들어내며 마케팅력을 갖춘 패션디자이너의 배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왜 하필 일본 디자이너의 의상이란 말인가? 그는 유태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20대 초반에 강제노동 수용소에 2년 가까이 감금되는 아픔도 겪었고 결국 조국 라트비아에서 이스라엘로 망명까지 하지 않았는가? 그런 그가 일본의 압제를 받았던 우리 민족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할 리 없을 텐데.... 연주를 기획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이런 부분도 잘 검토해 주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까? 적어도 다른 민족으로부터 자기민족에 대한 압제를 받은 경험이 있는 그와 한국인은 최소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정서가 있다.

   필자는 저명한 예술가들이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브랜드의 의상을 입고 연주 및 공연하는 모습을 가끔 보고 싶다. 게다가 한국에서의 활동 시 우리의 정서를 더 섬세하게 배려한 연주 및 공연이라면 더 감동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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