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털같은 섬모를 바람에 흔들며 고개를 숙인 생명체가 있다. 부드럽기로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느낌.
어려서부터 도시에서 성장한 사람은 이 꽃을 잘 알지 못한다. 예전에는 들판이나 강가 둔덕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던 꽃. 할미꽃이다.
꽃의 골격은 넉넉하고 포근하지만 항상 고개를 숙이고 있다. 칭얼거리는 갓난아이를 보살피거나 배고파 징징거리는 손주녀석 얼굴을 바라보는 것 같다.
지나가는 어린아이가 옆에 같이 가고 있는 적지 않은 나이의 아주머니에게 “할미, 어디가?” 라며 말을 건다. [글ㆍ사진 문모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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