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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근
제국(帝國)과 민족(民族)
기사입력: 2019/02/13 [16:56]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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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석근 前 울산시인협회장/수필가     ©UWNEWS

올해는 3ㆍ1운동 100주기를 맞는 뜻깊은 날이면서도 가슴 아픈 치욕의 날이기도 하다. 1919년 덕수궁 함녕전에서 고종 황제가 67세로 흉서(凶逝)했다. 당시에 사인은 확실하게 알 수 없었으나 평소에 건강하던 왕이 이른 아침에 식혜와 차를 마시고 갑자기 쓰려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시신이 갑자기 심하게 부풀어 올랐다. 일제에 의해 독살되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에 분노한 백성들은 2ㆍ8독립선언서의 동력이 됐고, 황제의 인산일(因山日)인 3월 3일을 앞두고 전국에서 모여든 백성들이 3ㆍ1만세 운동에 대거 참여했다. 

 

일제는 장례식날 행렬 선두에 일본의 전통 제례 복장을 한 상여꾼을 앞세웠다. 이는 조선왕조 전통 의례가 아닌 일본식으로 왜곡시킨 장례절차에 민심이 폭발했다. 이렇게 고종황제의 죽음은 대한제국을 마감하고 대한민국으로 탄생하였다. 2ㆍ8독립선언과 3ㆍ1독립선언의 정신을 이으려고 그해 4월에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왕족’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망국의 황제라는 비운에도 고종황제는 네덜란드 헤이그 세계만국평화회의장에 특사를 극비에 파견하고 의병을 이끌며 독립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끝내 나라를 지키지 못하고 국권을 상실하고 말았다.

 

고종은 경기도 남양주의 홍릉에 묻혔다. 고종 앞서 24년 먼저 일본의 자객에게 살해된 명성황후도 청량리 부근의 천장산 기슭의 묘소에서 이장되어 고종황제와 합장 되었다.

 

지난해 문화재청은 덕수궁 인근에 ‘고종의 길’을 조성했다. 일제의 위협을 피해 러시아 공사관으로 도피했던 길이다.

 

한편 대구 중구에서는 고종 아들 순종이 일제 강압에 떠밀려 순행한 일본 건군 신화의 아마테라스 오미카미 위폐를 안치한 ‘황대신궁을 참배한 길(고종황제 남순 행로)’이 있기도 하다. 우리에게는 뼈에 사무치는 아픈 역사의 길이다.

 

고종황제가 나라를 잃은 황제이지만 헤이그 특사를 비롯한 전기와 철도, 은행설립, 투자유치 등 신문명에 앞장서며 최선을 다했던 불행한 군주였다. 이제 100주년을 맞는 3ㆍ1절에는 실패한 군주란 낙인을 탈피하고 재평가되어야 한다.

 

태황제 고종은 1909년 3월 북간도민에게 내린 교유서 내용이 남아 있다. “대한은 나의 것이 아니다. 너희 만성(蔓性:백성)의 것”이라고 선언한다. “자유라야 민이며, 독립이라야 나라다. 민이 쌓여서(積民:적민) 나라가 되는 것이 아니더냐” 라고 했다. 이것이 서양의 근대 정치사상이다. 내가 부덕해서 나라가 일제의 침략을 받아 이 지경이 되었지만 망했다고 하지 말자는 것이다. 고종이 황실을 대표해서 사실상 국민주권을 선언한 것이다.

 

100주년을 맞는 3ㆍ1운동은 국제평화운동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고종황제는 일제와 힘으로 싸우기 쉽지 않다고 생각하여 189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국제평화운동의 힘을 빌리고자 했다. 헤이그 만국평화회의나 노벨평화상 제정, 민족자결주의와도 같은 흐름 속에서 3ㆍ1만세운동이 폭발한 것이다.

 

100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보다 더욱 심각한 국제정세 속에 사고무친한 형국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새 정부 들어 한일관계는 어느 때보다 대립한 냉각상태에 처해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일본은 다시 음흉한 속내를 내보이고 있다.

 

한일합방의 일원이었던 외조부의 망상을 쫓아 헌법까지 개정해 ‘군국주의의 영광’을 재현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는 결코 인류가 걸어갈 평화주의에 역행하는 배신이며, 비겁한 기회주의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몰지각한 인물은 동아시아의 역사에서 평화공존을 배신한 반동주의로 철저히 응징해야 마땅하다.

 

우리는 이제 제국의 아픈 역사의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민국의 참다운 국민으로서 국가의 번영과 안위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굳게 뭉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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