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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도
담배 이야기
기사입력: 2018/05/21 [11:52]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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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의도 건영화학대표/ 국제PEN문학회원     ©UWNEWS

 

  옛날에는 시골에서 대학 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드물고 어려웠다. 공부도 잘해야 하거니와 도시로 유학하는 학비가 만만치 않아 논 밭을 팔아야 겨우 자식을 대학 보내는 형편이었다. 그런 부모의 형편을 알아도 모르는척 하는 불효 아들이 무식한 아버지에게, 용돈을 더 짜내기 위하여 사용했던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다. “아부지요! ‘말보로’ 사게 돈 좀 주이소! “말보로 가 뭐꼬?” “대학 교과서 이름 아잉교.....” “그라머 말보로가 책 이름이가?” “예~”

 

  아주 나쁜 놈 아들이다. 말보로는 미국산 양담배 이름이다. 미국의 MIT 공대에 다니는 어느 가난한 고학생이 있었는데 지역 유지의 딸과 사랑에 빠졌다. 여자측 집안에선 둘을 갈라 놓기 위해 여자를 멀리 친척집에 보내 버렸다. 남자는 그녀를 찾기 위해 며칠을 헤매다가 비내리는 어느날 그녀 집앞에서 극적으로 만났다. 여자가 힘 없이 말했다. “나 내일 결혼해.”

 

  남자는 말 없이 서 있다가 “그럼 내가 담배 한 대를 피우는 동안만 내 곁에 있어 줄래?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종이에 말아 피는 담배는 몇 모금만 빨면 금새 타 들어가는 짧은 시간이 흐르고, 여자는 집으로 들어가고 둘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 후에 남자는 세계 최초로 시간을 끌게 하는 필터가 붙는 담배를 만들어 백만장자가 되었다. 세월은 흐르고 그 여자는 병든 몸으로 혼자가 되어 빈민가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남자는 눈이 내리는 어느날 하얀 밴츠를 타고 그녀를 찾아가서 말했다. “나는 아직도 너를 사랑해 나와 결혼해 주겠어?” 여자는 망설이다가 생각할 시간이 필요 하다고 했고, 남자는 다음날 다시 오겠다고 하고 집으로 왔다. 다음날 남자가 그녀를 찾아 갔을때 발견한 건 목을 매 단채 죽어 있는 그녀의 싸늘한 시신이었다. 

 

  슬퍼하던 한 참이 지난 후. 자기가 만드는 담배에 "MARLBORO"란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다. ”MARLBORO" 는 “Man Always Remember Love Because Of Romance Over (남자는 흘러간 로맨스 때문에 사랑을 기억한다.) 의 약자이다. 

 

  남자에게 첫사랑은 영원하다. 여자는 애기를 낳게한 남자를 기억하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다. 남자는 자신의 감성을 빛나게 했던 한 시절을 무덤까지 안고 간다. 그 기억들을 녹여 만든 촛불을 태우며 산다. 먼 미래가 정말로 내것이 될거라는 보장은 세상 어디에 없어도, 미래란 거창하게 밀려오는 파도가 아니라 지금 내 어깨를 적시는 가냘픈 봄비가 모여 아름다운 미래가 된다.

 

  인간으로 태어나 무덤까지 미소 지으며 안고 갈 추억이 그대에게 있는가?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듯이, 나를 버려야 아름다운 사랑이 맺히게 되는 것이다. 봄비 내리는 날의 오후......  태진아의 노래가 생각난다. 사랑......., 그거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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