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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종합
“아아, 어찌 잊을까?”
울산 전몰군경미망인 일천여명 보훈병원 건립 시급
기사입력: 2006/06/09 [18:12]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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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희 객원기자
▲     © 군경미망인 할머님들

 
6월은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국토방위 임무를 수행하다 전사한 호국영령의 명복을 비는 달이다.
 
해마다 6월이 오면 동족상잔의 비극, 6ㆍ25를 떠올리게 되며, 수많은 국가유공자들의 희생과 공헌에 대해 감사하게 된다.
 
하지만 아직도 당시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하는 대한민국군경미망인들과 그 유족, 무공 수훈자들은 차라리 6월이 더 서럽다고 말한다.

서로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끼리 모여 살아가는 남구 달동 보훈회관 3층 군경미망인들의 사랑방을 찾아가 그들만의 아픔을 들어보았다.
 
울산지역에는 전몰군경 미망인이 1천여 명에 이르는 가운데 매일 사랑방을 찾는 할머니는 10~15명 정도.

5평 남짓한 방에 옹기종기 모여 10원짜리 화투놀이로서 일상의 무료함을 달래기도 하고 절에 간 얘기 병원에서 진료 받은 얘기를 하며 서로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있다.
 
6월이면 단체나 언론에서 찾아와 당시 일을 되새기게 하는데 사실 이때가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라고 한다.
 
미망인회 회원들은 이미 70대 후반과 80대 분들로 구성돼 있다.
 
미망인회 울산시지부 정자이 지부장이 그중 가장 젊다고 말하는데, 연세가 든 탓에 자주 병원을 찾고 있다. 기자가 찾아갔을 때도 정 지부장은 병원에 갈 준비를 하고 있을 정도.
 
이들 미망인회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가 ‘지정병윈’이다. 보훈병원이 있는 서울, 대전, 부산, 광주, 대구 등과는 달리 울산에는 지정병원이 없다.
 
전에는 제일병원과 울산동강병원에 각각 2년과 3년씩 지정병원으로 30%씩 할인을 받기도 했지만 현재 울산병원을 지정병원으로 추진하고 있다.
 
상이군인회는 울산에 지정병원을 두고 있지만 전몰군경유족회와 전 몰군경미망인회는 지정병원이 없어 여간 고충이 심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윤영순(79) 할머니는 “진료를 받기 위해 보훈병원이 있는 부산까지 가려면 차를 타고 내려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기 때문에 힘이 없어서도 못간다”며 “버스를 타더라도 갈아타지 않고 한 번에 갈 수 있는 곳에 병원을 지정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세가 많이 드신 할머니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병원을 오가는 것이다.
몸도 아프고 다리도 불편해 걸음조차 걷기도 불편해 아픈 기억과 같은 몸의 고통에 시련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이곳에 나와 어울리는 건 여염집 사람들은 그 마음을 모르제. 대부분 10대 후반 또는 20대 초반에 남편을 잃고 수절하며 시집살이를 해왔다아이가. 좋은 시절 다 놓치고 몸뚱아리는 병들고 참 서글픈 인생아이가.”
 
짜놓은 듯이 같은 뜻을 전하는 할머니들, 나이 들어 병든 몸이 서럽다며 울먹이고 만다. 이곳 사랑방을 찾는 할머니들 중에는 무의탁 어르신이 몇 분 된다.
 
아들은 없고 딸만 키운 할머니들로 이곳에서 서로 위로하며 여생을 살아가고 있다. 아직도 고운 모습을 간직하고 계신 정태원(78) 할머니는 지난날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스물한 살 때 전쟁에서 남편을 잃고 시골에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이제껏 살았심더. 저희 시어머님이 아흔 넷에 돌아가셨는데, 그간 줄곧 모셨지예. 시집살이 해 가며 혼자서 딸을 키웠는데, 지금 생각해도 참말로 징그러울 정도라예. 근데 어느새 시어머님이 내캉 같이 늙어가데요.”
 
고우신 모습만큼이나 마음씨도 좋은 할머니는 꽃다운 21세 때 혼자가 되셨다고 하니 그 고충을 미뤄 짐작할 수 있을 듯 하다.
 
이때 곁에 계신 할머니 한 분은 “니는 스물한 살 때제, 나는 열여섯에 혼자됐다 아이가”라며 긴 한숨을 쉬었다. 할머니 한 분은 남편 잃고 외아들을 키우면서 갖은 고생을 했지만, 제대로 공부도 못시켜서 한이 된다고 말한다.
 
할머니는 아들도 살기 힘들어 같이 살지 않고 매일 이곳에 나와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울산에는 오래전부터 보훈병원 건립을 건의해 왔지만 번번히 무산되고 말았는데 미망인들이 주장하는 지정병원이 빨리 해결되는 길이 국가를 위해 생명을 바친 호국영령들을 위로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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