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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단상
책 한 권의 철학
"신라에도 여성운동가가 있었나?"
기사입력: 2005/05/24 [10:55]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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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덕순



 
소설 '미실'은 천오백년 전 한 시대를 살다 간 여인을 통해 진정한 힘은 어디서 발원되는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6세기 후반 신라 사회, 신라 전성기의 진흥왕과 전설적 인물 사다함, 왕족 세종과 무수한 귀족 사회를 쥐락펴락 했던 여인, 미실. 그녀는 권력을 부여받은 왕후도 아니고 여염 사가의 규수도 아닌 그렇다고 기생도 아닌 신라왕족의 씨받이 여인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미실은 빼어난 재색과 인생에 대한 철학으로 당대의 영웅호걸들을 맘대로 휘두르며 진취적인 여성성으로 여성상위를 실현한 인물로 재조명되고 있다.
흔히 여성들이 빠지기 쉬운 자가당착적 오류, 여성미가 단순한 미적 아름다움이라는 함정을 벗어나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유혼으로의 갈구, 관능적인 모성, 부러질 듯 부드러운 연약함 이면에 숨겨진 강인한 힘에 기인된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지 않았나 감히 추인해본다.
이 책은 신라시대의 사회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진골 정통에 의한 왕위계승과 왕족의 번성은 곧 권력의 힘이 되는 신분사회에서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대원신통 즉 색공지신이 되는 씨받이 여성이 있던 사회였고 그 여성이 왕족과 사통해서 낳은 자식들은 정식 진골은 아니라도 왕족으로 대우받으며 튼튼한 왕실의 측근이 되는 사회였다.
그러한 신분사회에서 신라 최대의 성군 진흥왕과 2명의 왕, 왕족과의 결합으로 8남매의 자녀를 낳아 번성케 했고 그녀 또한 미와 지혜를 무기로 막강한 권력을 누리게된다.
이 책에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부분은, 과연 그녀의 힘이 어디서 비롯되는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태어났다 소멸되고 죽었다 다시 생성되는 우주만물의 근원이 되는 여성의 자궁, 생명을 잉태하고 키워내는 여성성이 원천일 것이다.
여성의 아름다움을 바탕에 둔 지혜와 여성의 섹슈얼리티, 만물을 편견없이 포용하는 무한한 모성의 자비심이 신라의 남성을 사로잡은 것이 아닐까?
말년에 미실은 화랑도를 이끌며 자연에서 도리를 찾아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라는 천.지.인 사상으로 화랑도를 이끌었고 아름다움의 힘을 지혜로 지키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육신으로 겪은 바를 마음과 정신으로 키워 상생과 박애의 어머니정신으로 정치에도 관여했으니 타고난 미에 자만하지 않고 지혜와 관용과 자비로 남성과 천하를 얻었다. 자신의 적까지도 포용하여 그녀의 치마폭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현상을 남성들은 '아름다운 이치'라 하며 그녀의 지혜의 치마폭에 싸이는 것을 기꺼워했다.
과연 그렇다. 그녀는 외적 아름다운 힘을 가지고 내적 현명함과 인생의 이치를 일찍 깨달아 신라의 남성들과 신라를 모두 얻은 신라의 아름다운 여인이었고 자신이 부여받은 역할과 당대를 가장 충실하고 치열하게 살아냄으로 위대한 여성의 본질을 깨닫게 해준 여성운동의 선구자라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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