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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폭탄주는 군부(軍部)의 음주문화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집단이 폭탄주를 선호해
기사입력: 2006/03/12 [22:08]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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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성 주필.시인

최연희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이 터진 후 엉뚱하게도 폭탄주가 화제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의 박진의원은 지난 3일 최영희 전 사무총장의 성추행 사건은 잘못된 술문화 때문이라며 폭탄주 잔을 망치로 부수는 퍼포먼스를 연출하며 최의원이 공인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건의 발단이 폭탄주이므로 잘못된 음주문화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폭탄주는 마시다보면 이성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  박진의원이 폭탄주 잔을 망치로 부수는 퍼포면스를 연출하고 있다.


우리들이 마신 알코올은 소화기의 점막을 통해 혈액 속으로 흡수되어 약 20%는 위에서 나머지 80%는 소장의 윗부분에서 흡수된다고 한다.
 
알코올의 80%가 소장에서 흡수되는데 맥주나 탄산가스가 들어있는 음료수와 함께 알코올을 마시면 소장으로 넘어가는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더 빨리 취한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이 폭탄주를 마시고 실언을 하여 곤욕을 치른 경우가 무척 많다.
 
최근의 예를 들자면 천정배 법무장관이 기자들과 술자리를 하면서 “×도 모르는 서너 명이 일부신문에 돌아가면서 말도 안 되는 칼럼으로 대통령을 조롱하고 있다.
 
권위주의 시절 같았으면 그런 사람들은 전부 구속됐을 것”이란 발언과 “서울대 나온 사람들이 상고 나온 대통령을 인정하지 못한다”라는 발언으로 세상을 시끄럽게 만든 적이 있다.

그런가하면 한나라당의 주성영의원은 지난해 9월에 국정감사 기간 중에 대구의 한 술집에서 여주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고 지목되어 여론의 질타를 받다가 검찰 조사결과 동석했던 현역 검사의 취중발언으로 밝혀졌지만 이 역시 폭탄주를 마신 뒤였다.
 
또 지난 6월에는 곽성문의원이 대구출신의원 8명과 지역상공인 6명과 골프를 친 후 폭탄주를 돌리다가 노희찬 대구 상공회의소 회장과 말싸움이 벌어졌는데 그 와중에 곽의원이 맥주병을 벽에 던졌고 그 파편에 노회장이 맞자 그도 의자를 집어 들고 싸울 태세를 취하는 등 술자리가 난장판으로 변한 것이 보도되어 세인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아야 했던 사건도 있었다.

그런데 묘하게도 폭탄주를 마시고 사고를 친 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거의가 검사출신인 율사들이란 사실을 발견할 수가 있다.
 
일반인들이 언뜻 생각하면 검사시절의 권위주의가 몸에 베인 탓에 그런 사고를 친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사실은 검찰조직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폭탄주 문화가 가져온 폐단이라는 것이 검찰조직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폭탄주
▲   폭탄주

 
 
 
 
 
 
 
 
 
 
 
 
 
 
 
 
검찰은 신임 검사가 부임하거나 회식자리가 있을 경우는 폭탄주가 주종을 이루는데 폭탄주를 마시는 이유는 “화끈해서”라던가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등의 변명을 하지만 실은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검찰의 음주 전통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인것 같다.

이번에 사고를 친 한나라당의 최연희의원은 대검찰청 공안과장, 서울지검 형사부장 등 검찰의 요직을 두루 거친 분이어서 검찰에서도 이번 사건을 두고 “대선배께서 어찌 그런 일을.” 하면서 당혹스러워하는 모습들이다.

검찰 내에서도 이 폭탄주로 인하여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터지다 보니까 송광수 검찰총장이나 김종빈 총장 재임시에는 폭탄주 근절 운동까지 벌였고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고 검찰 스스로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 검찰 내의 폭탄주 문화가 얼마나 뿌리 깊은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폭탄주는 비단 검찰 뿐만 아니라 과도한 업무에 종사하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집단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마시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폭탄주를 즐기고 있는데 습관화되면 알코올 중독증상으로 전이되어 심각한 고통에 시달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요즘은 대학생들까지도 신입생환영회 등에서 값싼 소주 등을 이용하여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는 풍조가 있다고 한다. 신입생들은 술을 먹지 않으면 동료나 선배 등으로부터 따돌림을 받을까봐서 술을 마시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선배들이 거의 강제적으로 먹이는 폭탄주에 의성을 잃고 본의 아닌 사고를 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그릇된 술문화가 상아탑에 첫발을 들여놓는 젊은이들의 의식구조부터 흐려놓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폭탄주의 원조는 제정 러시아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시베리아로 유형 간 벌목 노동자들이 추위를 이기기 위하여 맥주에 보드카를 섞어 마시게 된 것이 폭탄주의 원조라는데 러시아 혁명 때 볼셰비키들에게 확산되었고 공산주의 운동과 더불어 미국으로 폭탄주가 전파되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항만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위스키의 일종인 스피리트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가 유행했었다고 한다.

미국 몬타나주의 아름다운 전원을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영화에서 형제가 술을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실연한 형이 위스키 믹스를 주문하자 바텐더가 맥주가 가득 담긴 잔에 위스키 잔을 떨어뜨려 형에게 건네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영화가 1920대에 제작된 영화임을 감안하면 미국의 폭탄주 역사도 꽤 오래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60~70년대에 미국 웨스트포인트에 유학 갔다 돌아온 군인들에 의하여 폭탄주가 널리 퍼졌다고 한다.
 
즉 우리나라의 폭탄주는 군부의 음주문화인 셈인데 긴 군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검찰에까지 전파된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오래 전에 폭탄주가 있었다고 봐야한다. 막걸리 한 사발에 소주 한 잔을 섞어 마시는 “혼돈주”가 그것인데 이것도 분명히 폭탄주의 일종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아무튼 이런 폭탄주가 계속 사회의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잘못된 음주문화라면 지금부터라도 폭탄주 추방운동을 벌여야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요즘처럼 먹고 살기가 어려울 때는 폭탄주 한 잔이라도 마셔야 잠이 오지 않느냐고 항변하는 사람들도 있는 실정이고 보면 폭탄주에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도 폭탄주로서는 좀 억울한 면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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