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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모근
환자 볼모한 의사들의 집단행동 납득 안 돼
기사입력: 2024/03/01 [12:22]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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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질병과 질환을 힘들게 지탱하고 있는 국민의 생존에 대한 희망을 볼모로 단체행동을 취하고 있는 의사와 의대생들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다. 의료계에서도 규모에 관한 이견이 있을지언정 의료 인력 확충의 필요성을 원래 인정했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의대 증원이 아닌 의료수가(환자와 건강보험공단이 의료 행위 대가로 지급한 돈)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 안에는 이미 필수 의료수가 인상 계획이 담겼다. 

 

의사들은 또 형사처벌 및 고액 배상 부담을 완화해 달라는데, 이 방안도 정부가 당근책’으로 마련한 상태다. 전공의들이 요구했던 전문의 고용 확대와 전공의 위임 업무 축소 방안도 모두 담겨 있다.

 

의료수가 인상 및 범위 확대와 소송 부담 완화, 전문의 고용 확대 등 정부의 당근책이 의사들 주장대로 구체적이지 않아 믿을 수 없다고 해도, 대다수 전공의의 집단사직과 의대생의 집단 휴직으로 이어질 문제인지 근본적인 의구심이 든다.

 

의대 증원 계획이 담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의 다른 방안에 주목해야 한다. 이 패키지에는 급여·비급여 혼합 진료 금지와 일반의의 개원 제한을 비롯해 의사들의 수익구조와 기존 의료 체계에 일대 변화를 주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필수의료란 응급외상·감염·분만 등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이다. 의사들은 노력 대비 낮은 대가 같은 경제적인 이유로 필수의료를 기피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고자 최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마련해 발표 패키지에 따르면 일정 수준의 수련을 한 의사에게만 개원 면허를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는 의대 교육과정을 마치고 국가고시만 통과하면 의사를 취득해 일반의로 개원할 수 있다. 레지던트 과정을 이수하지 않거나 못한 일반의 중 86%가 ‘피부과 진료’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처럼 개원 허용 기준을 높인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의료 질 향상을 제시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고려한 조처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요컨대 개원 문턱을 높여 인력의 비필수 의료 쏠림을 해소하고 종합병원 필수 의료로 유입하려는 방안이 아니냐는 것이다. 필수의료·지역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정부의 의대 증원과 맞물려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이쯤에서 의대생 또는 의사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 어렵다는 의과 대학에 진학해 갖은 고생을 했는데 이른 시기 고수익 기대감을 키우게 했던 ‘개원의 길’을 까다롭게 만들었다.

 

반면 미용·성형을 비롯해 고수익을 낸다는 비필수 의료보다 근무 환경이 혹독하고 수익 규모도 작은 필수 의료에 남으라니 부담감과 반발심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미래의 의사인 의대생들이 거세게 반대할 만한 사안이다.

 

다음 배경으로는 ‘급여·비급여 혼합 진료 제한’을 꼽을 수 있다. 정부는 비중증 비급여 진료 항목을 급여 항목과 함께 진료하는 것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항목이다.

 

예컨대 혼합 진료는 비급여인 도수치료도 하고 급여가 되는 물리치료도 하는 것이다. 도수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에게 물리치료도 하라는 식의 ‘끼워 팔기’ 혼합 진료가 병원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다.

 

정부 계획대로 혼합 진료가 제한되면 어떻게 될까? 의료기관은 급여 진료와 비급여 중 하나만 선택해 진료해야 한다. 이럴경우 캐시카우(현금창출원)였던 비급여 진료가 사실상 제한돼 ‘개원의’들을 중심으로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도수치료와 백내장 수술 등 비급여 항목 진료에 집중해 큰돈을 만졌던 병·의원들의 수익구조에는 당연히 차질이 생기기 마련이다.

 

의사가 늘어나면 파이는 줄어드는데 주요 수익원인 비급여 진료까지 ‘패키지’로 통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혼합 진료를 통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백내장 수술과 도수치료 등 비급여 항목이 과잉 진료 돼 그간 실손보험 손해율을 악화한다는 우려가 많았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100% 이상이면 보험사들이 적자를 본다는 의미다.

 

그러나 혼합 금지 또한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라는 이름의 자료에 담겼다. 이 역시 의대 증원의 목적인 ‘필수 의료·지역 인력 확충’을 위한 후속 조처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고수익을 보장하는 비급여 진료를 통제해 의료 인력의 시선을 필수 의료에 돌리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비급여 진료 항목은 ‘부르는 것’이 값. 개인의 부담으로 감당하기 벽차 환자들은 실손의료보험을 청구해 비급여 진료 항목을 보장받곤 한다. 개원 전문의의 연평균 소득은 29만 8800 달러(약 3억 9000만 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벨기에(30만 1814 달러) 다음으로 높다.

 

전공의 과정 후 ‘전문의’를 취득해 개원하면 기대 수익이 높아지는데 혼합 진료를 금지하면 이런 기대감이 꺾일 수 있다. 의사들의 집단 사직을 ‘밥그릇 투쟁’으로 보는 시각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이유기도 하다.

 

의사들의 입장은 어떨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5분의1 수가로 진료를 볼수록 적자인 상태를 방관하고 그 적자를 비급여 실손보험 등으로 유도한 것이 바로 정부라고 지적하고 있다.

 

의료계의 기형적인 수익구조에 메스를 들이대 체질 개선하는 의료 개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정부가 애초 방만하게 관리해 지금과 같은 ‘기형적인 구조’가 발생했는데 이를 잡겠다며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의사들의 수익구조와 의료 체계를 한꺼번에 뒤바꾸려 하니 의사들 입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환자들의 생명을 볼모로 삼은 의사들의 단체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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