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여성신문 문모근 기자] 나이들어서도 책이나 글과 가까이하는 것이 좋겠다. 독서가 기억력 유지와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베크먼 첨단과학기술연구소(Beckman Institute for Advanced Science and Technology) 연구진은 독서와 기억력 사이의 인과관계를 시험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에 사용한 책은 일리노이주에 있는 섐페인 공공도서관의 성인 문해서비스(Adult Literacy Services)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선정했다.
이들은 인기 있는 책 위주가 아닌, 참가자들에게 익숙할 만한 책과 스스로 발견하지 못했을 책을 모두 포함하도록 신중을 기했다.
장르도 논픽션에서 미스터리, 보다 복잡한 문학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선택했다.
연구진은 연구 기간 동안 노년층 참가자들에게 아이패드를 대여해 이 책들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아이패드에는 참가자들이 스스로 읽기 진행 상황을 체크하고 추가 설문에 답할 수 있는 사용자 지정 앱(custom app)이 미리 탑재되어 있었다.
참가자들은 8주 동안 일주일에 5일, 하루 90분 동안 책을 읽었다. 대조 그룹의 경우, 책을 읽는 대신 아이패드에 있는 단어 퍼즐을 했다. 진행 상황은 동일한 앱을 통해 추적했다.
연구 시작 시점에 참가자들은 베크먼 연구소의 성인학습연구소를 방문해 작업기억 및 일화기억, 기타 언어 및 읽기 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인지 기능을 평가 받았다. 그리고 연구가 끝나는 8주 후 다시 한 번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예상대로 8주 동안 책을 읽은 그룹은 퍼즐을 푼 그룹과 비교해 작업기억과 일화기억에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
즉, 규칙적으로 적극적인 독서를 한 노인들의 기억력이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책 읽는 동안 일화&작업기억 기능 활발
개인적으로 경험한 사건들에 관한 기억으로 어떤 사건이 언제 어디서 일어났는지, 서로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기억을 일화기억(episodic memory)이라 한다. 일화기억은 책을 읽을 때 이전 장에서 일어난 일을 기억하고 진행 중인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작업기억(working memory)은 정보를 일시적으로 보유하고 각종 인지적 과정을 계획하고 순서 지으며 실제로 수행하는 작업장으로서의 기능을 한다.
작업기억은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최근 단락에서 일어난 일들을 놓치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일화기억과 작업기억 모두 나이가 들면서 감소하는 경향이 있는데, 습관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들은 다양한 맥락에서 이러한 기술들을 일상적으로 연습한다.
독서와 기억력 사이의 관계를 둘러싼 궁금증은 읽기가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작업기억 능력이 독해력을 향상시키는지 여부다.
어느 쪽으로 인과관계가 작용하는지 알면 기억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치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독서와 기억력 사이의 인과적 연관성은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질환의 치료에 대해 몇 가지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연구진은 “우리가 일상에서 이미 하고 있는 자극을 주는 일에 완전히 몰두하는 것에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며 “이것이 아마 정신적 능력을 유지하고 알츠하이머병의 영향을 상쇄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심리학분야 학술지 ‘프런티어즈인사이콜로지(Frontiers in Psychology)’에 ‘”The effects of sustained literacy engagement on cognition and sentence processing among older adult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문모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