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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달 김준호와 평강 손심심의 재피방
대포댁의 레시피 … ‘전어회와 전어구이’
기사입력: 2020/10/13 [17:09]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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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호는 18세에 춘당 김수악 명인을 은사로 소리와 악을 배웠으며, 상징민속학을 전공했다. 해병대 484기이며, 2014년 1월 1일 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 4호 국내 지신밟기 예능 보유자로 선정되어 인간문화재가 됐다. 

  손심심은 17세에 문장원, 양극수, 김동원 명무를 은사로 동래양반춤, 동래할미춤, 동래학춤을 시작하였고, 전통무용을 전공했다.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동래야류 전수조교이고 동래학춤 이수자이다. <편집자주>

 

삼천포 앞바다는 남강, 섬진강이 민물과 만나는 영향으로 먹잇감이 풍부하고, 물살이 빠르고 수심이 얕아서 연근해에서 옛부터 전어가 많이 사식했다.

 

전어는 보통 벼가 노루스름한 초가을이 되면 불포화 지방질이 많아지고 살이 올라 맛이 좋아지는데, 성질이 급하여 물위로 올라오자마자 바로 죽기 때문에 지역 가까이에 밖에 못 먹는 로컬푸드였다.

 

삼천포· 사천 사람들은 아침 장에서 전어를 구해서, 보통 회로 많이 먹었고,  구이로도 많이 먹었다.

전어 내장 중에서 밤처럼 생긴 오돌오돌 단단한 부분이 있는데 이를 전어밤이라 불렀다. 이 부분만 채취하여 젓갈을 담그는데 그 맛 또한 일품이었다.

 

전어는 화살같이 빨리 움직인다고 箭魚라고도 쓰고, 돈이 있어도 못 먹는 고기라고 錢魚라고도 쓴다.

손바닥만큼 작은 고기지만 그 고소한 맛으로 인해 ‘전어 대가리에는 깨가 한 되’,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가던 며느리가 되돌아 온다’, ‘며느리 친정 보내고 문고리 걸고 먹는다’는 등 속설도 많이 있다.

 

요즈음은 양식도 하지만 옛날에는 양식이 까다로운 어류이다 보니 오로지 자연산에 의존했다.

전어는 가난한 남해안 어촌 서민들이 늦여름과 가을 한때 쉽게 접할 수 있는 값싸고 양많고 영양이 풍부한 고마운 어종이었다.

 

몸길이는 한 뼘 정도로 한 입이나 두 입에 머리까지 뼈 채로 먹을 수 있다. 사실 갯가쪽 사람들은 전어뼈 정도는 그냥 씹어 삼키는게 아무일도 아니고 도리어 고소하다고 여겼다.

 

어머니의 고향 삼천포는 전어가 많이 나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입추가 지나면 전어가 제맛이 나는데 요즘은 활어차로 서울까지 가지만 70년대에는 아침에 잡으면 성질이 급해 바로 죽는 고기라 연안 사람들만 회로서 먹는 호사를 누렸다.

 

먼저 전어를 손질하는데 어머니는 그 스케일이 달랐다. 요즈음 사람들은

전어 머리와 내장과 뼈를 제거하고긴 몸통을 잘게 썰어 식감을 부드럽게 하지만, 어머니는 전어의 비늘을 벗기고 머리와 내장만 제거하고 뼈 채로 전어를 반 토막을 내고 토막에 가벼운 칼집을 두 번을 내는 방식을 썼다.

 

그래서 그 반토막짜리 하나를 양념을 묻혀 깻잎에 싸서 먹으면 입안 가득 뼈 채로 씹히는 포만감과 고소함과 향긋함에 금방 취해 버렸다.

 

고향집 부뚜막 솥 옆에는 한 되짜리 누런 청주병 두 병에 시큼한 막걸리식초가 담겨서 있었다. 바로 촛병이었다.

 

주로 막걸리를 먹다가 남은 것을 부어 발효를 시키는데, 그 시큼한 식초로 초장을 만들어 음식을 하면, 특히 갯가 지방의 비린 음식의 잔감을 없애주고, 항균과 탈취효과도 있어 집집마다 촛병 두 병 정도는 기본으로 있었다.

 

막걸리식초는 발효식품이기에 일정한 온기가 유지되어야 하고 청결해야 했다.

그래서 어머니는 촛병을 하루 세 번 불을 다루는 깨끗한 부뚜막에 두어 술을 붓고, 자주 촛병을 흔들어 발효를 촉진했다.

또 산소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촛병의 주둥이는 솔잎으로 막아두었다.

 

전어회를 그렇게 썰어 그냥 된장에 찍어 먹어도 맛있지만, 무엇보다도 이렇게 만든 막걸리 초장에 채소와 버물어 먹는 전어무침이 압권이었다.

 

전어 토막에 무채와 깻잎채, 초고추장, 마늘, 잔파, 깨소금, 땡고추, 붉은 고추, 깨소금, 설탕을 적당히 넣고 참기름 몇 술을 두른 다음 가볍게 버물어 먹으면 가을들판이 입으로 들어가는 황홀감에 빠졌다.

 

이 전어회 무침은 들에서 일을 하는 중참으로 나가는데 시원한 탁배기와 항상 함께였다. 들일을 하는 일꾼듵은 대포댁의 전어회 무침을 최고로 쳤다.

 

중참을 이고 오는 대포댁이 보이면 낫으로 속이 꽉찬 알배기 배추 한 포기를 쩍 갈라 놓았다. 배추 알배기 노란 속잎에 전어회 무침을 싸서 질겅 씹으면 순식간에 매콤달콤 시큼한 전어향이 온몸을 감싸고 거기다 탁배기 한 잔을 걸치면 가을 하늘이 성큼 커지고 빨간 잠자리가 머리끝을 맴맴 돌았다.

 

전어구이는 참 간단했다. 전어 통 채로 비늘만 벗기고 몸에 칼집을 어슷어슷 내고 굵은 소금을 뿌려 바로 구워도 되고 한나절 건조 시켜 구워도 맛있었다.

 

전어는 기름기가 많아 직화로 굽는 것이 제맛을 더하는데 어떤 불에 굽느냐가 맛을 좌지우지 했다.

 제일은 솔가지, 깻대, 콩대가 탄 숯불에 굽는 전어였다. 전어에 은근하게 솔향, 깨향, 콩향이 배어들어 조선간장에 잔파, 고춧가루를 풀어 키얹어가며 구우면 더 맛있었다.

 

그 다음은 연탄불 구이다. 명불허전, 은근한 연탄불에 구우면 그 향기가 십리는 갈 정도로 사람의 코를 자극했다. 소금만 뿌려도 맛있고, 조선장에 찍어 먹어도 밥과 술을 당기는 맛이 가히 고소함의  왕이었다.

 

오늘따라 고향바다와 그 연초록의 벌판과 그물에서 팔딱거리는 전어와 

“와 전에 몇 바리 꾸 주까”하는 투박하고 정겨운 사투리와 잊을 수 없는 그 분들이 그리워진다.

[출처] 대포댁의 레시피 전어|작성자 김준호손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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