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서정구사 자연 예찬에 푹 빠진 시인
[울산여성신문 원덕순 기자] 울산 언양에서 태어나 울산의 아름다움을 시로 그려내는 서종주 시인이 네 번째 시집 『새벽달』 을 ‘문학공원’에서 펴냈다. 전체 64편으로 구성된 이번 시집은 울산광역시와 울산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출간됐다. 작가의 말에서 서 시인은 “좀 더 나은 알갱이를 바라는 농부의 마음이지만, 그래도 부복함은 늘 함께한다. 날씨를 탓하고 땅을 탓하여 아직 만족하지 못한 모자름을 간직한다.”고 작품집 발간에 따른 소회를 밝혔다.
문모근 시인의 해설을 보면, 서종주 시인은 시냇가에 흐르는 물과 같은 사람이다.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하기 전부터 가까운 고향을 이야기하면서 학창시절 배내골 골짜기에서 시간을 보낸 이야기를 자주 했다. 그래서 서 시인의 시는 시골을 무대로 한 작품이 많다. 그는 시골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으면서 그 풍경 속에 들어있는 아름다운 사연도 빼놓지 않는다. 사실 요즘 이런 시를 쓴다는 것은 젊은 시인들에게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같으면서 비슷한 그림을 그려가는 모습이 좋아 보이고 더욱 정감이 간다. 서종주 시인은 우리나라 문단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자연 예찬에 푹 빠진 시인이다. 오롯하게 봄과 여름과 가을, 그리고 겨울을 노래하고 있다. 요즘 젊은 시인들이 추구하는 작품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한결같이 봄을 노래하고 여름을 들여다 보기도 하면서, 가을과 겨울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새벽 산책길에 또 만났다.
초저녁부터
동쪽에 나타나서는
이제까지 서녘 중천 저기에
머물고 있는 달을,
이때까지 무얼 하다
여기까지 밖에 못 왔을까?
의심을 하는데
산 어귀에 들어서자, 알겠다.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를 가지고
자기만의 시를 쓰고
자기만의 그림을 그리고
있었나보다.
따라 쓰고, 그리고(圖) 싶다고
생각하는데
동녘 산언저리에서
붉은 여명이 얼굴을 붉힌다.
-「새벽달」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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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이 시집의 제목이 된 표제 시다. 초저녁에 뜬 달을 보다가 시인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다. 시인이기에 비단 시를 쓰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몇편을 쓰고 어느정도의 시를 쓰고 있는지 돌아본다. ‘앙상한 겨울 나뭇가지를 가지고/자기만의 시를 쓰고/자기만의 그림을 그리고/있었나보다//따라 쓰고, 그리고(圖) 싶다고/생각하는데/동녘 산언저리에서/붉은 여명이 얼굴을 붉힌다.’ 시인은 앙상한 나뭇가지로 표현하는 자신을 느끼면서 자기만의 시와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시 쓰기에 대한 시인의 깊은 고민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대부분의 시인이 자기 자신만이 표현할 수 있고, 자신만이 나타낼 수 있는 시어를 찾고 있지만, 그만큼 나만의 시를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서시인은 자신만이 그릴 수 있는 장치를 가지고 있다. 시집에 들어있는 작품 전체에 잔잔하게 흐르고 있는 서 시인의 성품이 그것이다. 시편 하나하나마다 들어있는 자상함과 이해, 긍정과 사랑이 가득한 것이 그것을 증명해 주고있다.
시집 가운데 시‘축축하다’를 보자. 비 내리는 풍경은 시시각각 다르다. 아침이 다르고, 한낮이 다르며, 저녁 시간이 다르다. 거기에 늦은 밤 조용하면서 처연하게 내리는 비는 생각하기에 따라 그 의미가 깊다. 더욱이 시인과 함께 하는 빗소리는 매우 중요한 시간을 간직하게 만든다. 비가 내리는 곳에는 우리가 평소 접하지 못했던 다양하고 많은 소리가 존재한다. 그 소리도 시간의 흐름에 맞추어 달라지곤 하는데, 서종주 시인이 접하고 있는 늦은 밤에 듣는 빗소리는 하염없이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게 한다. 그러고 보니 서종주 시인의 시는 이번 네 번째 시집을 내기까지 어떤 굴곡이 있거나, 달라지거나, 틀이 바뀌거나, 내용이 변하거나, 흐름이 멈추지 않고 있다.
그저 한결같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 시인으로 받아들이는 세상의 변화와 유행의 바뀜, 문학사조의 흐름에 별다른 흔들림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이 태어나서 수십년을 살다보면 몸의 변화에 따라 입고 있는 옷도 바뀌고 먹는 음식도 달라지며, 신고 있는 신발과 머리 스타일도 바뀐다. 십년이면 세상이 바뀐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시인으로 등단한 지 25년을 맞는 서종주 시인의 세상은 등단 전과 등단 후의 세월을 합치면 이미 칠순을 맞고 있다. 시인으로 시를 쓰고 문학지에 발표할 때마다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떻다는 이야기와 함께 시의 패턴을 바꿔 보라는 권유를 얼마나 받았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시각으로 시인만의 감성으로 다른 생각 없이 오로지한 부분을 존경한다. 거기에‘모처럼 시집 내는데 손주녀석들 이름도 넣으면 좋겠재?’하면서 싱긋 웃는 얼굴에 행복이 가득한 것이 보였다. 자연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자연을 닮기를 갈망하고 꾸준히 자연을 보고 있는 서종주 시인의 자연세계가 얼마나 더 깊은 사유로 나타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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