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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
<연애의 목적> 에로스와 프쉬케의 결합
우리 시대의 사랑담론을 발칙하게 담은 앙큼한 영화
기사입력: 2005/05/27 [18:41]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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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대중문화산업팀장

▲영화<연애의 목적>    

 
연애(Love) :어떤 이성(異性)에 특별한 애정을 느끼어 그리워하는 일, 또는 그런 상태.


저속한 언어를 사용하며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카피를 보면 싸구려 영화라 미리 판단해 버리는 이유는 뭘까. 에로영화에 대한 편견일까.

처음 만난 이성에게 대뜸 "연애 한 번 하자"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당신을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어요"란 말은 왠지 로맨틱하고 지적으로 들린다.

이는 '사랑은 순결하고 지고하다'란 가치관(정신적 사랑)을 강요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금까지 우리의 본능(육체적 사랑)을 억압해왔다는 증거다.

영화<연애의 목적>은 관습에 억압된 진부한 러브스토리가 아닌, 현대 청춘남녀가 어떻게 사랑하고 아파하다 헤어지는지에 대한 과정과 심리를 솔직하게 그린 멜로영화다(에로영화가 아니다).

▲영화<연애의 목적>

#첫 만남의 설레임


영화는 첫 장면부터 관객들로 하여금 내러티브에 몰입할 것을 요구한다.
교사인 유림(박해일 분)은 교생실습을 나온 홍(강혜정 분)에게 추근대며 영화내내 노골적인 직설화법으로 등장, 교생인 홍을 당황스럽게 하지만 홍도 내심 싫지는 않은 듯 유림과의 끈적한 만남을 지속한다.

유림에게 섹스는 관심을 표현하는 상징으로 보여진다. "나 너랑 자고 싶어"는 "나 너한테 관심있다"로, "연애만 하자고요, 연애만"은 결혼으로 인해 변질될 수 있는 사랑에 관한 냉정한 고찰처럼 다가온다.

어느덧 가볍게 시작한 영화는 이내 사랑에 관한 두 남녀간의 대립으로 이어지며 다(多)문화 속 다양한 연애방식이 있다는 걸 이해해간다.

섹스만 생각하는 교사라는 설정을 통해 정체성의 혼란과 함께 제도권으로부터의 일탈을 노린 감독의 의도를 엿볼 수 있으며, 반대로 교생인 홍은 보편적 가치관을 끝까지 지키려 노력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열림'과 '닫힘'으로 표현할 수 있는 두 인물간의 심리전은 지고함을 바탕으로 한 억압받고 왜곡된 사랑등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하며 열린 마음을 주장하는 유림과 사랑은 감정이 우선한다며 닫으려는 홍과의 한바탕 연애담론을 펼친다.


 
#상처를 안고


홍에겐 한때 사랑했던 남자에게 배신당했던 기억이 왜곡된 상처로 남아 있다. 더 마음을 열지 않으려는 그녀에게 사랑은 정의돼 있지도 않으며 정의할 수도 없을 만큼 머리 아픈 일일 뿐이다. 

흡사 스토커와도 같은 유림의 집착(유림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관심이다)에 싫은 내색을 하던 홍에게 드디어 집착이 관심으로 느껴진 순간, 이들은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고 몰래 사랑을 시작한다.

다툼 속에 사랑의 감정이 핀 걸까. 아니면 감정없는 섹스를 한 걸까.  감독은 이 장면에서 사랑이란 고정관념을 과감없이 깬다. 다툼,  삐침, 집착, 육체의 갈구 이 모두가 사랑이며 과정이라고 외친다.   

영화 속 두 남녀가 주로 만나는 장소인 소각장은 진실은 없고 거짓과 가면만 존재하는 현대사회에 대한 통렬한 풍자적 상징이다. 홍이 왜 사랑을 믿지 않고 마음을 닫은 이유도 유림이 이런 그녀의 마음을 열기 위해 이런 것도 사랑이라고 외치던 이유도 함께 존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두 사람에게 소각장의 연기는 진실로 대변되며 남은 재는 상처와 왜곡된 진실 뿐이다.

▲영화<연애의 목적>

한 감독은 연애는 여행과도 같다고 말한다. 떠나기 전의 설레임과 여정에서오는 즐거움 그리고 훗날의 추억이 되듯이 말이다.

<연애의 목적>은 진부한 소재를 두고 보편적 가치와 독특성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우리 시대의 사랑담론을 발칙하게 담은 앙큼한 영화이며, 에로스(육체)와 프쉬케(정신)의 완전한 결합을 그린 흥미로운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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