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교육/문화
"누가 스승을 평가할 수 있다는 말인가" ?
교원평가제, 객관성 확보가 문제이지 평가 여부 입씨름은 낭비
기사입력: 2005/05/24 [09:23]   울산여성뉴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최원호 칼럼니스트

교육계의 가장 큰 화두 가운데 하나는 교원평가제 도입이다. 이를 둘러싸고 교육부와 교원 및 학부모단체에 이르기까지 각기 제목소리를 높이며 연일 투쟁에 투쟁을 거듭하고 있다.
 
교육정책 도입과정에서 벌어지는 교육부와 교원단체간의 힘겨루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교원평가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다.
 
물론 기존의 교원근무성적 평정과 이번에 시행하고자 하는 교원다면평가 방식은 형식이나 질적인 면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그러나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공기업과 사기업뿐만 아니라 공무원 조직에서조차 개인별 업적평가를 시행하는 것이 현재의 추세임을 감안할 때 교원평가제 시행은 당연한 일이다.
 
교원평가가 객관적이고 타당성 있는 평가도구에 의해 평가되어야 한다. 문제는 평가방법이나 요인에 있어 전문성과 신뢰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질적 평가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교원평가는 연중 일회 실시하는 근무성적 평정으로 형식적인 평가에 불과하다.
 
잘 가르쳤는지 잘못 가르쳤는지를 평가하기보다 속된말로 평정자인 교장이나 교감에게만 잘 보이면 되는 것이지 다른 것에 신경 쓸 이유가 전혀 없다. 공교육을 되살리기 위한 최상의 방법은 교원평가제를 통하여 양질의 교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교육활동에서 교직의 권위는 가르침에서 비롯된다.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모든 열쇠는 교원에게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교사의 질적 향상과 교육의 질은 비례한다.
 
평가를 통한 신뢰성 확보만큼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교육은 충분히 회생할 수 있음을 확신한다. 당연히 교원 상호간에도 좋은 평가를 위해서는 경쟁력이 치열해지고 교육활동을 위한 연구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례로 대학 교수평가 제도를 통해서 대학교육이 질적으로 향상되고 변화되는 모습을 보고 있다.
 
다만 평가대상이나 방법에 있어 이왕이면 다수가 신뢰할 수 있고 평가의 객관성을 향상시켜 주는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중요하지 평가 여부를 두고 씨름을 하는 것은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평가방법에 있어 이견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교육당국에서는 그 폭을 좁히기 위해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교원평가를 시행할 경우 가장 민감한 문제는 누가 평가 주체가 될 것이냐 하는 점이다.
 
특히 평가대상인 교원들에게는 평가 결과가 자칫 퇴출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기에 평가 주체가 누가 되느냐 하는 것이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 학부모단체는 교원평가에 참여하여 이를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로 삼으려 하고, 교원단체는 이에 반대하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다.
 
필자는 교원평가에 학부모나 학생을 참여시키는 것에는 반대한다. 사실 웬만한 평가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객관적으로 평가를 내린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학부모가 한 시간 공개수업에 참여한 후에 평가 체크리스트에 따라 객관적인 평가를 한다는 것은, 특별한 개인적 능력을 배제하지 않는 한 거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평가요소 자체가 학부모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이들 눈높이에 맞도록 각기 다르게 구성되어야 하지만, 그럴 경우에도 이들이 평가할 수 있는 요소는 극히 일부분이다.
 
굳이 평가라고 하기보다 설문에 불과하며 그러한 항목 정도는 이미 정량화된 수치로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교사들에게 더 큰 심리적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강의평가제가 좋은 실례이다. 대학에서 강의 평가를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객관적인 평가기준에 따라 교수를 평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잘못 가르쳐도 선심 쓰듯이 학점을 주는 사람에게는 좋은 점수를 주는 반면, 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원리원칙을 강요하는 교수에게는 정반대의 평가를 하는 일이 빈번하다.
 
그 결과 휴강이나 학적관리 등 외형적인 부분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교육자로서의 소신과 철학으로 후학들을 양성하고자 하는 자세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강의평가 결과를 시간 배정과 연봉 책정 등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때문에 교수들은 종종 학생들의 비위나 맞춰주고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
 
하물며, 초중등 과정에서 학생들을 평가에 참여시킬 경우 얻는 것보다는 잃을 것이 더 많아 보인다. 평가의 본질을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어 자칫하면 교직사회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을 고려하여 평가의 당위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교육 살리기에 일조하는 평가제도가 조속히 시행되길 기대한다.
 
교육저널 논설위원 최원호 <교육학 박사, 한영신학대학교 겸임교수, 한국교육상담연구원 원장>
  • 도배방지 이미지

이동
메인사진
[임영석 시인의 금주의 '詩'] 눅눅한 습성 / 최명선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인기기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