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사회/교육
안중근의 혈서와 이광재의 혈서
기사입력: 2005/05/23 [11:55]   울산여성뉴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채수경 칼럼니스트

손가락을 의미하는 영어 ‘finger’의 어원은 고대 고지 게르만어 ‘fingar’, 고대 스칸디나비아어 ‘fingre’, 고대 영어 ‘fif’와 연결되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섯’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영어로 ‘다섯 손가락’을 ‘five fingers’라고 하지는 않는다. ‘four fingers and a thumb’이라고 하여 엄지를 따로 떼어내 구별한다. 실제로 엄지는 나머지 네 손가락과 확연히 다르다.
 
손가락뼈를 수지골(手指骨)이라고 하는데, 수지골은 기절골(基節骨)·중절골(中節骨)·말절골(末節骨)로 구성되어 있으나, 엄지에는 중절골이 없이 기절골과 말절골 뿐이다.
 
또 손바닥을 구성하는 중수골(中手骨)과 기골절 사이의 관절 역시 엄지의 경우 굽혔다 펴기만 가능한 접번관절(蝶番關節)인 반면 나머지 손가락들은 자유로운 방향으로 운동할 수 있는 구관절(球關節)로 되어 있다. 그래서 “그는 손재주가 없다”는 말을 영어로 “His fingers are all thumbs”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무지(拇指)라고도 불리는 엄지는 나머지 네 손가락과 유일하게 맞닿음으로써 손(手)의 엄마(母) 역할을 한다.
 
엄지 못지 않게 중요한 게 둘째손가락이다. 나머지 네 손가락들 역시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다”는 속담에서 보듯 엄지에 상응하면서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지만 그 중에서도 집게손가락, 검지, 식지, 인지, ‘forefinger’ ‘index finger’라고도 불리는 둘째손가락은 엄마 손가락 바로 옆에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손가락 집안의 맏딸 큰아들이 되어 대소사를 돕는다.
 
뭔가 가리킬 때, 물건을 집을 때, 젓가락질이나 글씨를 쓸 때, 엄지와 함께 둥근 모양을 만들면 돈 또는 ‘OK’를 나타내며, 가운데 손가락과 함께 쭉 펴서 V꼴을 만들면 승리를 의미하며, 다문 입에 갖다대면 ‘조용히 하라’는 신호가 된다. 또 총기의 방아쇠를 당기는데 쓰여 둘째손가락에 이상이 있으면 군복무가 아예 면제된다.
 
병역 기피를 위한 이중국적자들의 국적 포기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유전 게이트’의 회오리에 휘말려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 이광재 열린우리당 의원이 지난 86년 오른손 둘째손가락을 스스로 잘라 같은 해 병역면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983년 연세대 화공과에 입학한 이 의원은 85년 신체검사를 받고 2급 현역입영대상 판정을 받았으나 86년 입대할 때 오른손 둘째손가락이 없어 곧바로 귀가 조치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의원 주변에서는 “노동운동 중 부상으로 잘렸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반면 이 의원 본인은 ‘우통수의 꿈’이라는 책에서 태극기에 혈서를 쓰기 위해 자른 것으로 기술하고 있어 어느 쪽이 진실인지 헷갈릴 뿐만 아니라 “혹시 군대에 가기 싫어 일부러 둘째손가락을 자른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고개를 쳐들고 있다.
 
견월망지(見月忘指)가 아니라 견지망월(見指忘月), 말골절 없는 몽당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하늘을 보니 달이 없다.
 
안중근 의사도 혈서를 쓸 때 약지를 잘랐건만 하필이면 둘째손가락을 자른 이 의원의 속셈도 아리송, 손가락을 잘라 혈서를 써야만 진심을 전달할 수 있다고 믿는 야만도 아리송...잘려져 나간 말골절은 진실을 알 텐데....그 말골절은 어디서 썩어 문드러지면서 무엇을 가리키고 있을까?
 
<미주세계일보 주필>
  • 도배방지 이미지

이동
메인사진
[임영석 시인의 금주의 '詩'] 눅눅한 습성 / 최명선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인기기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