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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향
나에게도 올 수 있다
기사입력: 2013/11/06 [17:16]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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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주향 
성주향 부부상담소장
엄마가 딸을 보고 “아지매”라고 부른다. 딸을 알아보지 못하고 멍청하게 허공만 바라보며 과거를 까마득하게 잊어버리는 ‘치매’는 상상만 하여도 무섭다. 일생을 자식 위해 살아 온 삶인데 그 사랑하던 자식마저 몰라보다니 제발 걸리지 말아야 할 병이다. 평소 시어머니는 늙어서 치매와 중풍은 걸리지 않기를 소원하셨으나 팔순을 넘기면서 결국 치매를 앓았다. 지난 날 온갖 좋았던 얘기를 들려드리지만  무덤덤하게 있을 뿐 반응이 없고 달덩이 같다며 좋아하던 아들도 몰라보니 기가 막히는 병이다.

  암이 가장 무서운 줄 알았다. 60대 이상 10명 중 4명이 치매이고 15분마다 1명씩 치매 환자가 발생한다는 고령화 사회의 심각한 문제이다. 치매노인이 4년 새 27%나 급증하고  10년 후에는 1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노인에게만 오던 치매가 스트레스 많은 젊은 연령층에도 늘어나고 있다. 치매는 뇌 세포가 손상되거나 파괴되어 일상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지적 능력이 저하되거나 기억장애, 온화한 성격이 공격적으로 변하고 인격이 황폐화 되며 가족에게도 큰 부담이 되는 질환이다. 병수발에 지쳐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간병(看病) 자살'도 연간 300건이 넘는다니 간병이 그만큼 힘이 든다는 것이다. 

  이 태영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초대소장의 치매 소식은 큰 충격이었다. 여성 판사가 되기까지 공부하고 많은 저서 집필과 사회활동을 하였는데, 감히 뇌세포가 그렇게 손상되리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미국의 전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영국의 전 헤럴드 윌슨총리 등의 치매를 보면서 뇌를 많이 쓰면 치매에 거릴지 않는다는 말에 회의도 느낀다. 언제 어느 때 누구나 걸릴 수 있다면 나 또한 예외일 수 없다. 

  “당신이 치매에 걸린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라고 치매전문의에게 물었다. 치매가 의심될 경우 지체 없이 진단을 받고 가족에게 알림으로써 이상행동이나 성격이상이 나타날 때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고 대답했다. 또한 치매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생활 습관인 뇌세포를 놀리지 않도록 무엇이든 외우도록 훈련하면서 평소의 생활습관을 바꿀 것이며, 질병이 악화되어 재산관리 능력 상실이 되기 전에 미리 유언장을 써두겠다고 한다.

  치매 소재 영화인 ‘네브래스카’는 일흔이 넘은 아버지 우디그랜트(부루스던)가 치매증세를 보이더니 어느 날 갑자기 당첨 상금 100만 달러를 받기 위해 네브라스카주 링컨에 가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틈만 나면 집을 나와 네브라스카로 하염없이 걸어가는 아버지를 본 아들 데이빗(월포르테)이 아버지를 네브라스카로 모시고 간다. 아버지를 단념시키기 위해서이다. 결국 영화는 아버지 우디가 6.25전쟁참전 후 말없이 매일 술만 마셨던 과거를 알게 된다.

  ‘치매’는 노망이나 바보 멍청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남이 알까 싶어 숨기기 쉽고 창피하게 생각하여 조기 진단의 기회를 놓칠 수가 있다. 노유증(老幼症), 인지저하증, 노심병이란 병명이 붙여진다면 접근하기가 훨씬 합리적이고 용이할 것 같다. 치매는 조기발견이 중요하며 희망을 갖고 기억력 향상과 뇌세포운동을 위해 유산소 운동과 함께 얘기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평소 건강을 맹신해온 필자도 걱정이 앞서 뒤늦게 치매보험에 가입하였다.

  후천적 장애는 지식인이나 재력가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오니 나에게도 올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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