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시편
김 영 재
오르는 길 멀고 길지만 머무를 시간 너무 짧구나 이제껏 오르지 못하고 멀리서만 바라본 곳 단 한번 꼭 오르고 싶었던 내 삶의 정수리
내 대신 누가 험한 산길 오르고 오르겠느냐 두 무릎 꺾이며 꺾이며 어리석었던 나를 버렸다 산아래 고요히 누운 세상 아! 그걸 보며 나를 또 꺾는다
시인은 해발 1915m로 우리나라(남한)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을 오릅니다. 한 걸음씩 쉼없이 오르는 자세는 매우 겸허합니다. 정상에서 산 아래의 세상을 봅니다. 왜소한 자신의 모습뿐만 아니라 바쁘게, 욕심 많게 살아왔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습니다.
‘단 한 번 꼭 오르고 싶었던’ 삶의 정수리도 생각하며...
김영재시인은 전남 승주에서 출생하여 1974년 ‘현대시학’으로 데뷔했습니다. 1998년 중앙시조대상을 수상했으며, 시집으로는 「참나무는 내게 숯이 되라네」「다시 월산리에서」「사랑이 사람에게」「절망하지 않기 위해 자살한 사내를 생각한다」「화엄동백」등이 있습니다.
나를 또 꺾는다? 이건 철저한 자기 반성을 통한 새로운 시작입니다. 한 해가 술렁술렁 빠져나가면 곧 새해 아침이 밝아 오겠죠? 산을 오르듯 겸허한 삶을 산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오는 새해는 그러한 삶이길 기원해 봅니다.
추창호시인 약력 경남 밀양 출생/ 울산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계간 ‘시조와 비평’ 및 ‘월간문학’ 신인상/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울산시조 사무국장 및 울산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시조집 <낯선 세상 속으로>/ 시조전문웹사이트 ‘시조사랑’(http://user.chollian.net/~ckd18) 및 동시조교실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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