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데스크 단상
“내 제사 지내지마라!” (?)
기사입력: 2010/02/01 [14:52]   울산여성뉴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원덕순 발행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내 제사를 지내지 마라”하고 자신의 사후 제사는 받지 않겠다고 과감히 말하고 나선 한 여성의 발언에 대해.
표현의 자유가 있는 민주주의사회이니 곧바로 찬반 대립된 의견이 나오겠지요만 이것이 한 여성운동가의 사회운동을 전제로 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짚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숭유억불의 조선시대 유교사상의 지배하에서 살아온 우리의 관습으로 보자면 ‘호주제폐지’만큼이나 큰 논란이 될 거라는 예감이 듭디다.

우리가 사는 지구촌은 눈이 핑핑 돌 정도로 스피디하고 인간이 사는 사회는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광속보다 더 빠른 것은 아닌지...

이런 속에서 가장 더디게 변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인간의 의식, 이데아라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인간 사상이 변화하는 데는 빠르게는 50년, 늦게는 100년이 더 걸린다고 합니다. 특히 그것이 사회적 관습이나 통념일 땐 더욱 느려지겠지요.

 이 여성이 주장하는 ‘내 제사 거부’의 배경을 살펴보면 호주제가 성차별의 하드웨어라면 제사는 가장 핵심적인 소프트웨어라고 주장합니다. 한국여성의 지위를 나타내는 여성권한척도에서 하위권에 있는 우리나라의 문제가 바로 전근대적인 가정문화에 있다고 유추됩니다. 

제사를 지내는 풍속도를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법도에 맞게 갖은 음식을 장만한 후 상을 차리고 집안의 어른부터 차례로 절을 합니다. 여성들은 제사에 참여시키지 않죠? 요즘은 세태가 변해 여성들도 절을 합니다만 아직도 유교사상이 강한 데는 남성들만 제사에 절을 할 수 있습니다. 며느리 딸 아내라 불리는 여성들은 음식을 장만하고 갖다나르는 역할. 남성들은 술잔을 기울이고...이러한 모습을 열거하지 않더라도 우리네의 불합리하고 수직적인 부계혈통 중심의 관혼상제 문화에 대해 반기를 들고나올 만 하겠지요.

남성중심의 결혼문화, 혼주중심의 혼인문화에 대해서도 여성들의 반기는 계속돼 왔지요. 집안끼리의  결합혼인에서 개인과 개인의 만남인 남녀대등한, 당사자 중심의 결혼에 대한 요구와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명절날의 가정풍속도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이슈지요.

고래로 전 가족이 모이는 명절날의 모습들도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유교의 가부장제는 ‘원포주방’해야 한다고 가르쳐 남자들은 주방 근처에도 못가게 할뿐더러 음식을 만들고 챙겨먹이고 설거지 뒤치다꺼리는 모두 여성의 몫이어서 명절이나 제사때나 집안에 큰 일이 있을 때면 여성들은 하루종일 부엌을 떠나지 못하는 것이지요.

이 또한 부당함을 말했을 때 나쁜 아내, 나쁜 며느리가 되기 때문에 말할 수 조차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지요.

오죽하면 어느 사회학자가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고 했을까요?

여성을 가정에 묶어두고, 여성을 부엌에 묶어둔 것이 얼마나 큰 손실을 초래했는지는 현재 여성들의 능력을 끌어내고 그 힘을 활용하는 나라가 세계에서 부국강대국이 되어있다는 현상을 보면 잘 알 것입니다. 

그나마 감히 조상들을 섬기는 일에 대해 지극정성인 우리의 관습과 사상으로 보면 감히 입밖에도 낼 수 없었던 제사의 부당함을 “내 제사는 지내지 마라”는 말로 사회에 선전포고햇다고 보면 대단한 용기라고 봅니다.

“중국에서 3300년 전에 아버지와 형을 거역한 자가 자신의 권력을 합리화하기 위해 만든 불순한 기원이 제사입니다. 조선시대에도 평민이나 상민은 제사를 지낼 수 없었습니다. 제사를 지내면 잡혀가서 곤장을 맞은 이런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인 문화가 제사입니다”

제사의 바른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돌아가신 조상을 기리는 아름다운 전통, 가족만남의 기회인 제사를 좀더 민주적이고 가족들의 상호이해와 만남의 자리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조상을 기리는 아름다운 미풍양속을 아름답게 지켜나가는 것은 딱히 법도에 얽매이거나 허례허식, 비민주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조상을 섬기는 제사에 대해 진정으로 감사하는 마음과 정성으로 생전의 모습을 기리고 복을 빌 수있는 제사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 제사 거부운동’을 펼쳐갈 것이라고 발표한 여성운동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 바입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내 제사 지내지마라!” (?) 관련기사목록
이동
메인사진
[임영석 시인의 금주의 '詩'] 눅눅한 습성 / 최명선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인기기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