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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교육
추미애는 왜 조순형에게 사과하지 않는가
상처받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먼저 손 내밀 수 있어야
기사입력: 2005/08/30 [16:52]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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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재 칼럼니스트

중앙일보와 네이버의 추미애 관련 기사 삭제
 
<추미애, 다시 정치한다면 민주당에서 안 할 것>의 제목으로 네이버 메인에 실린 중앙일보의 기사가 8월 29일 밤, 인터넷상의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사는 추미애 전 의원과 만났다는 한양대의 한 동문이 한 말을 민주당 관계자가 전해듣고, 이를 다시 중앙일보 기자에 전해준 것으로 파악되었다. 벌써 두 명의 입을 건너 언론사 보도로 이어진 것이다. 추미애 측의 항의가 있었는지 이 기사는 이미 네이버에서 원문 삭제가 되었다. 익명의 한양대 동문이 익명의 한 민주당 관계자에 전해준 것을 기사로 적은 중앙일보의 기사와 이를 메인에 걸어놓은 네이버의 편집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언론중재법이 대폭 강화되었고, 한나라당의 전여옥 의원이 발의할 인터넷언론의 소명권 보장관련 법 등이 논란이 되는 시점이라면, 중앙일보와 네이버는 보다 신중한 보도와 편집을 하기 바란다. 또한 추미애 전 의원 측은 언제든지 언론중재법을 통해 오보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을 숙지할 필요도 있다. 추미애 개인에 대한 불리한 기사는 아마 비단 오늘 뿐 아니라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 만큼 추미애 전 의원은 정치세력 모두에게 표적이 되어 있는 셈이다.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추미애
 
중앙일보의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가자, 강성 민주당 지지 사이트인 남프라이즈에서는 추미애 전 의원에 대한 비판글이 줄을 이었다. 아니, 추미애가 귀국하기 전부터 이미 남프라이즈에서는 반 추미애 정서가 사이트에 크게 반영되고 있었다. 현재 남프라이즈 메인에 떠 있는 논객 취선의 글 <추며 귀국선물> 중 일부이다.
 
“귀국해서 횡설 수설 씨부리고 다니는  모양인데
머 치매걸린 노친네 방귀 소리보다
못한 똥찬설에 귀기울일 정열까진 없고-----

다음에 총선 나오면 전국 수석(꼴찌에서)
으로 떨어뜨려 드리께.
먼 공부 하는지 모르지만
돈 떨어지면 귀국공연이랍시고 
주접떨며 몇푼 긁어가는 연예인
흉내는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으.“

 
아마도 민주당 지지자들의 정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매우 의아해할 것이다. 추미애는 노대통령 탄핵 당시 민주당 상임중앙위원이었고, 탄핵 이후 삼보일배를 통해 민주당 살리기에 나서지 않았던가? 오히려 탄핵 직후 열린우리당 지지자들로부터 집회에서 “추미애 XX년”이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증오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금 논객 취선의 글에서 느껴지는 추미애에 대한 증오는 탄핵 당시의 친노세력의 증오에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물론 아직까지도 친노세력들의 추미애에 대한 증오가 멈춘 것도 아니다. 친노 사이트 서프라이즈에는  탄핵보도가 1면에 실린 신문을 읽고 있는 추미애 사진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심각한 욕설 댓글이 따라붙는 것은 물론이다. 추미애가 귀국 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노대통령을 향해 “개혁을 위해 통합을 버렸고, 지금은 통합을 위해 개혁을 버리려 한다”고 우려했지만, 추미애야말로 분열된 두 세력,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공공의 적으로 몰리고 있다. 그야말로 분열의 극한 지점에 서 있는 게 아니겠는가?
 
추미애가 추다르크가 되기까지
 
추미애는 대선 전 얼마 되지 않은 노무현 후보를 지지한 현역 의원이었다. 대선 운동 내내 현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노 후보로부터 신뢰를 받았고, 마지막날 급기야 한국의 대처로서 차기주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물론 이는 후보단일화에 합의했던 정몽준을 견제하기 위한 발언이었지만, 어찌되었든 추미애는 정동영, 천정배 등과 함께 대선 공신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맹활약을 펼쳤다.
 
정동영, 천정배, 신기남 등이 여당 당의장과 원내대표, 그리고 장관으로 초고속 승진을 하는 동안 추미애는 총선 패배를 곱씹으며 미국에서 묵묵히 공부해야하는 처지로 몰락한 이유는 전적으로 그의 선택 때문이었다. 그는 노무현이 주도한 신당 창당에 합류하는 대신 서서히 침몰하는 민주당에 그냥 남아버린 것이다. 그의 민주당 잔류론은 월간 인물과사상 2004년 1월호에 자세히 나와있다.
 
“대통령이 지지세력을 나눠버렸습니다. 국민통합을 약속했던 대통령으로서는 그 자체가 하나의 배신행위가 될 수 있죠.
한나라당 지지세력과 민주당 지지세력은 큰 차이점이 있어요. 한나라당 지지세력은 우리 사회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세력, 함께 나누기보다는 성장이란 미명 아래 기득권이나 기회를 독점함으로써 어떻게 보면 부를 축적하고 그것을 사수하기 위한 세력이라면, 민주당 지지세력은 우리 사회의 좀더 건전한 양심세력으로서 암울했던 시절에 반독재 투쟁 대열에 섰던 사람들이고 또 그것을 지지했던 사람들이죠.
 
지역적으로는 물론 호남 지지 기반을 갖고 있지만 그것이 결코 역사적으로 정의롭지 못한 것이 아니고, 또 호남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공평한 기회를 갖지 못했던,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사회적으로 지위가 열악한 사람들을 대변했던 정당이죠.
 
이런 정당의 가치에 대해서, 뭐라고 할까요, 자신의 신권력 지도를 그리기 위해서 반개혁세력이라는 극단적 용어까지 구사하면서 지지자들의 자긍심마저도 훼손시키고 상처를 남겼죠. 제가 볼 때는 일부 신당을 만든 사람들이, 신당의 위치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답을 못하는 거에요.“
 
그리고 구체적으로 노대통령의 지역주의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노무현 동진정책이 신당을 만들어서 지금 민주당을 호남당으로 폄훼하고, 몰가치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리고, 단순한 지역 정당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그 자체가 정의롭지 않은 것이죠. 그러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단순히 민주당을 정치적으로 이용만 했다고 비판하는 것이지요.

노 대통령이 민주당에 대한 역사 인식이 부족했다, 또 호남이 소외와 차별에서 벗어나려는 자신도 좀 있고 소망이 있어서 영남출신 후보를 선택했던 것인데, 호남 사람들의 그런 소망에 비해서 노 대통령이 깊이 있게 성찰하지 못했다, 단순히 영남에서 민주당 후보로 떨어져서 각광받은 스타로서만 있었지, 왜 호남이 소외와 차별에 대해서 상처를 받고 벗어나려고 했는지, 그런 소망 속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왜 그렇게 열렬히 지지했는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보는 거에요.“

 
추미애는 바로 이러한 지역주의관과 민주당 존재론을 내세워 정치적 환경 상 최악의 조건이었던 지난 4.15 총선에서 민주당의 선봉에 선다. 그러나 탄핵을 거치면서 이미 게임은 사실 상 거의 끝난 상태였다. 오히려 추미애는 이 과정에서 크나큰 정치적 상처만 받게 된다.
 
 40대 중반의 재선의원이 짊어진 정치적 무게
 
탄핵 이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고민했던 중간층이 대거 이탈하면서 추미애 지지층이 민주당을 완전히 빠져나갔다. 추미애의 지지층이라 하면 전통적인 호남세력 이외의 수도권 개혁지향세력일 텐데, 이 중 후자가 등을 돌린 것이다. 그 뒤, 추미애는 선대위원장 자리를 놓고 조순형 대표와 갈등을 벌이면서, 온건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신뢰를 잃게 되었다. 온건한 민주당 지지자들은 당내 갈등을 봉합하여 이제는 그만 제대로 한번 선거라도 치르고자 했던 사람들이었다.
 
물론 당시 가장 주된 책임은 당대표였던 조순형에게 있었겠지만, 온건한 민주당 지지자들이 추미애에 걸었던 기대가 워낙 크다 보니 그 실망감은 모두 추미애에게 향하고 말았다. 마지막으로 조대표와 옥쇄파동을 벌이며, 김옥두 의원 등의 공천을 취소했다가, 전통적인 호남지지세력의 공적이 되고 말았다.
 
3월 12일 탄핵부터 4월 15일 총선까지 불과 한달 사이에 추미애는 자신을 지탱하고 있던 지지세력의 거의 전부를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물론 이미 민주당 분당을 거치면서 열린우리당으로 떠났던 또 하나의 추미애 지지세력까지 포함한다면, 추미애는 그야말로 유에서 무로 전락한 것이다. 과연 추미애는 용서받을 수 없는 자였을까?
 
하나하나 과정을 따져보면 한 정당의 상임중앙위원 그리고 선대위원장으로서의 맡은 바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는 없다. 실수가 연속적으로 나온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 분당과 탄핵, 그리고 조대표와의 옥쇄파동과 총선 등은  도무지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정치판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당시 추미애는 지명도만 높았다 뿐이지, 한갓 재선에 40대 중반의 국회의원에 불과했었다.
 
한 사람이 맡아서 올곧게 처리하기에는 너무나 큰 정치적 흐름이 대한민국을 뒤덮었다. 추미애와 달리 현실정치에서 한발 떨어져있는 이 시대의 논객 강준만 조차도 정치적 절필을 했던 상황이 아니었던가? 강준만은 훗날 절필의 이유를 여러 가지 예를 들며 설명했다.
 
“이제 정말 지겹다는 독자들의 항의를 염려해서? 싸우는 게 지겨워서?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이 미쳐 돌아가는 모습에 환멸을 느낀 데다 그들과 싸워야 한다는 게 더욱 싫어서? 내가 무슨 말을 하건 그건 모두 민주당에 대한 지지, 애정, 미련, 또는 동정의 일환으로 여겨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정신이 좀 돈 사람들에겐 세월이 약이라는 믿음 때문에? 세상을 살다보면 오직 시간만이 해결해줄 수 있는 일이 있는 법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노무현 정권, 아니 국가와 민족에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판단 때문에? 조금씩은 관련이 있었을 것이다.”
 
강준만과 추미애의 차이는 강준만에게는 휴식과 세월이라는 처방이 있었지만, 추미애에게는 실전의 전투만이 있었다는 점이다. 강준만은 같은 글에서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찍은 호남인들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탄핵과 총선, 나침반 없이 뛰었던 민주당과 추미애
 
"호남인들이 김대중은 물론 노무현에게도 90%가 넘는 몰표를 주었을 때, 그들은 심약했던가? 아니다. 그들은 전혀 심약하지 않았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어떻게 보건 전혀 개의치 않았다. 대담무쌍했다. 그런데 왜 그런 호남인들이 갑자기 심약해진단 말인가? 오래 생각할 것 없다. 답은 ‘실용성’에 있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대통령 당선은 호남인들에게 실용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대담할 수 있었지만, 실용성이라곤 눈을 비비며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민주당에게서 무얼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말이다.“
 
강준만의 지적은 분명 일리가 있으나, 다른 부분도 같이 짚어줄 필요가 있다. 탄핵 때부터 총선까지 한국의 언론, 특히 진보와 개혁을 표방한 언론이 어떠한 태도를 보였는지 말이다. 또한 진보 지식인들이 어떠한 칼럼을 써댔는지, 그것을 지적하지 않고는 호남인의 선택을 일방적으로 비판하기는 어렵다.
 
당시의 분위기는 민주당이 죽어 없어져야, 개혁을 완수할 열린우리당이 살고, 한나라당을 박살낼 수 있다는 집단적 광기로 휩싸여 있었다. 이에 반론은 커녕 약간의 다른 목소리만 내더라도 호남 밥통 기득권 수호자로 몰리기 일쑤였고, 현실적으로 그 어떤 지식인도 강준만의 생각과 유사한 글을 쓰지 않았었다.
 
강준만이 절필한 순간 강준만의 생각은 한국 언론에서 아예 사라진 것이다. 진보 지식인, 특히 호남출신 진보 지식인들 스스로 호남 여론을 주도하며 열린우리당으로 올인을 건 상황에서 평범한 호남인들의 자율적 투표의지를 어떻게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언론과 지식인 상황만을 보면 그야말로 생각보다도 민주당 지지표는 그나마 많이 나온 것이다.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을 출입했던 기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열린우리당이 큰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왜냐하면 심정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던 젊은 기자들이 열린우리당이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곧바로 기사로 지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 기사는 열린우리당을 죽이는 기사가 아니라 그야말로 살리는 기사였다. 열린우리당의 큰 실수를 미연에 방지해줄 수 있었다.
 
반면 민주당 관련 기사는 어떠했던가? 조금이라도 더  민주당 내분을 부추기고, 가급적 더 강하게 민주당의 호남철밥통을 강조하는 기사가 난무했다. 물론 그것이 거짓이나 왜곡보도란 말은 아니다. 문제는 열린우리당의 정치인들이 하루하루 쏟아지는 언론의 기사를 보며, 큰 방향을 잡아가는데 도움을 받았던 반면, 추미애와 조순형 등 민주당 지도부는 도무지 어떻게 큰 그림을 그려야하는지 그 누구로부터도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추미애의 입장대로 호남의 동교동파들을 공천에서 탈락시키며 민주당 물갈이에 나서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조순형의 입장대로 그래도 얼마 안 남은 선거인데 민주당 세력을 모두 끌어안고 가는 것이 정답인지, 컨설팅을 해주는 사람도 없었고, 심판을 봐주는 사람도 없었다. 이들은 그야말로 안개 속에서 자신들의 측근들의 감에 의존하여 목숨을 건 도박을 펼친 셈이다.
 
과연 그 어떤 정치인이 이런 상황에서 몰락하는 정당을 회생시킬 수 있었을까? 좀 더 멀리서, 그리고 높은 곳에서 정치판을 보는 논객조차도 글의 방향성을 잡기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 정치인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다시 강조하지만 40대 중반의 재선 의원에게는 말이다.
 
과연 추미애는 민주당을 배신했는가?
 
추미애는 총선 이후 민주당과의 관계정립 없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뒤 국내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며, 평소 공부하고 싶다던 햇볕정책 계승과 관련한 국제문제 연구에 집중하는 듯하다. 안타깝게도 이 과정에서 추미애는 또 다시 자신의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청와대로부터 연이어 입각 제의를 받은 사실이 공개되고, 이에 대해 거절은 했지만 호의적인 답변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으로부터 섭섭하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들었고, 남프라이즈 등의 민주당 지지 사이트에서는 추미애는 곧 노무현보다 더 한 악의 축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또한 뉴욕에서의 기자 간담회 때 노무현 대통령의 대미외교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도 이미 반노무현 세력으로 굳어진 민주당 지지자들을 자극했다. 총선 패배 이후 추미애가 노무현 쪽으로 기울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기도 했다. 과연 추미애는 변한 것일까?
 
그 속마음이야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표면적으로 나오는 추미애의 발언만 본다면 추미애는 본질적으로 크게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추미애의 현 거주지가 미국의 중심인 뉴욕이라면, 추미애의 발언은 조금 다른 각도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속으로 미워도 한국의 지명도 있는 정치인이 뉴욕에 가서 자국의 대통령의 대미외교를 비판할 수야 없지 않겠는가? 오히려 이런 점은 노무현식 막말을 퍼붓는다는 추미애의 약점이 총선의 패배 이후 서서히 극복되는 징후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발언이라는 것이 그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발언의 대상자, 그리고 위치도 중요하다는 점을 책임있는 정치인이라면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노무현이 대통령직을 맡은지 2년 반이 지났는데도 아직 못 깨닫고 있다면, 이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닌가 보다.
 
오늘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개혁을 위해 통합을 희생시켰는데, 이제 통합을 위해 개혁을 희생시키는게 아닌가”라며 우려한 것도 그런 관점에서 파악해볼 수 있다.
 
아무래도 노대통령 쪽에 가까운 매체, 데일리서프라이즈는 오마이뉴스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추미애가 “개혁과 통합이 수레바퀴처럼 잘 굴러갔으면”이라고 말한 대목을 따서 <추미애, 노대통령의 연정 성공하길 바란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과연 이 제목이 정확한 것인지 데일리서프라이즈는 한번 검토해보기 바란다. 똑같은 내용의 기사를 세계일보는 <추미애, 노대통령 대연정 우려>라는 제목을 달았으니 말이다.
 
추미애는 조순형에 손을 내밀 수 있어야
 

중앙일보의 두 다리 건넌 인용보도, 그리고 데일리서프라이즈의 건너 뛰는 제목 등은 추미애 개인에게는 어찌되었던 매우 악의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그 모두 추미애와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의 갈등을 부추기는 보도이기 때문이다. 마치 총선 직전 조순형 대표와의 갈등을 정도 이상으로 부각시켜 실제로 이를 성공시켰던 언론의 태도와 무척이나 닮아있다.
 
더구나 데일리서프라이즈가 친노개혁세력을 대변하고, 중앙일보와 네이버가 보수파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이는 심상치 않은 일이다. 그 어떤 정치세력도 추미애와 민주당이 화해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심지어 현 민주당 지도부 조차도 그렇다는 것 아니겠는가? 현 민주당의 한화갑 대표 역시 추미애와 조순형의 복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일찌감치 표명하기도 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추미애에게 정치적 돌파구는 있는 것일까?
 
아마도 답은 추미애 본인의 마음 속에 있을 것이다. 총선 전 조대표와의 갈등 때 추미애는 큰 그릇의 정치를 보여주지 못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글 하나 남기고 연락을 끊어버리는 등의 행위를 반복하기도 했다. 그리고 진위야 어찌되었는지 모르지만, 조대표의 손을 들어준 김경재 전 의원에 대해서, 지역구까지 방문했는데 지지유세 발언 한 마디 하지 않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한다. 이런 사소한 모든 것들이 모여 지금의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반추미애 정서를 구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추미애 개인으로서는 백번 억울한 일일 것이다. 스스로 지역구마저 포기하며 민주당에 몸을 던졌는데 어찌 지지자들로부터 역적으로 몰려야 되는지 이해를 못할 수도 있다. 부산에서 연거푸 세 번 떨어졌지만, 떨어질 때마다 지지자들로부터 눈물과 박수를 모아간 노대통령과 비교해도 추미애의 형편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일찌감치 정치를 포기하고 다시 법관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유권자 탓, 지지자 탓만 해서 무엇하랴. 정치를 지속하겠다면 추미애 스스로 풀어나가는 방법밖에 없지 않겠는가?
 
우선 추미애가 민주당 자체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민주당의 존재 이유에 대해 역설했던 그 신념이 변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이 민주당에 대해서 너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재 민주당을 대놓고 지지하고, 민주당에서 활동하라는 것이 아니다. 추미애가 민주당을 지키겠다고 나섰을 때의 민주당과 지금의 민주당에 과연 무슨 차이가 있을까?  인물들의 수준이나 정당의 시스템이나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 아니던가? 그렇다면 피해자의 역사적 맥락에서의 민주당에 대한 연민어린 발언이라도 해주어야지, 그간 추미애에 기대를 걸었던 지지자들의 마음을 풀어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더도 말고 노대통령에 대해 국외거주자로서 호의적으로 발언하는 정도만이라도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진심어린 애정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아무리 개판 5분전이라도 추미애가 일찍이 지적한 민주당의 과거는 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김대중 대통령을 방문해서 들은 얘기가 일치해서 흐뭇한데요. 제가 민주당을 지키려고 하는 것은 반독재 투쟁에 앞장서 민주화를 앞당기는 데 공헌한 당이고, 그런 분들이 모여 있는 정당이다. 또 통일 얘기만 하면 빨갱이라고 정치적인 박대를 받을 때 유일하게 비전을 제시한 정당이다, 그런 정당은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민주당이 유일한 정당이기 때문이죠.”
 
더 나아가, 민주당 지지자든 혹은 전 의원이든 당직자든 추미애로부터 상처를 받은 사람들이 꽤나 된다는 점도 알아두었으면 한다. 남프라이즈를 방문해보면 알겠지만, 추미애에 대한 증오는 사실 상처로부터 나오는 것들이다.
 
추미애로서는 이해가 안 될 수도 있겠지만, 노무현에게 상처를 받은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은 추미애로부터 상처를 받았다. 마지막의 옥쇄파동만 없었더라도, 한번 해볼 수 있었다는 그 아쉬움과 한은 쉽게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 분당과 비교하면 그 규모야 워낙 작겠지만, 총선 직전의 공천자 교체는 합리적인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노무현식 숙청과 매우 닮은 방식이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는 민주당 분당 내내 공포감으로 조장되었던 호남 숙청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이 점에 대해서 추미애는 늘 스스로 성찰하고 반성할 수 있어야 한다.
 
추미애가 좋든 싫든 이미 민주당 분당 시절 민주당에 남았고, 탄핵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그가 열린우리당 쪽과 가까이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랬다간 총선 직전까지 했던 추미애의 발언 모두를 다 뒤집어야 할 것이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훗날 어떤 방식의 통합을 위해서 노대통령에 날선 발언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어찌되었든 자신의 핵심 지지층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그건 정치인으로 성공하기 이전에 사람과 사람의 문제이다. 증오는 대부분의 경우 상처로부터 나오고, 추미애와 민주당 지지자들 스스로 만들어낸 상처는 스스로 극복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원인을 따지기 전에 추미애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의 책임이 더 막중했고,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지금도 일반 지지자들보다야 그의 역할이 더 크기 때문이다.
 
지지자들과의 직접 소통이 어렵다면, 어차피 민주당과 현재 거리가 있는 조순형 전 대표라도 찾아가, 사과할 것은 하고, 오해를 풀 것은 하루라도 빨리 푸는 것이 좋다. 아무리 정치적인 관계라지만,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엄연한 장유유서 법칙도 있는 것이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나이 70이 다 된  선배 정치인에게 도의적인 사과라도 하는 것이 옳다. 그 역시 과정이야 어떻든 민주당의 볼모지인 대구에서 출마하며 자신을 희생한 정치인 아니던가.
 
더구나 현재 추미애의 정치적 잠재력이 조순형보다 더 크다면, 이 때문이라도 추미애가 먼저 머리를 숙이는 것이 합당한 일이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반감도 서서히 줄어들 것이다. 이는 추미애가 민주당에서 정치를 하든 하지 않든 상관없이 인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다.
 
집단 왕따와 이지메
 
사실 한국일보 논설위원 고종석의 <추미애를 위하여>란 글에서 민주당보다 추미애가 더 중요하는 내용을 보고, 필자는 이제는 인물보다는 정당 시스템이나 정책을 논해야 한다며 그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인물 중심의 지지, 인물중심의 담론의 폐해는 이미 노무현 한 명이 충분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미애의 경우, 진보언론이든 보수언론이든,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이든 민주당 지지자들이든 기회만 있으면 집단 이지메를 가하고 있기 때문에 정의적 차원에서 글 한 편 정도는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총선 직전 민주당에 줄섰다는 비아냥을 받아가면서까지, 묵묵히 민주당
관련 칼럼을 썼던 이유도, 민주당이 좋아서,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었다. 별다른 근거도 없이 한 정당을 완전히 죽이겠다는 집단 왕따, 이지메는 나쁜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추미애 관련 글 역시 마찬가지일 뿐이다. 
 
 “정치인은 책임을 감당함으로써 검증을 받을 수 있는 것이고, 검증을 거부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노출시키고 활동을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는 정치인으로 커간다면, 저 자신에게도 바람직하겠다 하는 얘기인데요, 더 이상 구체적인 얘기는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추미애 의원이 이 말을 현재까지도 지키고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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