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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치
개성-박연폭포 등 첫 시범관광
기사입력: 2005/08/29 [10:28]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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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기자
개성 민속려관은 38선 이남에 있어 전쟁의 포화를 피할 수 있었다. 전통 한옥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민속려관의 하루 숙박료는 외국인의 경우 50달러다.


개성시범관광 첫날 개성 주민은 남쪽 손님을 맑게 맞았다.

26일 500명의 관광객을 태운 버스는 도라산 남북출입국 사무소를 거쳐 두시간만에 개성 시내로 들어섰다. 간판이 없고 색칠을 하지 않은 건물들이 낯설게 다가왔지만 집집마다 화단에는 정성껏 가꾼 화분이 가지런히 놓여 정겹게 다가왔다.

건물과 풍경의 낯설음은 사람이 풀어줬다. 길을 오가고 창밖을 내다보던 주민들이 수줍은 듯 손을 흔들어 관광객을 맞았고, 상이군인들이 일한다는 ‘영예군인약공장’에서는 건물을 수리하던 직원들이 땀을 훔치며 담 너머로 두 손을 흔들었다.   

차창 밖으로 사진을 찍거나 주민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것은 제한했지만 관광객에게 개방된 선죽교, 숭양서원은 주민들의 거주지와 맞닿아 있어 북한주민이 오가는 모습이 한눈에 보이고,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가 담장을 넘었다. 반세기 만에 고향을 찾은 관광객에 대한 배려였는지 숭양서원 옆의 ‘개성시문화관’에서는 학생들이 연주하는 ‘고향의 봄’이 창 밖으로 흘러나왔다.   

정몽주가 살던 집인 숭양서원. 숭양서원에 올라서면 개성 시내가 시원하게 시야에 잡힌다.


개성에서 북쪽으로 16km 떨어진 박연폭포를 찾아가는 길은 물가에 멱 감는 아이들, 밭일하는 사람들, 풀을 뜯는 황소가 눈을 편안하게 했다. 평양과 개성을 잇는 고속도로에 올라서자 개성시내에서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던 송악산도 머리를 풀어헤치고 누운 여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개성 출신 실향민이 많아 관광지에서는 따로 안내원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반세기전 뛰놀던 마을길, 학교, 동무들과 소풍가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개성 원정국민학교를 졸업한 박성호 씨(68세)는 당시의 모습을 설명하며 회상에 잠겼다. 남쪽의 관광객이 반세기 전 개성의 모습을 설명하고 북쪽의 안내원은 들었다. 이제 선죽제1중학교로 바뀌었다는 답변에 박 씨는 안내원에게 ‘내 후배 있냐’며 한 발짝 더 다가섰다.

1950년 3월 1일 선죽교에서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가져온 윤정덕씨(71세). 노인은 소년의 마음으로 다시 그 자리에 앉았지만 세월은 주변의 나무를 아름드리로 키웠다.


일본 강점기 일본인들이 도시의 노른자위를 차지할 때도 개성만큼은 일본사람이 시내 들어와 살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도시였다는 개성 자랑에는 남쪽 관광객과 북쪽의 안내원이 한마음이었다.   

마포구에 사는 윤정덕씨(71세)는 1950년 3월 1일 선죽교에서 친구들과 찍은 사진을 가져와 다시 그 자리에 섰다. 사진을 보면 “살아서 올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다는 윤 씨는 55년 만에 꿈에 그리던 선죽교 돌 위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세월이 흘러 손에 잡히던 나무는 아름드리로 자랐지만 어릴 적 놀던 선죽교는 고향을 찾은 노인에게 한없이 작게만 보였다.

1958년부터 1968년까지 ‘대한뉴스’를 진행하던 박종세 씨(71세)도 고향을 찾았다. 10살도 안돼 어머니의 손을 잡고 박연폭포에 올랐던 박 씨는 60년 만에 어머니 대신 아내의 손을 잡고 박연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잠시 머무는 ‘고모담’을 한없이 바라봤다.  

황진이와 서경덕의 이야기를 전하는 박연폭포. 사람들이 서있는 너럭바위에 황진이가 머리를 풀어 글씨를 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금강산에서 북한의 땅을 경험한 관광객들은 여유롭게 북측 안내원에게 다가갔고, 개성공단 직원과 외국인을 상대해온 판매원은 “사진 찍으면 물건을 사셔야 합니다”라며 능숙하게 손님을 다뤘다. 보안성원은 “많이 취재해가서 알려 달라”며 개성관광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개성 시범관광은 오는 9월 2일과 7일 두 차례 더 이어진다. 시범관광이 원만히 이뤄지고, 관광비용 등의 논의가 확정되면 본격적인 관광이 시작된다. 금강산이 북한의 땅을 열었다면, 개성관광은 북한 주민이 살아가는 모습까지 함께 보여줬다. 남과 북은 그만큼 더 다가서고 있다.

"사진을 찍으면 물건을 사셔야합니다"라며 능숙하게 손님을 다룬 북측 판매원. '과일단물' 옆에 콜라 맛이 나는 '코코아탄산단물'과 사이다와 비슷한 '레몬탄산단물'이 있다.


고려 성균관의 건물 내부를 전시공간으로 활용해 고려시대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고려박물관. 수령 500년이 넘은 은행나무와 느티나무가 성균관의 오랜 역사를 말한다.


개성명물 '11첩 반상'. 진홍치마저고리를 입은 '의례원'(종업원)이 손님 사이를 사뿐사뿐 다니며 손님 수발을 든다.


북측 기자단이 처음으로 개성을 찾은 남측 일반 관광객을 일정 내내 밀착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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