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水葬에 대하여 / 이승하
바다에서 죽은 사람들은 바다에서 산다 풍랑과 함께
어디 가겠는가 바다
태어난 곳을 고향이라 하지만
죽은 곳이 고향인 사람도 있다
한 번 죽어 영원한 살 수 있는 곳
뭍에서는 이상하게도
하는 일마다 엉켰다고
바다는
시작도 바다고 끝도 바다
섬은 잠시 정박하는 곳
육지는 오래 정박하는 곳
관 속도 아니고 수목 아래도 아닌
바다를 무덤으로 택한 사람들
태풍이 올 때 크게 웃고
해일이 올 때 춤추리
바다에서 죽은 사람들이 바다에서 온다 파도와 함께
계간 『주변인과문학』2020년 봄호에서
글을 읽으면서 언어가 싸워야 할 주체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자연인가, 사람인가, 아니면 특정한 대상이어야 하는가.
언어는 사뭇 공격적이면서 수비적인 말을 갖고 있다. 그 언어의 한 부분인 詩, 단단하면 단단할수록 그 시의 곁에 붙어 사는 말이 멀어져 간다. 반대로 말이 많으면 많을수록 붙어 사는 말은 많은데 말속의 뜻이 없다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말은 시인들의 언어의 공격 대상이다. 또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잘 수비해서 견뎌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칼날인지, 칼 등인지는 칼을 잡은 사람의 마음에 달렸다.
이승하 시인은 수장(水葬)은 바다의 파도에 의해 정해진다는 결론을 갖고 죽음의 시간을 정리하고 있다.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듯, 바다의 파도와 싸워야 살아남는다. 그 파도의 물음에 답하지 못한 걸음은 모두 죽음을 맞는다. 좋건 싫건 바다는 파도의 힘이 균형을 완성한다고 본다.
때문에 '바다에서 죽은 사람들이 바다에서 온다 파도와 함께'라고 말을 한다고 본다.
사람의 언어는 참 고약하다. 살아 있는 사람의 편에서 다루어지는 칼이다. 그러니 그 언어의 간격이 죽음의 크기에 따라 다르다.
죽음의 힘에 따라 언어도 그 소리가 다르다. 목숨 지닌 것, 언어를 이기려면 진실해야 한다. 그 진실이 권력인 양, 돈인 양 착각하는 이가 있다.
시인 임영석
시집 『받아쓰기』 외 5권
시조집 『꽃불』외 2권
시조선집 『고양이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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