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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부활시대>를 기다리며
기사입력: 2021/03/30 [16:40]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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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UWNEWS

“지방소멸.” 최근 한국 사회에 새로 등장한 현상이다. 과도한 수도권 집중이 그 원인이라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내놓은 대안은 분산이 아니라 집중이다. 수도권에 집을 더 짓고, 교통망을 더 구축하고, 일자리를 더 만들고, 그래서 사람들이 더욱 몰리게 만든다. 내달에 치를 서울시장 선거 후보 중 그 누구도 과밀화된 서울을 분산시키겠다는 사람이 없다. 서울을 더 살기 좋은 지역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소멸"을 앞당기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지방사람들의 착각도 “지방소멸”의 위기를 자초했다.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여전하다. 언뜻 보면 타당한 대안처럼 보인다. 현재 수도권 거주 대다수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나름 성공한 지방출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비록 고향은 소멸위기에 처해있지만, 자신들은 지금 부유하고 편리한 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윤택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작정 상경” 시절의 서울은 이제 아니다. 지금 서울은 서울사람들을 위한 공간도 일자리도 부족하다.

 

 

 

지방사람들의 착각이 하나 더 있다. "지방소멸" 문제를 서울사람들이 해결해 주리라는 착각이다. 현명하고 유능한 서울사람들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최근 일부 지역언론을 중심으로 지방소멸 위기를 소개하는 기사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배경이다.  

 

농어촌의 늘어나는 빈 집이나,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지방대학의 위기를 보도하면서, 농어촌 인구를 늘리고, 지방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지방대학을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누가 그것을 실천할지는 거론하지 않는다.

 

 

 

"지방소멸" 위기의 해법으로 최근 제시되는 대안 중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국가균형발전, 민주화 이후에는 지방분권이라는 구호 하에 오래전부터 추진되었돈 것들이다. 그러나 어느 하나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결국 “지방소멸”시대에 접어들고 말았다. 따라서 문제제기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아니라, 왜 해결하지 못하는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다수결 원칙이 작동하는 민주주의 국가인데 어떻게 수적으로는 소수인 서울만 발전하고 다수인 지방은 퇴보하고 있을까?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지방민의 여론을 대변할 언론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사람들이 읽고 보는 뉴스와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서울지역에서 서울사람들이 운영하는 언론사와 미디어에서 만든다. 지방언론도 비록 그 숫자는 서울언론을 능가하지만 지역사회를 대변하고 지역주민의 여론을 수렴할 수 있는 건강한 지방언론은 극히 드물다. 지방사람들이 지방언론보다는 서울언론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론의 관점은 항상 서울이다. 서울사람의 이익, 서울지역의 이익 차원에서 모든 뉴스를 만들고 프로그램을 만든다.

 

 

 

서울시장 출마 후보들이 결코 “지방소멸”을 걱정하지 않는 것처럼, 서울언론은 “지방소멸”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지방분권이나 지역균형발전에도 관심이 없다. 서울언론의 정치적 관심은 청와대와 여의도로 제한되어 있고, 경제적 관심은 서울에 본부를 둔 대기업이나 수도권 부동산 시세에 집중되어 있다. 서울언론이 지방에 관심을 돌리는 때는 대개 정해져 있다. 태풍이나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연쇄살인처럼 엽기적인 범죄가 발생했을 때, 아니면 복잡한 서울을 떠나 한적한 곳으로 휴가를 보내야 할 시기가 도래했을 때이다. 서울언론에게 “지방”은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다. 자연 “지방소멸”도 우리의 문제가 아닌 그들의 문제가 된다.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민주국가로 발전하려면 수도권과 지방의 극심한 불균형을 완화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수도권과 지방이 서로 양보하고 협의해야 한다. 지방민의 여론을 대변하고, 지역 간 상호소통하고 합의할 수 있게 해주는 지방언론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엔 언론이 차고 넘치지만 서울의 기득권 수호에 매몰된 서울언론이 대부분이다. 서울언론은 서울과 지방이 대립되는 사안에선 서울 편에 서기 마련이다. 그래서 서울과 지방의 대립구도에선 보수언론이나 진보언론이나 모두 서울편이다.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서울사람들이 위기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착각을 버리고, 지방사람들이 주도적으로 대안을 만들고 실천해야 한다. 지방인구의 증가나 지방경제의 활성화나 지방대학의 육성도 중요한 대안이지만, 그것보다도 먼저 언론의 서울집중 구조가 개혁되고 지방언론이 부활되어야 한다. 지방거주 국민의 주권과 여론이 지방언론을 통해 균형있게 국정에 반영될 때에야 비로소 “지방소멸”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언론이 <지방부활시대>의 입구를 여는 열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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