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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포항 건설노조
이제는 일하고 싶다는고 절규하는 노동자들
기사입력: 2006/09/18 [11:29]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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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성 주필/시인

IMF 시절보다 더 힘들다며  분노하는 포항시민들

지역 건설노조 파업이 3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포항지역은 경제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 직전에 있다. 포항의 대표적인 시장인 죽도 시장 등 포항시내 곳곳에는 불법시위를 반대하는 상인연합회의 플래카드가 걸리고 있다.

포항은 상인들은 물론 일반시민들 조차도 이젠 “파업 얘기는 지긋지긋하고 더 이상 듣기도 싫다”고 말하고 있어 건설노조 파업의 후유증이 심각함을 말해주고 있다. 지역 상가들은  포항 건설플랜트노조 파업 이후 매출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고 기대했던 여름특수(特需)마저 건설노조의 파업으로 노동자들의 함성 속에 묻혀버렸다며 상인들은 긴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이곳 포항시민들이 IMF 때보다 더 힘들다고 하소연 하고 있는 가운데 시위의 당사자들인  건설노조원들도 점점 목을 조여 오는 생활고 때문에 전전긍긍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시장 근처 상점에서 막걸리 한잔으로 점심을 때우기도 하고 빵 한 쪽을 입에 물고 고향에 있는 처자식들을 걱정하며 한숨을 내쉬는 근로자들도 있었다.

시민과 근로자 모두가 참담한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인데도 좀처럼 파업이 종식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시위 도중 숨진 근로자 하중근 씨의 사인을 두고 근로자와 당국이 끝없는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  포스코 농성중인 건설노조원.

지난 6일 포항건설노조와 유가족들은 동국대 포항병원에서 하중근 씨의 발인식을 가진 뒤 대형 영정을 트럭에 싣고 50여개의 만장기를 앞세운 채 조합원 8명이 꽃상여를 매고 하중근 조합원이 최초 다친 포항 형산 로터리에서 노제를 지냈다. 이어 장례 행렬은 포스코 본사 앞으로 향했으며, 조시 낭독과 헌화 등의 영결식에 이어 포항시립 화장장으로 향했다.

건설노조 파업 이후 포항지역에서 시위대와 경찰과의 첫 충돌은 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점거중인 7월 16일 형산 로터리에서 열린 건설산업연맹이 주도한 노동탄압 규탄대회였다.

이날 집회에서 쇠파이프와 각목으로 무장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여 경찰 71명이 부상하고 시위대 30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되었는데 이 때 하중근 씨도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 갔었다. 또 지난 4일 민노총 결의대회 때는 경찰 90명, 노조원 70명이 부상했고 9일 전국노동자대회 때는 경찰 78명과 노조원 180명이 다쳐 노동자 시위사태 이래 최악의 폭력사태를 빚기도 했었다.

포항에서 열린 4차례 노조 행사에 경찰과 충돌로 전ㆍ의경 257명이 부상했고 노조 측은 노조원 280명이 다친 것으로 각각 집계하고 있다. 그러나 양측은 상대방이 주장하는 부상자수는 경미한 찰과상이나 타박상을 입은 숫자까지도 포함한 것이라며 시위 때 마다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는데도 쌍방 모두가  부상자의 숫자엔 무게를 두지 않고 있어 폭력에 무감각하다는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포항 사태의 폭발점이 된 것은 포항 건설노조원 2천500여명이 지난 7월 13일 오후 포스코 본사 건물을 기습점거한 뒤 8일간 농성을 벌인 사건이었다. 이 점거 농성으로 포스코는 외주건설사 관리와 자재구매. 재무회계 등 행정관리 및 업무에 막대한 차질을 빚었고 노조원들이 12층 건물의 각 사무실과 구내 집기 등을 마구 훼손하여 포스코는 상당한 재산상의 손실을 봤었다.

이 점거 농선 때 노조원들은 강제 해산에 나선 경찰을 상대로 사제 화염방사기와 끓는 물 등으로 저항하며 경찰관 수명에게 화상을 입히는 등 결렬한 저항을 했었다. 이런 가운데 장시간 농성으로 피로가 누적된 노조원들이 하나 둘 농성장을 이탈하기 시작했고 포항건설노조 이지경 위원장 등도 당시 조합원 무리에 섞여 현장을 빠져 나오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했었다.

포항 건설노조의 투쟁이 격화되고 있을 때 국민들이 이들을 보는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다. 이들이 포스코 본사건물을 점거하여 투쟁할 때 사제 화염방사기와 쇠파이프를 사용했는가 하면 건물의 벽면에 붙어 있던 대리석 조각 등을 떼어내 주변에 대기하고 있는 경찰이나 길을 지나는 포스코 직원 등에게 던지는 등 불법의 정도가 도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한 비난 여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더군다나 포스코 본사를 점거했던 건설노조원들이 집행부와 일명 사수대(死守隊)로 불리는 강성 노조원들의 강압에 의하여 농성장을 빠져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었고 심지어 건물 밖으로 나가려는 나이 많은 동료에게 젊은 사수대가 쇠파이프를 휘두르기도 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노동투쟁의 수위를 넘어 폭도화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국민들이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냉랭하기만 했다.

이런 험난한 투쟁과정을 거쳤지만 아직도 건설노조와 사측의 대타협은 요원한 것만 같다.

건설노조는 8일 새 교섭단과 상견례를 갖자고 사측에 요청했지만 사측은 노조집행부에 의해 거부된 양측 교섭단 사이의 잠정합의안을 조합원 찬반 투표에 부칠 것을 교섭의 선행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어 상견례는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건설노조가 국민과 포항시민들의 성화에 못 이겨 찬반투표를 실시할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노조의 파업력 감소와 사측의 경영난 심화 등으로 양측 모두 인내의 한계점에 도달한 상황이어서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돌파구가 마련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한다.

포항 사태가 벌써 3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일부 건설노조원들이 민주노총 포항건설노조 탈퇴를 선언하고 나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들은 “조합원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조직을 건설하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포항지역 건설노조원들은 이제 일하고 싶고, 일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며 민주노총을 떠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포항지역 건설노조의 보복이 우려돼 새로운 형태의 조합을 결성할 것”이라며 새로운 노조 출범을 선언한 뜻밖의 사태도 포항건설노조로서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주요 쟁점이었던 하중근씨 장례도 치러지고 노조원들의 현장 복귀도 늘어나고 있어 노조의 강경투쟁 방침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겠느냐”며 노사간 협상 재개 전망을 조심스럽게 점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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