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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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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기사입력: 2005/06/14 [09:58]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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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기 기자
TV드라마 여성 캐릭터가 변하고 있다. 이 사실을 입증하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MBC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다. 비록 방영이 된 지 2회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돌풍은 심상치 않은 수준이다.

그동안 시청률면에서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차에-MBC 드라마가 시청률에서만 밀렸을 뿐 여타 마니아층 드라마로 각광받았으며 질적인 면에서 떨어진 드라마만 주류를 이룬 것은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기 때문- '굳세어라 금순아' 이후로 효자 드라마가 될 전망이다.

단지 2회 방영이 되었을 뿐인데, 네티즌들의 환호와 시청률을 20%를 무난히 넘어선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이 방영 초반인데도 이렇게 큰 지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드라마 속에 나오는 캐릭터와 그렇게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일까.

<내 이름은 김삼순>은 케이크를 만드는 직업을 가진 파티쉐와 싸가지 없는 레스토랑 사장의 달콤쌉싸름한 사랑이야기이다. 어떻게 보면 진부할 수도 있는 사랑이야기에 지금 시청자들은 열광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의문들이 생기면서 나름대로의 진단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김삼순(김선아 분)이란 현실적인 보통 캐릭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자 나이 서른에 연인을 만나기란 길 가다가 원자 폭탄 맞기보다 힘들다'
<내 이름은 김삼순>은 이같은 캐릭터를 위해 어느 드라마보다도 일상 생활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 대사를 쏟아내고 있다.

자신을 떠나 버린 사랑 때문에 대성통곡을 하는 김삼순에게 헌진헌(현빈 분)은 "다음부터는 왜 그랬냐고 묻고 따질 것 없이 정강이 한번 걷어차고 끝내세요. 세상에 널린 게 남자고 남자, 다 거기서 거기예요. 여자도 마찬가지지만..."이라고 충고한다.

이 대사는 그야말로 우리들 친구 중에 한 명이 시련의 아픔을 겪고 있을 때 누구나 말하는 시련을 위로할 때 쓰이는 말이다. 또 결혼 정보 회사에서 30대의 통통한 무직인 김삼순에게 "여자 나이 서른에 연인을 만나기란 길 가다가 원자 폭탄 맞기보다 힘들다"라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김선아는 백수라는 말에 발끈해서 백수라고, "그게 내 잘못이야? 경제 죽인 사람들 다 나오라고 해" 소리치기도 한다.

이 대사들은 보통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서 해주는 짜릿함을 맛보게 해준 대사들이었다. 이외에도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는 아름답게 포장하는 대사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더 나아가 김삼순의 욕은 욕쟁이 할머니를 능가하고 있다.

이런 비속어 대사 때문에 일각에서는 '누구나 다 보는 방송에서 이럴 수 있나. 애들이 볼까봐 겁난다'라는 시청자들도 있다. 또 한 문화칼럼가는 김삼순이 쏟아내는 대사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물론 비속어라는 것 자체가 잘못된 어휘이며, 방송은 영화와 달리 모든 대중을 염두해 두어야 하는 것은 사실. 그러나 언제까지 우리는 우리 일상생활과 동떨어지는 드라마를 봐야 하는 것인가.

오히려 이런 김삼순의 비속어에 통쾌하다는 사람도 적잖다. 이에 대해 드라마 관계자는 초반이라 이런 상황이 빚어지지만 김삼순과 헌진헌의 사랑이 본격화되면 자연스레 없어진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조금 위선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바이다. 일상생활에서 화가 나면 김삼순 보다 더한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욕을 하는 게 바로 우리 아닌가. TV드라마를 탓할 게 아니라 부부싸움을 하면서 난무하는 부모들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 의견이다.)

여하튼 이런 욕 대사까지도 우리와 동떨어지지 않은 말투에 그다지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싫어하지 않은 눈치이다. 특히 김삼순이 내뱉은 녹차 이야기는 비속어와 절묘하게 섞이면서 감칠맛이 난다고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어머, 어떡하니?
오늘이 12월 24일이라는 걸 몰랐구나? 쯧쯧
요즘 조기치매가 무섭다더니...
녹차의 주성분인 카데킨이 치매예방과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두루두루 유식한 자기가 가르쳐 주구선?
앞으론 녹차 마~니 마셔 이 새끼야!!"

이외에도 개XX야 정도는 쉽게 등장한다. 그리고 비속어를 쓰지 말라는 전 애인의 말에 발끈한 김삼순은 이렇게 답한다. "옛날에는 시원시원스럽다고 재미있다고 계속 하라고 했잖아 욕하면 흥분된다고 말했어! 안 했어! 이 말탱구리야!"라고 쏟아 부친다.

시청자들이 우려하면서도 통쾌해하는 그것을 정곡으로 찌른 대사가 아닐까. 이처럼 <내 이름은 김삼순>은 대사부터 내숭없는 화끈함은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사들이 빛을 발하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 때문이기도 하다.

농익은 김선아, 싸가지여도 귀여운 현빈
한국판 브릿지 존스인 김삼순. 좌충우돌 노처녀 연기를 천역덕스럽게 하는 김선아가 바로 이 모든 사랑을 이끄는 것일지도 모른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보통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는 그녀의 자연스러움은 김삼순을 실존 인물인 듯 착각하게 만든다.

마스카라가 번진 얼굴, 욕을 조잘조잘 내뱉는데도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끼게 하는 것은 바로 김선아의 농익은 코믹 연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에서 조연으로 시작해 주연으로 성장하여 코믹연기에 달인으로 성장한 그녀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김정은과는 또 다른 코믹연기로 가식없는 그녀의 표정과 말투는 <내 사랑 김삼순>에서 극에 달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아일랜드>이후 잠잠하던 현빈.

싸가지가 없는 캐릭터이지만 여성들은 귀엽다고 난리다. 미운 캐릭터일 수도 있는데 밉지 않게 보이는 것은 현빈의 외모덕택일 수도 있겠지만 <아일랜드>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명서 신선함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외에도 여러 조연연기들 또한 맛깔스럽다. 김삼순의 어머니 삼순 모(김자옥 분)의 연기는 능청스러운 여느 엄마와 다를 게 없으며, 헌진헌의 어머니 나사장(나문희 분)의 코믹연기도 관록을 무시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배우들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와중에 방송 초반의 신선함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바로 이 드라마의 애초에 설정 때문이다. 애인에게 버림받고 통통하고 예쁘지도 않지만 백마 탄 왕자 헌진헌과의 사랑. 그 설정은 이미 드라마의 판타지를 결합시켜 시청자들의 대리만족을 배려해주고 있다.

이 점 때문에 자칫 잘못 선을 넘으면 기존 드라마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반응을 보일지도 모른다. 보통 여성들이 백마 탄 왕자를 만나기는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 결국 초반에 이런 신선함을 유지하며 반대로 여성들의 신데렐라 콤플레스를 만족시켜 주기 위해서는 줄타기를 잘 해야 한다.

신선함과 진부함 사이에서 자칫 잘못하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제작진들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결국 <내 이름은 김삼순>이 정말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려면 절묘한 조화의 앙상블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제작진들에 고민거리가 아닐까.

2회 방영이 됐기에 환호와 지지는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른다. 드라마의 시작이 절반의 성공이라지만 섣부른 판단은 기대에 만족을 준다면 상관은 없겠지만 기대와는 달리 실망을 준다면 문제가 될 테니 말이다. 그러나 방영 초기라는 점에서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하는 것에 의견을 달리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 지금까지 만으로도 충분히 기존 드라마의 공식을 깨고 있다는 점에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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