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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치
야스쿠니서 고이즈미 참배받는 조선 혼령
한국인 징병 희생자 혼령이 일본의 신으로 참배받아 만족할까 ?
기사입력: 2005/06/14 [09:43]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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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범 기자

[일본동경]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는 일제가 100년 전에 강탈해 간 충의공 정문부 장군의 의병 승전비 '북관대첩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야스쿠니 신사에는 2차대전 당시 징병되어 싸우다 숨진, 이름 없는 수천의 한국인 혼령이 일본 전범들과 함께 모셔져 있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위헌소송 원고인 대만 국회의원 치와스 아리씨 등 대만 원주민 60명이 오는 14일, 야스쿠니 신사에 모셔져 있는 대만인 영혼을 데려가는 전통의식을 거행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2차대전 당시 억지로 전쟁터에 끌려 간 대만인들의 혼령이 그 전쟁을 자랑삼고 있는 전범들과 함께 야스쿠니 신사에 모셔져 있는 것을 더 이상 묵인할 수 없기 때문에 대만인 혼령을 대만으로 데리고 가겠다는 것이다.
 
야스쿠니신사 측은 이미 대만인 희생자들의 혼령을 일본인 희생자들과 함께 신으로 모시고 있기 때문에 신을 따로 분리해서 가져 갈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야스쿠니 신사에 있는 대만인 혼령을 대만으로 가져 가겠다는 대만인들의 의지도 매우 강하다.
 
지난해 12월, 서울서 북관대첩비 반환문제를 논의하러 일본을 찾은 손님들의 통역을 위해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을 때,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한국사람들의 정서는 별로 좋지 않다"고 말하는 기자에게 야스쿠니 신사 측 관계자는 " 이곳은 2차대전 당시 희생된 일본인 뿐만 아니라 한국인 대만인들의 혼령도 함께 모셔져 있는 곳이기 때문에 한국사람들도 참배할 수 있는 곳이다"라는 말을 건넸다.
 
동행한 서울 손님들의 통역 때문에 이 말을 그냥 스치고 지나갔지만, 대만인들과 야스쿠니 신사 관련 보도를 접하고서야 야스쿠니 신사에 모셔져 있는 한국인 희생자 혼령도 이번 기회에 한국으로 모셔져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야스쿠니 신사 측은, 앞서 언급했듯, 종교적 논리를 동원해 야스쿠니 경내에서 '대만인 혼령분리의식'을 허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에 맞서 대만인들은 야스쿠니 경내가 아니면 담 벼락 하나를 사이에 둔 그 주변에서라도 혼령인수의식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한국에서 같은 요구를 청할지라도, 야스쿠니 신사측은 대만인의 경우과 마찬가지로 한국인 희생자 혼령도 일본인과 동일시하는 신으로 모신다는 논리를 내세울 것이 뻔하다. 그러나 2차대전 당시 억지로 전쟁터로 끌려간 한국인 희생자들이 고이즈미의 참배를 받는 것에 과연 만족할까?
 
야스쿠니 신사와 대만인들 간의 '혼령인수의식' 문제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비록 종교적 의식이더라도 이 기회에 야스쿠니신사에 모셔져 있는 혼령 중에 한국인 희생자 혼령도 한국으로 모셔가는 절차가 필요한 때임은 분명하다.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서 한국인 혼령들에게 전쟁터로 끌고간 것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곧 서울에서 열릴 한일정상회담에서 일본 고이즈미총리가 북관대첩비를 조기에 한국으로 반환할 것이라는 약속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도 있었다.
 
한국은 이 기회에 북관대첩비 뿐만 아니라 아직도 야스쿠니 신사에서 '징병인 혼령' 신분으로 남아 있는 한국인 혼령을 모셔와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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