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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치
80년 5월의 광주민심이 2005년 광주민심 ?
'그때나 지금이나' 정치경제적 소외 지역-드라마 보고 "열받네"
기사입력: 2005/06/14 [09:39]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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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광일 기자

MBC드라마 '제 5공화국'이 방영되는 주말이면 광주시내가 조용하다. 드라마가 끝난 시간, 정치웹진에는 "열받는다"라는 글들이 자주 올라온다. 그 중에는 80년 5월의 광주의 민심과 2005년 6월의 민심이 비슷하다는 글도 눈에 보인다.
 
주말마다 신군부의 곤봉에 피터지게 얻어맞고 총검에 죽어가는 드라마 속 광주를 봐야 하는 광주사람들이, 현실의 신문과 방송을 통해 '참여정부 호남 홀대' 운운하는 기사를 볼 때 느끼는 분노에 가까운 착잡함이 이해가 된다.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호남지역 지역은 뭐 하나 시원하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호남지역에서 집권당의 지지율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것과 드라마 '제 5공화국'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지난 대선에서 호남유권자들은 90%이상의 압도적인 지지로 현 노무현대통령의 당선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현 정부는 이러한 호남에 대해 홀대하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지배적인 여론이고 광주 전남을 중심으로한 호남정서라는 것도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자타가 인정하는 노무현대통령의 최측근 중의 한명이라는 열린당 염동연의원이 열린당 서열 2위 자리인 상임중앙위원직을 내던진 후 현 정부의 호남홀대에 대해 섭섭함을 토로하면서 노무현정부를 보는 호남권 민심이 더욱 더 싸늘해지고 있다. 여기에는 '속았다'는 분노까지도 섞여있다.
 
이같은 분노에 아직도 2년 반이나 남은 다음 대선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고, 그 정점에 고건 전 총리가 자리잡고 있다. 고건 전총리의 함구에도 불구하고 이미 광주 전남권 정치권에서는 '고건과 함께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크게 형성되고 있다. 물론 이같은 분위기는 민주당 분당이 출발점이다.
 
노무현대통령의 임기가 2년 반이나  남아있는 시점에서 차기 대선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심도있게 나오고 있고, 호남권에서는 민주당 살리기와 함께 고건 영입이나 고건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리고 이같은 현상이 현 정부와 집권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빠져 나가면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현 정부가 크게 반성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임에도 집권당의 반성기미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지난 12일 저녁엔 집권당 실력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당내 불협화음을 단속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원인에 대한 분석과 처방이 아닌 "일단 잡음을 줄이자"는 수준의 임시처방을 내린 셈이다. 원인분석 없는 처방은 언제든지 다시 갈등의 불씨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열린당의 당내분은 민심이반에서 표면적으로 나타난 것이며, 그 결과는 지난 4.30재보선이다. 집권당이 23개지역에서 한 곳도 승리하지 못하는 선거결과는 국민들의 집권당에 대한 정치적 평가를 넘어 역사적 심판을 받은 것에 다름없다. 그러나 이 같은 국민들의 역사적 심판에 대해 그 책임을 당내에서 찾으려 하는 사고가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
 
결국 열린당의 문제가 민주당 분당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애써 무시하려는 태도가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열린당 내에는 민주당과 합당을 원하는 의원들이 합당을 반대하는 의원 숫자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합당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 민주당과의 정치적 화해나 통합 없이는 내년 지자체장 선거나 차기 총선에서 승산이 없다는 점에 동의하는 숫자가 많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열린당이 살고 한국정치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은 단 두가지다.
 
첫번째는 민주당과 정치적 화해를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전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신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 주고 당선시켜준 민주당을 깨고 나가 열린당을 만든 사실에 대해 민주당원과 국민들에게 노무현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고 반성을 하는 것이다. 노무현대통령의 직접적인 사과 없이 민주당과의 정치적 화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두번째는 분당에 대한 사과를 할 수 없다면, 더 이상 민주당과의 합당문제를 거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분당에 대한 사과를 생략한 채, 열린당 주요 당직자들이 틈만 나면 민주당과 합당만이 살 길이라고 떠드는 것은 정치 도의상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민주당을 두 번 죽이는 일이기도 하다. 이미 분당해서, 비록 과반수는 아니지만, 원내 제 1당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만큼 민주당과의 합당에 대한 정치공학적 접근을 버리고 당당하게 당을 정비해서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비록 차기 각종선거에서 다소 불리하더라도 겸허하게 그 결과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노무현대통령의 임기가 아직도 2년 반이나 남아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레임덕 현상이 기정사실화되고 있고, 벌써 차기 대선 후보들의 정치행보가 세불리기 비춰지고 있는 상황은 현 집권당과 정부가 국민들을 복지의 대상이 아닌 "표계산 머리숫자"로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들이 기대하는 개혁, 실생활과 직결되는 정책 개발 보다는 정쟁에 몰두하고 있다는 인식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당이 다음 선거 따위 걱정 말고, 설령 다음 정권을 야당에게 고스란히 정권을 넘겨준다고 해도 남은 2년 반을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결연한 자세를 가질 때에 비로소 열린당이 살고 한국정치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열린당 내부가 아마츄어 국회의원들 놀이장 같고, 청와대가 부실한 기업체 간부 회의처럼 국정을 운영하고, 노대통령 측근의 입에서 '호남홀대' 운운한 발언이 계속된다면, 2005년 드라마 '제 5공화국'을 시청한 광주의 민심은 80년 5월의 광주민심과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이해찬 국무총리의 호남 고속철 불가발언, 중앙부처 지방이전 관련 낙후지역 고려 배제, 슬그머니 소개된 '이상한' S프로젝트, 집권당 실세라는 염동연의원의 호남홀대발언, 민주당을 살리기 위한 호남사람들의 발버둥, 그리고 주말마다 드라마 속에서 피 터지게 얻어맞고 있는 광주사람들을 생각하니 한없이 답답해져 온다. 드라마 속 곤봉이 25년전의 것이 아닌  2005년에 호남사람들의 자존심을 내려치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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