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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달 김준호와 평강 손심심의 재피방
지신밟기3
기사입력: 2021/04/23 [15:58]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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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WNEWS

김준호는 18세에 춘당 김수악 명인을 은사로 소리와 악을 배웠으며, 상징민속학을 전공했다. 해병대 484기이며, 2014년 1월 1일 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 4호 국내 지신밟기 예능 보유자로 선정되어 인간문화재가 됐다. 

손심심은 17세에 문장원, 양극수, 김동원 명무를 은사로 동래양반춤, 동래할미춤, 동래학춤을 시작하였고, 전통무용을 전공했다.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동래야류 전수조교이고 동래학춤 이수자이다. <편집자주>

 

 

▲ 인간문화재 김준호     ©UWNEWS

 

 

놀이의 특징은 교방 문화와 온천을 중심으로 발달한 휴양문화 덕분에 춤과 장단, 풀이 등이 세련되어 있고, 풍물놀이보다는 덧배기춤이 상대적으로 발달하였다. 동래지신밟기의 성주풀이 사설의 특징을 살펴보자.

 

첫째, 동래가 지리적으로 백두대간의 끝에 위치해서 다른 지역에는 없는 <주산풀이>가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주산(主山)은 풍수지리에서 거주지역의 운수, 운명, 운기 등의 길상(吉相 )을 결정짓는 산을 일컫는다.

 

조선 시대에는 동쪽의 금강산, 남쪽의 지리산, 서쪽의 묘향산, 북쪽의 백두산, 한양의 삼각산을 오악(五嶽)이라고 하여 나라의 주산으로 삼았다.

 

옛 동래는 우리나라 종주산(宗主山)인 백두산이 동남으로 줄기를 뻗어 금정산을 조산(祖山)으로 하였다.

그리고 윤산을 동래 고을을 진호하는 진산(鎭山)으로 삼고, 마안산을 동래의 주산(主山)으로 삼아 해마다 제를 올렸다.

 

동래는 우리나라의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의 최남단에 위치하는 최전방인 관계로, 동래지신밟기는 종주산인 백두산에서 시작해서 동래의 마안산까지 주룡의 경로를 풀이하는 ‘주산풀이’ 라는 독특한 풀이가 따로 존재했다.

 

"지신 지신 지신아 주산지신을 울리자

천지현황 생긴 뒤에 일월성신이 밝았구나

산천이 개탁하고 만물이 번성할제

함경도 백두산은 두만강이 둘러 있고

강원도 금강산 임진강이 둘러 있다

평안도 묘향산 대동강이 둘러 있고

황해도 구월산은 재령강이 둘러 있고

경기도 삼각산은 한강수가 둘러 있고

충청도라 계룡산 백마강이 둘렀다

전라도 지리산은 영산강이 둘러있고

경상도 태백산은 낙동강이 둘렀구나

낙동강 정기가 떨어져 동래 금정산 생겼다.

금정산 정기가 떨어져 이 동네 주산이 생겼구나

금년 해분 갑자년에 주산님께 발원이요

이 동네 가가호호 안과태평 점지하소

나갈 때는 반짐 들고 들어올 때 온짐 지소

어이여루 주산님 만대유전을 누리소"

 

 

둘째, 동래는 무역, 상공업으로 부를 축적한 부호들이 많아 엄청난 크기의 주택들이 많았다.

대대로 동래에서 산, 노인들의 증언에 의하면, 해방 전부터 현재의 사직동 일대나 지금의 원예고, 유락여중 부근은 조산 최고의 부촌이었다고 한다.

 

예부터 조선 방직, 동국제강, 럭키 치약 등 국내 굴지의 기업체 부호들이 거주한 지역으로, 그 당시의 기준으로 보통 일천 평이 넘는 부잣집들이 즐비했다고 한다. 이런 부촌들은 보통 당산제를 올리면 그 상차림의 규모가 대단했다고 한다.

 

부정을 치기 위한 큰 소금 독이 놓이면, 먼저 통돼지 한 마리가 통째로 올라가고, 십 단짜리 팥 시루가 올라가고, 마을 주민들이 각 가정에서 정성스럽게 준비한, 닭, 지짐, 도토리묵, 각종 과일 등이 차려지는데, 60리터짜리 술 세 통은 기본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마을 당산제의 상차림도 압도하는 곳이 각 가정 성주풀이를 위해 방문하는 부잣집들이었다고 한다.

 

평소에는 접근조차 힘든 집에 대문이 열리고 지신을 밟으러 들어가면, 그 가정의 안과태평과 재물복과 사업번창의 복을 빌었다.

 

부호의 집에서는 풍물패들과 동네 사람을 대접하기 위해 음식과 복비를 내어놓았다. 그 차려진 상차림과 주인이 내어놓는 복비의 위세에 보통사람들은 기가 죽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동래지신밟기 <대청성주풀이>에서는 유독 각 가정의 성주풀이에 그 집의 규모에 맞게, ‘나무 작벌’ 과정부터 ‘나무 재단’, ‘나무 운반’, ‘집터 보러 가기’, ‘집터 닦기’, ‘집 짓기’, ‘집 고사’ 지내기까지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성주신을 각 처에 앉히는 <큰방 성주풀이>를 한 후, 큰 집에나 어울리는 <각방 치장풀이>가 따로 있는데, 큰방, 작은방, 청방, 사랑방 치장풀이가 아주 세분되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큰방치장을 둘러봐라 각지장판 소란반자

능화도벽이 좋을시고 팔간병풍 둘러쳐

꿩새끼는 기는방 매새끼는 나는방

샛별같은 저요강 발치 끝에 밀쳐놓고

공단이불 비단요 아게자게 놓여있고

짚단같은 원앙침 머리맡에 놓여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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