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오피니언
한석근
무진(霧鎭)의 도시, 울산
기사입력: 2019/05/28 [11:42]   울산여성뉴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UWNEWS
▲ 한석근 前 울산시인협회장/수필가     ©UWNEWS

언제 부터인가 외출을 하면서 마스크를 끼는 것이 일상화 되었다. 시간에 쫓겨 급히 집을 나설 때는 깜박 잊고 밖을 나서보면 체 십여 분도 지나지 않아서 재채기가 나온다. 알레르기에 민감한 체질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이즈음 기상예보 때는 기온이 상승하여 따뜻한 날은 어김없이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다. 대기에는 중국에서 밀려온 오염된 미세먼지도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공해도 만만치 않다. 대체로 충청지역은 대기가 맑은 날이 많으나 서울을 비롯한 경남과 호남 쪽은 대기상태가 온전하지 못한 날이 많다. 그 가운데 특히 울산이 더욱 심각한 실정이다. 석유화학과 온산공단이 세워진지 60년, 지난 시절에는 검은 연기가 하늘 높이 길게 뻗어 오르면 그 것이 부의 상징이며,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 하며 좋아 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게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 검은 연기는 사라졌으나 하얗게 내뿜는 수증기의 백연(白煙)이 더욱 치명적인 호흡기 질환과 인체에 씻을 수 없는 중증을 유발시키는 악성 물질이 배출되고 있음이 뒤늦게 밝혀지고 있다.

 

 울산은 산업체 공단이 밀집한 지역이다. 울산항만(염포만)을 중심으로 들어선 석유화학공단, 미포산업단지, 용연산업단지, 온산국가산업단지 공단이 해안을 끼고 둘러싸여있다. 이렇게 많은 산단의 굴뚝에서 내뿜는 수증기는 흰 구름 같이 멀리 떨어진 시가지까지 밀려든다. 이 하얀 구름 같은 백연에는 유해물질이 흡착되어 시민들의 호흡기 질환과 건강을 해치는 것이 자명한데도 기업체와 학계, 관계기관에서는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내뿜어지는 수증기(스팀)량이 늘어나고 방치할수록 미세먼지의 농도는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은 백연현상을 수수방관할수록 울산의 시민들은 안전하게 정상적인 바깥활동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공해도시에서 관민이 합심해 만들어 놓은 생태도시도 치명적인 미세먼지에 갇힌 도가니에 등장하는 죽음의 안개 가득한 무진(霧鎭)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제는 지난날처럼 맑은 물, 깨끗한 공기를 기대할 수가 없다. 이미 현대인들은 미세먼지에 우리의 폐는 병들어가고 있다. 대기 속의 미세먼지, 도로변의 자동차 매연, 고기집의 숯불에 탄 기름의 입자들이 더욱 건강을 해치고 있다. 오염된 곳은 도시뿐만 아니다. 이미 산과 바다도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산짐승이 죽어가고, 고래가 미세 플라스틱으로 폐사되고, 끝내는 우리 인간도 악성 환경의 희생자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 같다.

 

 근래에 와서 정부는 추경예산을 편성해서라도 학교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이에 한 발 앞선 LG그룹은 전국 초, 중, 고교에 공기청정기 1만대를 무상지원 하겠다고 한다. 뒤늦게나마 국회는 미세먼지를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금까진 한 해 동안 3차례의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지만, 올해는 5차례나 늘어났다. 이 가운데 환경단체는 울산의 미세먼지가 극심하다고 하며, 이산화황(SO2)에 주목하고 있다. 울산은 국내에서 대기 중의 이산화황의 농도가 14%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에 속한다. 그동안 탈황연료사용으로 극심한 공해지역에서 벗어나긴 했으나 최근 다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는 지난날의 남구 들녘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이제는 대기도 불완전한 상태에 공기질도 나쁘고, 땅속도 오염되었으며, 강과 바다, 산과 들녘, 어느 한 곳 안전한 곳이 없는 공해지옥으로 변해 버렸다.

 

 세계의 과학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고심 끝에 온갖 공해차단, 생존전략을 다 동원해 봐도 뾰족한 방법은 없었다.

 

 암호 같은 ‘KF(Korean Filter) 지수’ 라는 것이 있어서 미세먼지를 비롯한 유해물질 입자 차단 기능을 나타내는 수치의 마스크가 식품의약안전처에서 내어 놓았는데 근본적인 대책은 청정한 대지의 공기밖에 없다. 특히 육지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오염의 주범을 특정하기 어려운 비점오염원(非點汚染源)에 의한 것이라 더욱 관리가 어려워 보이며,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인간이 수거하지 않는 한 자연분해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방치하여 자연산화하는 과정은 제품생산 석유화학계에 따르면 5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절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자손에게 건강과 소중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플라스틱 사용과 미세먼지 발생요인을 배제해야할 것이다.

 

 정호승의 ‘햇살에게’ 란 시는 이렇게 쓰여 있다.

 「이른 아침에/먼지를 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이제는 내가/먼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인은 맑은 아침 문득 자신이 먼지임을 꿰뚫어 본다. 어쩌면 나 또한 마찬가지로 먼지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 도배방지 이미지

이동
메인사진
[임영석 시인의 금주의 '詩'] 눅눅한 습성 / 최명선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인기기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