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무리 많은 것을 가졌다 해도 손에 쥔 모래알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내지 못하는 법이다. 격랑의 바다를 건넜을 법 한 김시철 시인께서 그 허무함에 대한 마음을 담았다.
어느 누구도 비껴갈 수 없는 길이다. 그 길이가 짭고 길고 그 차이가 다소 있기는 있겠지만 도토리 키 재기식이 아닌가 생각된다.
풀잎의 길이가 한뼘 더 길다고 햇볕을 조금 더 받고 키가 작아 조금 덜 받는다. 그 미세한 차이를 두고 사람은 권세가 있다 없다 말한다. 그러니 얼마나 이기심이 많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권세의 마음을 억누르는 것이 평정심이다. 평정심은 욕망을 버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김시철 시인은 손안에 쥔 모래알만 바라보고 그것이 다 빠져나간 허무함을 바라본다. 그 권세를 누구도 영원히 소유하지 못한다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어찌 보면 커다란 자비심, 사랑, 이러한 힘이 권세보다 더 큰 삶의 수레바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었으면 좋았을 법도 하다.
권세(權 勢)는 권력과 세력을 가진 자를 말한다. 권력과 세력이 손에 쥔 모래알이라 해도 흐르는 세월 앞에 모두 빠져나갔다는 말을 이 시는 말하고 있다.
힘으로 모래를 쥐는 법보다 눈과 마음으로 모래를 품어야 그 모래성의 주인이 됨을 알려주는 시라 하겠다.
시인 임영석
시집 『받아쓰기』 외 5권
시조집 『꽃불』외 2권
시조선집 『고양이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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