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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모근
명절증후군 여성보다 노인들에게 더 심해
기사입력: 2019/02/13 [16:58]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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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모근 시인/본지 편집위원     ©UWNEWS

우리나라 국민의 대규모 이동을 불러오는 설명절과 추석명절의 여성노동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다. 특히 여성인권이 크게 향상되고 있는 최근의 상황은 명절의 존재론까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명절에 온가족이 모여 맛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살아가는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 및 어른들의 살아왔던 이야기를 듣고 하고 나누는 일에 불가피한 것이 음식과 술이 등장하기 마련인데, 음식과 술상을 장만하면서 차례상도 준비하다보면 여성들에게 집중되는 노동력은 사실 엄청난 것으로 알고 있다.

 

음식만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먹고 난 설거지감도 만만치 않다. 여럿이 음식상을 물리면 설거지감만 해도 수십가지에 이른다. 그야말로 일의 굴레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시댁에서 그렇게 많은 노동 속에 갇혀 있다가 친정에 가면, 친정에 속해 있는 올케에게도 불만이 생기기 마련이다.

 

옛말에 ‘미운 시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우리 전통사회에 깃들어 있는 은유는 놀라울 만하다. 이런 상황이니 여성의 명절노동이 사회적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명절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과 가족의 배려, 혹은 사회적 시스템의 변화를 추구하는 각종 설이 명절을 전후해서 우후죽순처럼 방송과 언론을 통해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성의 명절노동에 버금가는 문제가 요즘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대가족이 좋다는 인식이 풍부한 우리나라는 인구 연령의 증가에 따른 현실과 노인의 늘어난 기대수명에 비해 행복의 충족도가 턱없이 낮은 것에는 등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추석과 설 명절이 되어 자식과 손주 등이 한 자리에 모여 웃음꽃을 피우고 서로 잘 해보자고 다짐하는 한편 앞으로 더 잘해보자는 격려의 자리는 불과 며칠 만에 모두 종료되고 각자 직장과 일터로 복귀하고 나면, 왁자지껄한 게 정말 사람 사는 것 같은 분위기를 만끽하던 시간이 언제였던가 싶고, 단 둘이 남아서 집안 뒷정리를 하면서도 괜히 허전하고 쓸쓸한 감정이 생겨나 며칠 만나지 못한 이웃 노인을 만나기 위해 노인정을 찾아간다.

 

노인정에서 매일 얼굴 보는 사람들도 같은 심정이라서 서로 얼굴을 보면서 “갔어?”라며 건네는 말이 인사가 되고 만다. 그 ‘갔어?’라는 말 속에 함축되고 숨어 있는 외로움과 쓸쓸함이 노인의 정신건강과 심리적 상실감이 이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들여다보아야 할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명절을 지내기 위해, 가족을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자식과 손주와 사위, 며느리들이 반갑고 고마운 것이다. 자식이 있는 노인들은 너나없이 반가워하고, 예뻐하고, 행복해 한다. 자식들도 고향에 한 번 다녀오면 얼마간의 힐링도 된다고 하니, 명절이 가져다주는 효과는 참으로 크다. 그러나 명절이 끝나고 모두가 떠난 뒷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노인이자 부모들은 이제 외로움에 노을이 넘어가는 산 능선을 바라보며 헛헛한 마음을 추스르며 잠자리에 들곤 한다.

 

노인의 평균 기대수명이 이제 80대 중반(여성)과 70대 후반(남성)까지 연장이 되어 앞으로도 오랜 시간을 혼자서 지내거나 부부 둘이, 혹은 노인정과 경로당에서 여럿이 모여 생활하는 것이 유일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젊은 시절 가족의 부양과 자식의 공부를 위해 많은 것을 내려  놓았던 부모들에게 자주 전화를 하고, 여건이 되면 함께 식사라도 자주 하는 그런 진정한 가족이 필요하다.

 

홀로 남아 덩그런 집을 지키며 해가 지면 할 일 없이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일찍 잠이 들고 새벽에 눈이 떠지면 마당을 쓸거나 밭으로 나가 잡초를 뜯는 부모이자 노인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특별한 약은 자식의 잦은 전화질과 꾸준한 관심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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