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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체험관’에서 해무 짙은 소리를 들어 보았나요?
동해 수평선을 바라보며 동구와 바다를 노래하는 소리를 들어보자
기사입력: 2018/07/13 [16:34]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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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모근 기자
▲ 소리체험관 전경     © UWNEWS

 

  한반도 동남쪽,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 천년의 시간이 머물러 문화와 산업을 꽃피워 온 울산 동구에 특별한 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소리체험관’이 들어서 유치원, 초등학생, 학부모 등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고 호응을 보내며 박수를 친다. 

 

  우리는 학창시절 호기심 따라 바닷가에서 주워 온 소라껍질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바닷소리인지, 그냥 바람소리인지도 모른 채 소라 속에서 나는 소리가 신기해 한참을 듣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모든 풍경은 소리와 함께 기억된다. 푸른 바다는 기운찬 파도소리와 짝을 이룬다. 깨끗한 새벽 숲에는 늘 고요하고 아늑한 바람소리가 있다. 눈감고 귀 크게 열면 풍경이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욕심도 조금 덜어진다.

 

  ‘울산 동구 소리9경’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동축사 새벽종소리, 마골산 숲 사이로 흐르는 바람소리, 옥류천 계곡 물소리, 현대중공업 엔진소리, 신조선출항 뱃고동소리, 울기등대 무산(霧散)소리, 대왕암 몽돌 물 흐르는 소리, 주전해변 몽돌 파도소리, 슬도명파 등 9개의 주제가 마련되어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 손으로 그림을 그리면 그림이 바다를 다닌다     © UWNEWS

 

  동축사는 마골산 등성이에 절경을 이룬 관일대 바위 언저리에 다소곳이 숨어 있는 울산 최고(最古)의 사찰로 573년 진흥왕의 명으로 창건되어 삼국유사에 연기설화가 전해오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첫 닭이 홰를 친 뒤 여명과 동시에 동축사에서 울리는 새벽종소리는 온 마을과 산천초목을 잠에서 깨어나게 했다.

 

  마골산 숲은 치유의 숲이다. 나뭇잎 사이를 파고드는 햇살을 비껴나가는 솔바람의 숨결, 청아한 새소리와 물소리를 받쳐주는 바람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후련해진다. 또 머리가 맑아지고 눈이 밝아진다. 마골산 정상에서 동구 시가지를 바라보며 듣는 솔숲의 바람소리는 향기롭기까지 하다.

 

  도심 속에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는 마골산. 동축사가 자리 잡은 마골산과 쇠평마을을 잇는 동대산 골짜기를 흐르는 옥류천은 맑고 시원하며 물맛 또한 일품이다. 한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골짜기의 얼었던 계곡물도 녹아 흐른다. 바위 사이를 돌아 끝없이 흘러 미포만에 이르는 계곡물은 마치 옥구슬이 구르는 듯 맑고 청아한 물소리로 산행의 청량함을 더해준다. 옥류천 물가에 앉아 잠시 눈을 감으면 온갖 잡념이 물살에 씻겨 내려가는 듯하다.

 

  동구뿐만 아니라 울산에서 가장 큰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1972년 울산의 작은 어촌마을인 미포만에 터를 잡았다. 조선소는 동구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되었T고 조선소 담장을 넘어 들려오는 엔진소리는 동구 사람들의 심장박동소리와 같이 경쾌하다. 바쁘게 돌아가는 기계소리와 엔진소리.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이 소리에는 동구 사람들의 삶의 소리가 담겨 있다.

 

▲  울기등대 모형   © UWNEWS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울기등대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지키면서 오고가는 선박들의 든든한 파수꾼이 되고 있다. 오랜 역사와 아름다움으로 지난 2007년 아름다운 등대 16선 및 등대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해무가 짙게 깔린 날 대왕암 송림에 둘러싸인 울기등대의 모습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또한 깊은 정적을 헤치고 들려오는 등대소리는 천상에서 들려오는 구원의 소리인 듯 진한 여운을 남긴다.

 

  한편 기암괴석과 아름다운 송림 등 천혜의 경관을 지닌 동해의 절경 대왕암공원은 또 하나의 비경을 감추고 있는데 바로 울산교육연수원 이아에 있는 몽돌해안이 그것이다. 대왕암과 고동바위를 좌우에 두고 고즈넉이 있는 해안에는 오랜 시간 파도에 깎여 만들어진 몽돌이 있다. 잡으면 미끄러질 듯 윤기나는 몽돌 사이로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파도소리를 천상의 소리인 듯 더없이 감미롭고 몽환적이다.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 있는 대왕암은 아름다우면서도 장엄하다. 

 

▲  주전해안몽돌소리 화면 위를 밟으면 소리가 난다.   © UWNEWS

 

  동구 소리9경 가운데 8번째 자리를 차지한 주전해변 몽돌소리를 들어보자. 주전은 땅이 붉다는 뜻으로 실제 땅 색깔이 붉은 색을 띠고 있다. 동해안을 따라 15km의 해안에 직경 3~6cm의 새알 같이 둥글고 작은, 까만 몽돌이 길게 늘어져 절경을 이루고 주변에는 노랑바위, 샛돌바위 등 많은 기암괴석이 있다. 작은 몽돌사이로 드나드는 파도소리에는 온갖 어려움을 견뎌내고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강인함이 들어 있다.

 

  마지막 9경인 슬도(瑟島)의 소리편이다. 슬도는 섬 전체가 숭숭 구멍이 뚫린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전체 120만 개에 이르는 구멍들은 석공조개의 일종인 돌맛조개의 작품이다. 수백만 년에 걸쳐 만들어진 슬도의 바위구멍사이로 드나드는 파도소리는 마치 거문고 소리처럼 구슬프게 난다. 최근 예술의 섬으로 재탄생되면서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드라마 촬영지로 소개되어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여름방학을 맞아 우리 주변의 볼만한 곳을 찾아 지식과 감성을 돋우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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