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타구니가 가렵다 사랑의 등고선이 접히는 그곳 이제 서로의 체온조차 짐이 된 그곳 도심 공터처럼 애증의 찌꺼기로 몸살을 앓는 그곳 마른 검불이 솟대처럼 서서 언제 올지도 모를 고도를 기다리는 그곳 등고선 지워진 지난 맹세들이 고도가 오고 있다며 잠꼬대를 해대는 그곳이 가렵다 너와 나 天命으로 잇댄 사타구니가 가렵다 둘 사이 접힌, 접혀 아등바등 구겨진 사랑이 가렵다.
-‘사타구니가 가렵다’ 전문-
울산에서 활동하는 정소슬 시인이 ‘내 속에 너를 가두고’ 발간 이후 두 번째 시집 ‘사타구니가 가렵다’(도서출판 푸른고래)를 발간했다. 총 4부로 그동안 절차탁마 해온 시 64편이 수록되어 있다. 시인은 부조리한 현실의 시시비비를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부뚜막> <꺾인 꽃> <변기에 빠뜨린 동전> <무두못> 등의 소재들을 통해 치열하게 접근하는 시각을 이 번 시집의 총 4부 64편의 시에서 보여준다. 시인은 94년 5월 38살의 나이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 후부터 현재까지, 뇌졸중의 휴유증으로 여러 가지 제약을 받으며 살고 있다. 시를 만나면 번뜩이는 비판의식을 숨기지 못하지만 시로 인해 새 삶을 꾸리고 있다고 자신을 대변한다. 울주군 망성리 출신인 시인은 2004년 계간 「주변인과 詩」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한국작가회의 회원, 시밥동인 등으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