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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작은 섬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든 예술의 힘
예술의 섬 나오시마
기사입력: 2014/08/28 [14:56]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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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원 기자
일본 열도를 구성하는 4개의 섬 중 가장 작은 섬인 시코쿠에 속한 카가와현에 있는 나오시마는 한때 구리 제련소가 있던 그저 작은 외딴섬 이었다. 조용하던 이 섬을 영국 여행잡지 ‘Conde nast Traveller’의 ‘꼭 가봐야 할 세계의 7대 명소’에 뽑히게 한 원동력은 바로 예술이다.
 
각각 특색 있는 세 개의 미술관이 모여 있고, 곳곳에 예술작품이 자연스레 녹아 있는 ‘베네세 아트사이트’와 어촌의 버려진 집을 예술가의 손길로 재탄생 시킨 혼무라 지구의 ‘아트하우스 프로젝트’는 세계 각지로부터 한 해 수십만의 관광객을 모으는 대표선수들이다.
 

주민과 함께 살린 마을
 나오시마 아트프로젝트의 시작은 베네세그룹의 전신인 후쿠다케 출판사의 후쿠다케 데쓰히코 대표가 어린이들에게 자연과 예술을 접목한 환경을 제공하고 싶어 국제어린이캠프장을 계획하면서였다.
 
그의 갑작스런 사망이후 후계자인 아들이 그 뜻을 이어 본격적인 아트프로젝트가 실행되었다. 기업의 사회공헌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베네세하우스와 베네세미술관이라는 체류형 미술관을 탄생시켰다.
 
이어 한 주민이 오래된 가옥을 주민센터에 기증했고 베네세그룹과 협의해 이 집을 하나의 미술작품으로 개조했다. 마을 주민의 기증과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이 집은 아트하우스로 알려진 ‘이에(家)프로젝트’의 효시가 되었다. 예술가와 주민들의 참여에 기업의 후원이 더해져 현재 8채가 완성되었고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폐가에 숨결을 불어넣은 ‘이에(家)프로젝트’
‘이에’는 일본어로 ‘집’이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집을 이용해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작업으로 혼무라항 주변의 어촌마을에 비어있는 집들의 원형을 보존하면서 그 집이 가진 메시지와 사람 그리고 자연에 집중한다.
 
이에 프로젝트 제1호 ‘카도야’
혼무라 지구 한 주민이 기증한 오래된 가옥을 설치미술가 미야지마 타츠오가 하나의 미술작품으로 재탄생 시켰다. 마을의 125세대 전 주민이 설치에 참여한 작품인 ‘시간의 바다’가 마루에 설치되면서 완성되었다. 물찬 마루에 숫자들이 빛나고 있고 창문에 부착된 시시각각 변하는 숫자들은 바닥에 그림자로 비친다. 디지털 시대를 상징하는 숫자를 넣어 문명과 폐허가 시간이 흐름 속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카도야’의 탄생은 이에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다.  
  
놀랍도록 색다른 암흑체험 ‘미나미데라’
아트하우스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으로 오래된 절터에 안도타다오가 설계한 건물에 제임스 터렐의 작품 ‘달의 뒷면’이 전시돼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스텝의 안내로 자리에 앉아 조용히 기다리면 서서히 어둠에 익숙해져 어느 순간 희미한 빛이 감지된다. 완전한 암흑이라는 낯선 두려움은 미약한 빛에 의해 안도감으로 바뀐다. 생과 사의 절박한 순간에 희미하게 드러나는 한 줄기 빛은 생명과 희망에 대한 인간의 갈망을 의미한다고 한다. 볼 수는 없고 체험해야만 하는 이 작품은 정해진 인원이 15분에 한 번씩 입장할 수 있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다.

이 외에도 나오시마를 예술의 섬으로 만든 일등공신인 건축가 안도타다오의 작품세계를 알 수 있는 ‘안도뮤지엄’, 치과 겸 주택이었던 집을 재활용 재료들을 이용해 만든 ‘하이샤’, 제염업을 하던 주인이 살던 집 ‘이시바시’에는 이름처럼 돌다리가 마당에 놓여있다. 마을 언덕에 있는 ‘고오진자’는 독특한 유리계단과 손전등을 가지고 석굴에 들어갈 수 있고, 일본어로 ‘극락’이라는 뜻의 ‘고쿠라쿠’라는 절이 마을 중간에 자리 잡고 있다.   
 

  
혼무라 지구는 아트하우스 외에도 일본 시골 마을 정취를 그대로 담고 있어 일본 전통 목조주택이 모여 있는 곳곳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삼나무를 태워 만든 담장이 늘어져 만들어진 미로 같은 골목길을 돌아다니다 보면, 방학 때 갔던 시골 할머니집의 추억이 떠오르는 작은 구멍가게와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찾기 힘든 오래된 담배가게,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교복 입은 학생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색적인 모습에 취해 돌아다니다 길을 잃지는 않을까라는 걱정에 주저할 필요는 없다. 골목들과 자연스레 이어진 큰 길을 찾아 나오기만 하면 지도에서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마을이니까.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관광지구가 마을 사람들의 실제 생활공간과 자연스레 녹아 있다는 것이었다. 상권도 대규모 자본이 들어와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살던 집에 식당을 열고 카페가 만들어져 있어 주변과의 이질감을 느낄 수 없었다. 그래서 중심권역인 미아노무라항에는 ‘여기부터 마을’이라는 팻말이 있다. 개발이라는 이름아래 정작 주민들의 생활은 배재되고 관광업과 상업성만 부각되어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나라의 관광지와 비교돼 씁쓸하기도 했다.

외면 받던 섬을 세계인이 찾는 예술의 섬으로 만든 마술 같은 문화의 힘은 찾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다. 반복되는 일상에 갇힌 답답함에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은 때, 사람들은 떠나고 싶어 한다. 감성적 자극과 예술적 영감으로 내면을 채워주는 나오시마로 예술기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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