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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치
"도시의 본질과 정체성에 대한 궤적을 보여줍니다"
네번 째 개인전 연 오세철 사진작가의 작품전 눈길
기사입력: 2008/08/20 [09:28]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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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여성신문
“도시가 부서지고 만들어지는, 퇴화와 진화의 과정 속에서 새로운 궤적들이 만들어집니다.”

15년간의 일본 동경 유학생활을 마치고 지난 2005년 영구 귀국해, 9일부터 서울 인사동 ‘갤러리 드림’에서 < City·Locus·Tokyo >이란 주제로 귀국전을 열고 있는 오세철(42) 사진작가.

전시된 작품들은 아날로그의 상징인 대형 흑백(8×10˝) 필름에 담아 동경 유학생활을 하면서 살았던 도시의 흔적을 되새겼다. 도시에서의 빛의 흔적이 한편에서는 퇴화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진화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하나의 새로운 추억의 궤적(軌跡)들을 만들어 간다는 것.

오 작가는 “작품으로 잘라낸 빛의 기억들은 인간이 만들어 낸 도시의 단편이자, 부품이자, 우리들의 거울이기도하다”면서 “또 과거의 공간만을 향한 노스탤지어가 아닌, 도시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증거이며, 우리들이 살아있는 존재의 기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퇴화해 가는 기억과 새로운 진화의 시간이 겹쳐지는 순간에서 보편적인 오늘날의 비전(Vision)을 통해 세기말 우리들의 궤적이 뚜렷하게 각인 된다”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하나의 순간과 순간들이 지금이라고 하는 시간대를 형성해, 그 시간이 새로운 궤적으로서 우리들의 기억 속에 퇴적돼 간다”고 말했다.

특히 오 작가는 이번 전시 작품을 “도시의 본질과 정체성에 대해 지속적인 질문과 대답을 반복함으로서 나의 존재와 실체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한마디로 표현했다.

작품을 평한 박정수 아트 프로듀서는 “도심의 차가운 콘크리트 벽과 산업사회의 불합리성으로 파생된 삶의 근간을 조용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면서 “점차 희미해져 가는 기억과 도시환경의 변화와 발전에 적응해야 하는 숙명의 관계를 조명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18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 종료시점인 9일 오후 6시, 전시장에서 열린 오프닝 행사에서 축사를 한 류경선 중앙대 사진학과 교수는 “소설가는 한 권의 책으로 작가의 이미지를 표현하지만, 사진작가는 한 프레임을 통해 이미지를 표현한다”면서 “손쉽게 촬영할 수 있는 현 디지털 시대임에도, 작품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흑백 대형 필름을 고집하는 작가의 작품 활동을 높게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인사말을 한 오세철 작가는 “디지털사진이 표현할 수 없는 흑과 백의 깊이를 흑백필름을 통해 섬세한 빛의 단편을 표현했다”면서 “앞으로도 디지털 작품에도 신경을 써 작품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오프닝 행사에는 류경선 중앙대 교수, 임향자 포토스페이스 대표, 서인숙 서경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이상윤 작가, 장재준 작가, 조상민 작가 등 기라성 같은 일본대학 동문 사진작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 오 작가로부터 현재 대학에서 사진 수업을 받고 있는 제자들도 많이 찾아와 작품을 감상했다.

오 작가는 지난 96년부터 2005년까지 대형 흑백(8×10˝) 필름 카메라를 가지고 동경의 구석구석을 훑었다. 그렇게 해 촬영한 사진이 1000여 컷 정도. 보통 35mm 필름으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한 필름을 소비했다. 이중 작가의 의도를 잘 포착한 14점을 선택해 귀국전을 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일본 동경 신주쿠에서 새벽 2시부터 4시까지의 야경 출사를 많이 나갔다. 하지만 대형 카메라로 인해 경찰의 불신검문을 자주 받아야했다. 그래서 신주쿠 경찰과 친해지기도 했다는 일화가 작가 정신을 잘 대변한 듯했다. 이제 한국적 테마를 잡아 새로운 작품을 시도하는 활동을 본격 전개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도 덧붙였다.

오 작가는 지난 94년 도쿄 비주얼 아트스쿨과 98년 일본대학 예술학부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2000년 동 대학 대학원 예술학연구과 영상예술 전공을 졸업했고, 2004년 동 대학원 박사 후기과정 예술전공을 수료했다. 지난 98년 일본대학 예술학부장상과 IPPF 모노크롬부분 수상, 94년 일본 코니카 화상진흥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지난 98년 일본에서 첫 번째 개인전인 < 궤적 >(일본 신주쿠 니콘 살롱)에 이어 2001년 < BEHIND VIEW >(일본 긴자 니콘 살롱), 2005년 < CROSS CROSS >(일본 신주쿠 니콘 살롱)에 이어 이번 < City·Locus·Tokyo >(서울 갤러리 드림)은 4번째 개인전이다. 또 수많은 단체전과 그룹전, 테마전에 작품을 출품했다. 현재 경기대, 경상대, 배재대, 서경대, 을지대, 진주산업대, 충남대 등에 출강해 사진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다음은 오 작가의 작업 노트이다.

태양이 떠오르고 푸른 하늘이 펼쳐지려하는 아침, 피사체를 찾아 거리로 나선다. 특별한 행선지도 없이, 기분이 향하는 대로, 목적지를 태양에게 맡겨버린다. 제발 시커먼 구름만 덮지 말아달라고 기도하며 미지의 거리에 발을 내딛는다.

그곳에는 평범한, 무언가 세련되지 않은 무질서한 방치상태의 거리,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올 것 같은 가장 보편적인 거리들이 펼쳐져있다.

태양빛을 받아 새롭게 부상하는 도시의 저편에는 새로운 형상(Form)과 함께 우리들의 숨 쉬고 있는 흔적이 새겨져있다.

빛바랜 낡은 건물의 반사광에서, 무수하게 내던져진 전선의 그림자에서, 그리고 사라져가는 모든 도시의 부산물들의 명암을 통해 세월이라고 하는 역사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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