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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참여 민주주의
기사입력: 2018/07/27 [10:49]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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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우 본지 논설위원    ©UWNEWS

고요한 아침의 나라였던 조선. 조용히 살고 싶으나 조용히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던 대한민국 과거. 걸어온 길보다 가야할 길이 더욱 아득하게 느껴지는 대한민국의 미래. 19세기 말 수구파와 개화파의 반목은 결국 나라를 빼앗기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이 역사를 잊지 말자. 해방 후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투쟁으로 촉발된 남북 분단과 한국전쟁의 고통은 벌써 잊었는가? 보수, 진보, 중립노선 모두 폐허된 조국이 경제대국으로, 민주주의 국가로 우뚝 선 것이 자랑스럽지 않은가?

 

지금 우리 사회는 성장과 분배,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 태극기와 촛불로 나뉘어 격렬하게 부딪치고 있다. ‘충돌사회’같다. 국가는 조롱거리가 되었다. 애정 어린 반응은 보이지 않는다. 양자를 수렴할 정책도 안 보인다. 혹자는 이를 부추기고 있는 듯하다. 더 나은 것을 위한 노선제시와 경쟁을 넘어 서로 비방하는 것이 극에 이른 것 같다. 이념대립과 이해갈등이 체제의 관리능력을 넘어서면 불안과 위기가 비집고 들어선다. 

 

촛불집회는 권위주의에 주눅들어온 한국사회와 시민들에게는 변화의 진원지다. 각양의 사회단체,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였고, 집단화된 참여를 통해 국가권력을 변동시켰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크게 외칠 수 있는, 참여민주주의를 깊이 맛보고 있다. 

 

참여민주주의는 미래의 문을 마음의 문을 그리고 역사 발전의 길을 활짝 열어 젖혔다. 그러나 정제되지 않고 고함치며 들이대는 참여는 또 다른 희생양을 필요로 한다. 타협과 양보가 없고 주장과 조건만 난무하며 충돌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고정된 실체도 이념이나 관념도 아니다. 역사와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 하게 다른 얼굴을 내밀며 끝없는 여정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다. 진실을 왜곡하고 사건을 조작한 거대 국가기관들을 시민의 힘으로 통제하고 은밀한 권력의 껍질을 깨버리는 민주주의. 이 정치제도는 얼마나 신성한 힘의 원천인가. 그러나 그 힘이 과잉 상태가 되면 자기 세계관의 강요, 자기 경험의 정당화, 특정세력이 공유한 세계관과 가치 판단이 절대적 기준이 되면 보편적 가치가 설 자리는 취약해 진다. 자칫 모든 사안이 인민재판식으로 흘러가 버린다. 

 

평등, 개방, 분배, 균형, 자율은 누가 보아도 아름다운 가치들이다. 이 귀한 가치들은 구호가 아닌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 확산되고 구현된다. 정책이 급조되고 조악할수록 전환 비용은 크게 발생한다. 다양한 사회갈등의 해소기제를 창출하지 못한 체 갈등만 양산하는 지금의 적체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긴 어렵다. 거리로 몰려나와 충돌하는 상황에서 사회 발전의 징후는 보기 어렵다. 이념대립과 이해갈등이 체제의 관리 능력을 넘어서는 위태로움마저 보인다. 자주를 지향하는 우리 대외정책은 거칠기 짝이 없는 강대국들의 이익 앞에서 유연하게 지켜 질 것인지도 염려스럽다.

 

시대가 요구하는 생산적 담론이나 정책 없이 상대방에게 욕질만 하면서 무조건 표만 달라고 했던 기득권 보수 정권을 심판 할 수 있는 성숙한 국민이다. 냉전 굴레를 불태워 버린 세계사적 변화의 흐름에 눈과 귀를 막은 냉전적 사고는 이제 넘어섰다. 민족의 담론인 평화 통일. 북미 최고 책임자가 직접만나 전쟁이 아닌 평화를 이야기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희망을 노래한다. 

 

그러나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은 우리의 문제지만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여러 나라의 세력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미래를 낙관하긴 이르다. 민족의 상상력이 세계사적 전환을 요구해야 한다. 평화통일은 통일을 원하지 않는 세력보다 평화 통일을 원하는 세력이 강해야 이뤄진다. 평화통일 당사자들의 의지도 확고해야 한다. 70년간 떨어져 살아온 사람들을 동등한 국민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시대의 중심에 선 참여 민주주의에게 이해갈등, 이념 대결을 넘어 민족의 염원 평화통일을 함께 만들어 갈 시대적 정책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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