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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여성을 알아야 남성이 산다.
기사입력: 2018/04/26 [14:42]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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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우 본지 논설위원     ©UWNEWS

 

  작금 한국에 거대한 여성운동의 물결이 일고 있다. '미투(Me Too)운동'이다. 서구 여성 운동의 제2물결을 떠오르게 하는 큰 흐름이다. 기계적 양성평등이나 형식적 권리 보장을 위한 법 제도 개선 운동 수준이 아니다. 우리 안에 뿌리 깊은 성차별 문화를 해체하려는 전 방위적 혁명의 물결이다. 때문에 '미투(Me Too)운동'을 '미투 혁명' 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

 

  자연의 질서는 강한 자들이 지배하고 약한 자들은 압제 당하는 구조이다. 만약 인간 사회인 우리 사회가 이와 같은 힘의 논리를 당연시하고, 근원적 성찰과 반성을 하지 못한다면 인간만이 꿈꾸는 정의로운 사회는 불가능하다. 투키디데스는 ‘인간사가 불평등한 정치적 사회적 관계로 이루어져 있는 한 인간은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사악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고 갈파했다. 인간의 사악함을 정치사회적 불평등 구조에서 통찰한 것이다. 즉 인간 사회의 많은 사악함은 불평등한 정치구조와 사회관계 속에서 유발되며 이를 통해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사회의 성불평등 구조를 살펴야 한다. 한국 여성의 성 평등 의식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그러나 주류 사회구조와 남성의식은 가부장적 과거의식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심지어 여성 역시 주류사회질서인 가부장적인 문화에 오랫동안 젖어 수동적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있다. 전통 질서 중 가사는 여자가 해야 한다는 전근대적 문화가 자연스럽게 생활화 된 것은 그 상징적 증거이다. 

 

  미투 운동의 동력은 이런 남성중심적 지배문화에서 소외된 집단으로 살아온 여성의 체험을 토대로 더 이상 밀려날 수 없다는 위기의식과 정치사회적 불평등 문화에 대한 저항의식이다. 촛불집회를 통해 뭉치고 힘을 합하면, 잘못된 정치도 사회 현상도 직접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 미투 운동의 밑거름이 되었다. 더 이상 하위문화에 머물지 않고 이런 불평등한 구조를 변혁하고자 젊은 여성들은 수치와 부끄러움을 대면하는 용기로 이를 추동하고 있다. 성차별은 정치사회적 불평등 구조에서 유발된 여러 수준의 차별과 억압들 중 하나의 사례에 불과할 뿐 그 근본 원인은 불평등 구조에 있다는 것을 직감한 다수의 남성들의 동의와 지지는 든든한 동맹군이다. 이들의 최첨단 무기는 SNS다. 이렇게 미투 운동은 미투 혁명으로 번져가고 있다.

 

  불평등의 그림자는 동의를 구하고 수용하는 구조가 아니라, 누군가는 명령을 내리고, 누군가는 명령을 받게 되는 관계구조 속에서 짙어진다. 남성이 여성을, 강자가 약자를 나아가 사람이 사람을 일방의 의지대로 지배하는 불평등한 구조 속에서는 권력형 성폭력이 근절되지 않고 영원히 확대재생산 된다. 우월한 지위의 남성이 낮은 위치의 여성을 대상으로 행한 권력형 성폭력은 권력 주변인들의 은폐와 방조 및 침묵 앞에서 묻힐 뻔 했다. 보복과 불이익이 두려워 쉬쉬 해왔던 상처를 세월이 흐른 지금 비로소 입을 연 아픔의 여성성은 우리 안의 정치사회적 주변성을 대표한다.  

 

  그렇다면, 정의란 무엇일까? 막연한 정의 말고 이런 불평등 구조 속에서 정의의 구체적 묘사는 무엇일까? 공동체 안에 나타나는 경쟁과 거드름, 배타성, 폐쇄성, 맹목적 적대감, 권위주의, 횡포, 노예근성 가치와 문화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경제적 약자였던 여성이 경제의 동반자가 되고, 가부장적 억압구조를 깨고 동반자의 권리를 누려야 한다. 동등성을 기반으로 남성과 여성의 차별적 문제 제기로 변혁을 꿈꾸며 승화시켜 가야 한다.

 

  남성 권력에 짓밟힌 여성성은 권력에 억압당하는 약자성의 다른 이름이다. 따라서 미투 운동은 권력에 유린당하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이다. 때문에 미투 운동은 단지 남성혐오운동이어선 안 된다. 정치사회적 차별로부터의 해방을 부르짖는 인권운동이어야 한다. 이를 통해 뿌리 깊은 권위주의, 갑질 횡포, 계층차별, 성 차별 등 다양한 정치사회적 차별의식을 변혁시켜야 한다. 여성 운동을 넘어 이를 자각하는 남성들의 참여와 지지와 차별받는 이들을 통한 인권존중 혁명이 되어야 한다. 

 

  미투 앞에 누가 자유로울 수 있는가? 남성들이여 이제 여성들의 용기에 박수로 동참하라! 여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인간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지지하라. 여성이 살아야 남자도 사람도 살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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