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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우
가진 자들! 자기만의 잔치
기사입력: 2018/02/28 [14:58]   울산여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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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우 본지 논설위원     ©UWNEWS

‘공정한 사회를 지향하는 공평하고, 올바름의 원칙을 확고히 준하는 나라’ 이것이 현 정부의 국정지표다. 사회민주화라는 이들의 외침은 그러나 공허한 공약이었는가?


지난 1월 19일 서울북부지방법원 영장전담판사는 우리은행 채용비리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개인적 이득이 없어 보여” 국정원과 금융감독원, 정부 고위간부들의 자녀들을 30여명 특혜 비리 채용한 전 우리은행장에 대한 영장을 거부한 것이다.


기세등등한 신정권의 자만을 드러내는 것인가? 아니면 대통령 혼자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인가? 정의로운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공정한 사회가 허구인 것을 새삼 확인한다.


사회민주화는 사회적 삼대자원인 권력, 재산, 지위를 분배기제로 하여 전통적 지배 집단의 몫인 특권을 피지배 집단에게 이양하면서 시작된다.


촛불혁명이 이 사회민주화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모두가 생각했다. 촛불혁명을 통해 억압적 국가권력이 시민 권력 앞에 무릎 끓었다. 억압적 가치와 문화로 깊이 뒤덮인 국가사회를 정상화하는 시작일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촛불은 역시 가녀렸나 보다. 아직도 공정한 사회와는 간극이 존재한다는 사실, 걸어 온길 보다 가야할 길이 더욱 멀리 있다는 사실을 이 사건을 통해 직시한다.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 채용비리는 망국의 병이다. 채용비리는 우리 공동체를 좀 먹는 근본적 적폐다. 공정한 채용을 통해 새로운 계층으로 진입하고, 이를 위해 자녀를 가르치고 희망을 가지는데, 이 근본 과정이 부패했다면, 그리고 이 사실을 공정의 원칙을 국정지표로 삼는 정부가 외면한다면, 촛불로 무너진 지난 정권과 다를 바가 없다.


정유라는 “돈도 실력이다”고 비웃듯이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인정할 또래 청년들은 매우 적다.


촛불 든 젊은이들을 광화문으로 불러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발언을 통해 드러난 가진 자들의 민낯을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정부가 같은 일을 학습한 듯 반복중이다. 기억상실에 걸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개인적 이득이 없어 보인다’는 납득도 안 되는 이유로 채용비리 조사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공정하지 못한 질서를 따라 자기보다 뒤처지는 이들에게 밀린 청년들. 빽 없는 부모를 원망하고, 불공정한 우리사회에 분노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청년들의 공평한 기회를 빼앗고, 공정경쟁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것은 결국 국가에 대한 국민의 근본적 신뢰기반을 뒤흔드는 일이다.

 

이 구조적 병폐인 권력형 채용비리 근절대책을 만들어 막겠다고 주장한 정부가 방치하고 있다면, 누가 그 정부를 신뢰하고 또 다시 방관만 하겠는가? 성실하게 살아 온 부모들이 연줄이 없어 백수 된 자녀들을 바라보는 못난 부모 됨의 자책의 눈물을 어떻게 닦아 줄 것인가?


이제 이 정부에게 칸트의 정언명령에 따라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것을 준엄하게 고(告)한다. 이권과 결탁한 기생주의 구태를 벗어나라.


특권계층이 끼리끼리 기득권을 누리는 반칙을 오늘도 일삼는 불공정한 사회를 지금 즉시 중단하라.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우리은행은 2016년 민영화 과정에서, 어떤 흑막이 있었기에 이렇게 2016년에 16명이나 비리 특혜채용을 했는가? 법원과 검찰은 어떤 조사를 했는지 묻고 싶다.


8,000원 주가를 19,000원으로 만들어 내고 얻은 이익은 왜 고려하지 않는가? 우리은행 사주협회를 만들어 누가 얼마나 이익을 얻었는지 금방 밝힐 수 있음에도 유아무야로 끝나는 것이 공정한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이 정부의 국정 지표인지 그 진정성을 묻고 싶다.


헬 조선, 3포, N포! 돈 없고 배경 없고 가방 끈도 짧아 사는 게 버거운 이들에게 출발선이라도 공정하게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사회는 결국 가진 자들의 잔칫상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절망한 청년들이 절규한다면, 대답할 준비가 돼 있는가? 비겁과 거짓으로 정치혐오 문화를 확산시켜선 안 된다.


사회에 깊이 드리운 불신을 우리은행 비리채용, 영장기각을 통해 사회민주화의 근본적 성찰을 시도해야 한다.


청년들에게 희망의 동기를 폄하하지 않도록 각성하기 바라며, “청년이 죽으면 민족이 죽는다”라고 한 도산 안창호 선생의 외침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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